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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별 Jan 08. 2019

Part4. Day1/41 “여행의 시작”

180722 밴쿠버

캐나다 빅토리아의 생활을 정리하고 마지막 41일간의 여행을 시작하는 날이다. 두어 달 전 미국에서 만나 함께 여행한 동생 편에 작은 캐리어 하나 가득 짐을 넣어 들려 보냈음에도 막상 짐을 싸고 보니 한 짐이다. 커다란 캐리어에 캐리어만한 보스턴백에 백팩까지 짊어지고 집을 나선다.


아름답고 평화로웠던 빅토리아, 조용하고 한적한 동네 언덕배기에 위치한 홈스테이 집 앞에서 사랑 넘치는 홈맘&홈파파와 사진을 한 장 찍고 아마도 쉽지 않을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페리 선착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빅토리아의 생활의 끝이 한국으로의 입국이 아니라 마지막 여행의 시작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아직은 이 시간이 다 끝났다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지만, 지금 빅토리아를 떠나면 언제쯤에나 다시 와볼 수 있을까라는 생각 때문에 괜스레 마음이 이상해진다.


지난달, 그리고 그 지난달, 캐나다를 방문한 친구와 함께 밴쿠버를 두 차례 방문한 적이 있지만, 이번에 동행한 두 언니는 빅토리아 생활 수개월만에 밴쿠버가 처음이다. 내가 몇 달간 빅토리아에서 생활하다가 처음으로 밴쿠버에 왔을 때 그러했던 것처럼, 두 언니들, 높은 빌딩들이 즐비한 밴쿠버 거리를 보고는 입이 떡 벌어져 다물어질 줄을 모른다.


두 차례 밴쿠버를 방문했을 때 가장 좋아했던 곳은 단연 스탠리 파크였다. 워낙 자연경관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것을 좋아하는 타입인지라 스탠리 파크를 따라 걸으며 이야기꽃을 피웠었다. 이번에는 언니들과 함께 스탠리 파크를 자전거로 한 바퀴 돌아보기로 했다. 자전거로 한 바퀴를 돌려면 한두 시간쯤 걸린다고 하던데 우리는 자꾸만 페달을 멈추고 사진을 찍고 별다르지 않은 풍경을 구경해대는 바람에 시간이 자꾸만 늦어졌다.


한적하고 작은 동네, 가장 높은 건물이 10층 조금 넘는 수준인 시골 동네에서 산 넘고 물 건너왔기 때문에 그렇지, 사실 밴쿠버도 서울에 비하면 작디작은 도시다. 이런 작은 도시 한쪽 끝 바다를 끼고 있는 보석 같은 공원. 스탠리 파크에는 자전거를 타는 사람, 산책하는 사람, 조깅하는 사람,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 7월의 휴일을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해수욕할 생각을 하지 못하고 수영복을 챙겨 오지 않은 나 자신이 이렇게 후회스러울 수가 없다. 결국엔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양말을 벗고 바닷물에 발을 담가본다. 발에 붙은 모래들을 털어내고 시원한 커피 한 잔 마시면서 바다 풍경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이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행복은 참 별 거 아닌 것 같다. 이렇게 쉬운 게 행복인데, 이렇게 또 한없이 어려운 게 행복이다.



밴쿠버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던 삼겹살, 클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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