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기술

by 민이새

커튼을 한 뼘 열자

얇은 빛이 식탁으로 흘러왔다
숨을 천천히 고른다
오늘은 여기서부터 시작


주전자가 조용히 끓고
머그컵에 김이 오른다
뉴스는 잠깐 미뤄두고
창틀의 먼지를 손바닥으로 털어낸다


발목을 천천히 돌리고
어제의 피곤을 바닥에 내려놓는다
신발 두 켤레의 코끝을
문 쪽으로 곧게 맞춘다


화분에 물 한 잔
잎 끝이 반짝이면 마음도 조금 밝아진다
적금보다 확실한 건
제때 돌본 것들이 주는 기분


나이 들수록 속도는 줄었지만
대신 여유가 근육처럼 붙었다
빨리보다 오래,
그게 요즘 내 쪽의 관성


씻기지 않는 슬픔이 있어도
한 컵의 물과 한 줄의 메모로
절반쯤은 가라앉는다
오늘 해야 할 일엔 동그라미 하나


거울 앞에서 억지로 웃지 않아도 된다
입꼬리가 조금만 올라가도
충분히 괜찮은 신호


아침은 오는 게 아니라
작은 동작들로 천천히 빚어지는 것
그리고 끝에 남는 건
해가 아니라, 내가 켠 불빛 한 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