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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imize Impact Sep 16. 2022

아토피안은 코로나 잘 안 걸리다면서요?

"아토피안은 코로나 잘 안 걸린다면서요?"


올 초, 식사자리에서 지인이 한 말이다. 그 말은 즉슨 아토피안은 과도하게 면역반응이 일어나는 질환이라 바이러스가 조금만 들어와도 면역체계가 알아서 바이러스를 조져(?) 버린다는 것이다. 면역과잉반응 질환자가 아닌 사람에게는 아무렇지도 않은 꽃가루, 먼지 등이 아토피안에게는 몸이 비상상황을 일으켜야 할 만큼 위험한 외부요인으로 작용해 별 것 아닌 것에도 발진이나 재채기, 가려움이 확 올라오는 것처럼 말이다. 마치 성냥불을 하나 지폈는데 소방차라도 출동해야 할 것처럼 면역체계가 과민하게 반응하는 거다. 그런데 바이러스가 들어오면 오죽하겠냐는 거다. 


그 이유 때문인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하지만 영국 흉부 학회 공식 저널 'Thorax'에는 아토피나 비염 등 알레르기 질환이 있는 사람은 코로나에 감염될 위험이 낮다는 연구 보고서가 게재된 적도 있다. 그래서 내 몸은 여태껏 잘 버텨준 건가 하고 있던 찰나, 드디어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직장동료, 가족, 주변 지인들이 몇 차례의 코로나 대유행에 여파를 직격탄으로 맞을 때도 꿋꿋이 버티던 내가 그것도 올 추석에 코로나에 걸려 버렸다. 


최근 들어 피부 상태가 줄기차게 좋지 않아 면역억제 기능을 가지고 있는 스테로이드제를 2~3주 기간 동안 며칠 간격을 두고 틈틈이 복용을 해서 그랬던가. 여태껏 잘 버텨주고 비감염인이던 내가 코로나에 걸려버리고 말았다. 스테로이드를 먹을 때마다 오는 피로감, 약간의 몸살 기운 같은 가라앉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처음에는 콧물이 흐르더니, 저녁이 되어서야 몸살 기운이 서서히 돌기 시작했다. 예전에도 몸살이 돌면 코로나 검사를 했었는데 그때마다 음성이 나와서 이번에도 몸살이겠거니 하고 약국에서 종합감기약 하나를 사서 먹었다. 그리고 그 몸으로 고향집에도 내려갔다. 다행히 열은 없었는데 자도 자도 잠이 오고, 기운이 하나도 없고 몸살 기운이 계속 돌았다. 기차역에 내려 나오는 나를 보고 우리 언니는 "왜 이렇게 힘이 없는데?"라고 물었다. 나는 그냥 평소처럼 걸었다고 생각했을 뿐인데 겉보기에는 사지가 늘어진 것처럼 보였나 보다. 


가장 큰 특징은 밤에 잘 때, 더웠다 추웠다가 끊임없이 반복했던 건데 이불을 덮은 부위는 더워서 식은땀이 쉴 새 없이 줄줄 나고, 이불 밖으로 삐져나온 부위는 오한이 서리도록 추웠다. 방을 환기한다고 약간 창문을 열어 놓고 잤는데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어찌나 차갑던지 오들오들 떨면서도 땀을 흠뻑 흘리며 잤다. 증상 발현 3일째 되던 날에는 인후통이 생겨 침을 넘기는 것도 괴로웠다. 너무 이상했던 건, 통상 초기 증상에 약을 먹으면 감기는 곧 낫기 마련인데 아무리 약을 꼬박꼬박 챙겨 먹어도 증세가 호전되지 않았다는 거다. 결국 뒤늦게 자가검사를 했더니 선명하게 두 줄이 떴다. 처음엔 고장 난 게 아닌가 유심히 테스트기를 들여다보았다. 곧바로 PCR 검사를 받으러 갔고 아니나 다를까 다음 날 양성 판정 문자를 받았다. 유독 PCR 검사를 하러 가던 때, 얼굴에 발진이 엄청 심했는데 선별 검사소에 안내하던 직원이 내 얼굴을 유심히 쳐다보던 게 생각난다. 콧구멍에 면봉을 집어넣기 위해 마스크를 조금 내려야 할 때는 내 얼굴을 보고 놀랄까 봐 마음이 조마조마하기도 했다. 


아토피안 환자는 코로나19에 걸릴 확률이 낮다는 이야기가 돌 때, 그래 이런 거라도 좋아야지... 처음으로 지랄 맞도록 과민한 내 면역기능을 긍정할 거리가 하나 생겼다 생각했는데. 그건 확률이 낮은 거지 코로나에 안 걸린다는 말은 아니었던 거다. 다행히 며칠을 앓고 지금은 호전되고 있는 중이다. 기침이 조금 나기는 하지만 내 과잉 면역도 못 막은 코로나19. 참 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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