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는 교육에 진심이다. 입사 3개월은 기본 교육과 매주 시험, 그다음 9개월은 금·토 추가 교육이 이어진다. 본부장과 팀장은 매주 성적 파일을 열어 마우스 휠을 돌리며 막내 이름을 훑는다.
성적표 맨 위는 늘 내 자리였다. 기대가 쌓였고, 자만이 피었다. 3개월 기본 교육을 수료하고 팀에 배치됐다. 현장에 나가 완벽하게 암기한 스크립트를 줄줄 읊었지만, 고객들의 표정은 싸늘했다. 한 고객이 물었다.
“나 경쟁사 제품 쓰는데? 너희 거보다 더 좋아”
질문 한 방에 말문이 막혔다. 글로 배운 장점이 현장 반응으로 어떻게 번역되는지는 배우지 못했다. 그래도 실적을 내야 하니 담당 거래처 60곳을 돌아다녔다. 그중 한 원장님이 이렇게 말했다.
“너 이거 뭔지는 알고 이야기하는 거야? 경쟁사 파악은 했고?”
볼멘소리가 불쑥 나왔다. 원장님은 나를 앉히더니 분침이 한 바퀴 돌 때까지 혼냈다. 그런데 이상했다. 혼나면서도 오히려 배움이 시작됐다. 제품과 시장의 정보, 사용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하나씩 들리기 시작했다.
사무실에 복귀해 원장님과의 대화를 정리했다. 현재 시장 상황, 우리 제품의 위치 등 A4에 마인드맵을 그리니 교육용 글이 현장의 언어로 바뀌기 시작했다. 고객의 전환 기준은 검증된 임상 자료와 체어 타임(환자 진료시간) 단축이었다.
다음날 다시 찾아가 자신 있게 설명했다. 원장님의 표정도 좋아 보여 성공했다는 느낌이 들었을 때, 하얀 이를 드러내며 “너… 진짜 정신 안 차릴래? “라고 말하더니 또 혼이 났다. 3일 동안 찾아갔고, 3일 동안 혼났다. 흰 셔츠가 땀에 젖어 회색빛이 됐다.
4일 차, 변화가 생겼다. 원장님은 제품을 구매하며 “내일도 와서 똑바로 이야기해! “라며 뜨거운 숨을 내뱉었다.
정확히 5일 차가 되니 제품 설명이 입에 붙었고, 본부에서 가장 많이 판매한 사람이 됐다. 나는 그 이후로 원장님을 자주 찾아간다.
“야! 또 왜 왔어! 이번엔 뭔데!”
“원장님! 이번에 이거 신제품인데, 저 이거 많이 팔고 싶어요. 도와주세요.”
“어휴, 앉아.”
머리로 얻은 지식은 오만이었고, 몸으로 터득한 무지는 지혜가 되었다. 현장은 정답을 안 가르치지만, 해답을 찾는 과정을 가르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