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동안, 나는 조금 달라졌다

챕터 : 걷는 동안

by 민 과장


사람은 혼자서 자라지 않는다. 누구와 어울리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느냐가 그 사람을 만든다. 이 격언을 깨달은 건 내 곁에 아무도 없다고 느꼈던 중학생 시절이었다. 언제나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던 인기 많은 친구들 곁을 멀찍이 바라볼 때면, 나는 그저 투명인간 같았다.



마치 툭 건드리면 숨어버리는 조개처럼, 나는 멀찍이서 바라보기만 했다. 그들과 섞이고 싶었지만, 나설 용기보다 혹시나 비웃음을 살까 하는 두려움이 컸다. 그래서 웃긴 얘기가 들려도 어울리고 싶은 마음을 감추려 일부러 모른 척했다.



좋아하는 연예인을 보듯, 대학생이 될 때까지 그들의 SNS를 살펴봤다. 그들은 여전히 멋져 보였다. 이름 모를 계곡에서의 단체 사진, 함께한 식사 자리. 생각이 날 때면 한 번씩 찾아보며 남몰래 동경했다.



시간은 흘러 대학교 졸업반이 되자 취업이 인생의 중요한 목표가 됐다. 누구 하나 잘난 것 없이 불안감만 가득했던 우리였다. 새벽 7시에 어학원에 도착하면, 비슷한 모자를 쓰고는 퀭한 얼굴로 “하이…” 한 마디씩 건넸다. 발 사이즈만 한 토익 점수에 울고 웃다가도 결국 함께 PC방에 갔다. 그 시간들이 이상하게도 불안보다 든든함을 키웠다. 그렇게 같은 속도로 걸어갔다.



운이 좋게도 나는 다음 상반기에 취업에 성공했다. 함께했던 친구들도 차례로 좋은 소식을 전해왔다. ”오늘은 내가 쏜다! “를 매주 외쳤고, 어학원이 위치한 강남역은 우리의 파티 장소가 됐다. 마지막 한 명까지 취업에 성공했을 때, 정말 무언가를 함께 이룬 사람들 같았다.



취업하고 1~2년이 지났을 때, 중학교 때 인기 있던 그 무리가 어떻게 살아가는지 문득 궁금해졌다. 오랜만에 찾아본 그들의 SNS는 대학교 졸업 후 스키장에서 찍은 사진을 끝으로 멈춰 있었다. 물론 그들도 취업하고 바쁜 생활이 이어지다 보니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재밌는 건 과거 그들의 사진이나 동영상이 엄청 멋있어 보였는데, 지금 보니 유행 지난 옷 같았다. 스키니진과 비대칭 머리, 스트릿 패션… 그때는 화려한 웃음과 눈에 띄는 모습이 멋이라 여겼지만, 지금은 그저 그 시절의 단편일 뿐. 나도, 그들도 한때 그런 겉모습에 열광했으니, 아마 근미래에 지금을 돌아보면 마찬가지일 거다. 중요한 건 더 이상 그런 ‘멋’에 흔들리지 않는 내 안의 기준이 생긴 것이다.



나는 여전히 특별할 것 없이 평범하다. 그러나 이제는 안다. 방향이 같고, 묵묵히 함께 걸어주는 사람들 덕분에 절대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을. 그때는 그저 빛나는 그들의 곁을 부러워했지만, 지금은 내가 누군가의 곁이 되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렇게 평범한 발걸음이 모여, 더 단단한 나를 만들고 있다.




“야 민 과장, 너 뭐 하냐?”

“아… 나 요새 글 써.”

“미친놈… 너 국어 개 못하잖아.”



예전 같았으면 숨었겠지만 나는 웃으며 다시 문장을 고친다. 그렇게 나는 오늘도 함께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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