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싶은 음식이 있어도 예전 같은 먹심은 부려지지 않는다. 정성스럽게 밥상을 차리는 일도 거의 없다. 내가 차린 밥상에 앉아 엄지 척을 날려주는 찐팬, 내가 끓이는 찌개를 콧잔등에 땀을 송골송골 맺혀가며 먹어주는 찐팬, 엄마가 차려주는 카레, 제육볶음, 순두부찌개 등등을 진심으로 맛있게 먹어주는 내가 차린 밥상의 찐팬이자 주인공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누군가에게 정성 들여 음식을 만드느라 ‘뚝딱뚝딱~ 달그락~’ 거리는 소리가 나지 않은지 벌써 1년 하고도 6개월이 흘렀다.
그 녀석은 저녁밥상을 부담스러워하지 않는 체질을 타고났었다. 나의 DNA는 아니지 싶다. 그리 먹어도 살이 찌지 않아서 우리 집 저녁밥상의 주인공은 늘 그 녀석이었다. 딸아이와 나는 먹기만 하면 통통하게 온몸이 반응을 하는 탓에 심술이 나기도 했다. 어느 날엔가는 아무리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그 녀석의 위를 늘려주자며 딸아이와 둘이 합심을 해서 맛있는 음식을 잔뜩 차려주고 계속 먹으라고 재촉을 해보기도 했다. 그렇게 세 식구 둘러앉아 장난도 치며 함께 먹었던 ‘저녁 밥상’.
그 녀석이 없는 탓말고 내 나이 탓도 있다. 사실 50을 훌쩍 넘기고서부터 저녁밥상에 욕심을 부리기가 영 쉽지 않다. 예전 같은 소화력을 뽐내기가 어렵다. 욕심부린 만큼 먹고 나면 소화가 쉽지 않아 ‘거봐 거봐, 욕심이라니까.. 에휴’ 라며 후회하기 다반사. 그렇기에 점점 저녁을 멀리하게 된다. 또한 ‘남이 차려주는 밥상’의 맛을 알았으니 저녁 차리는 시간이 번거롭고 귀찮기도 하다. 그나마 딸아이가 먹고 싶다고 하는 음식이 생기면 가능하면 주말 낮에 만들어 먹으며 웬만하면 저녁시간은 피한다. 운동삼매경에 빠진 딸 덕분에 저녁식사는 거의 하지 않기에 요즘 우리 집 저녁밥상은 거의 폐업상태.
오늘도 퇴근하고 들어오니 아무도 없다. 딸은 약속이 있어 늦는지 집이 조용하다. 오늘따라 퇴근하고 돌아오면 하루종일 애썼다며 환한 미소로 맞이해 주었던 그 녀석이 그립다.
“우재야~ 오늘은 뭐 먹을까? 뭐 먹고 싶은 거 없어?”
“응.. 엄마가 끓여주는 순두부찌개 먹고 싶은데 ~ “
“그래? 알았어~ 마침 순두부 사다 놓은 게 있으니까 바로 끓여줄게~ 기다려~”
한참 후 ‘달그락달그락’ 식탁에 숟가락을 가지런히 놓으며
“우와~ 찌개 냄새가 끝내주는데~ 역시 엄마표 순두부찌개~ 최고~”
라며 엄지 척을 날리고 씩 웃는다.
“히히 당연하지~ 어서 먹고 또 먹어 ~~”
소소한 일상, 소박한 저녁밥상을 언제든지 차려줄 수 있을 줄 알았던 예전의 그날은 이제 영원한 추억으로만 마주하며 마음 한구석에 뭉툭해진다. 우리 집 주방에서 ‘달그락달그락 뚝딱~ 뚝딱’ 분주함이 혹여 다시 살아난다 해도 예전 같지는 않을 것을 나는 안다. 그래도 언젠가는 닫힌 주방문을 활짝 열고 딸과 함께 음식을 만들어 소소한 일상을 나누며 아들에 대한 소중한 추억을 이야기 나누는 편안한 저녁밥상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