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반 가까이 독박 육아를 하면서
나를 가장 울적하게 만들었던 것은
내 시간을 내 마음대로 쓸 수 없다는 것이었다.
만약 일주일을 어느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완전한 자유를 얻어 온전히 나를 위해 보낼 수 있다면, 나는 일주일이라는 시간 동안
나의 역사를 써보고 싶다.
요즘 도서관 투어 중인 나는 지난주에 전주 시청에 있는 ‘책기둥’이라는 도서관에 갔다가
우연히 흥미로운 책 한 권을 발견하고,
앉은 자리에서 3시간 넘게 그 책 속에 빠져들었다.
내게 온 책은 바로, 다치바나 다카시가 쓴
<자기 역사를 쓴다는 것>이라는 책이다.
자고 일어나면 변해있는 세상을 매일매일 쫓기듯 허겁지겁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버겁고 불안한데
그 와중에 내 진로와 본업에 대한 고민 때문에
요즘 들어 부쩍 막막하고 두려운 순간이 많았다. 그러던 중에 이 책을 만난 것이다.
자기 역사를 쓴다는 것은
나한테 어떤 의미가 있을까.
몇 년 전에 인생의 그래프를 그려볼 기회가 있었다.
인생에 큰 변화를 가져왔던 터닝포인트들을 점으로 찍고, 그 점들을 연결해 그래프의 상승과 하락을 확인하는 것이다.
그렇게 추상적으로나마 내 인생을 훑어보며
‘아, 내가 이런 인생을 살아왔구나...
좋았다가 안 좋았다가 반복하는 거 보니까
앞으로도 그런대로 살아지겠네.’하며 안도했었다.
하지만 자기 역사를 쓴다는 것은
인생의 그래프를 그리는 것보다 훨씬 심층적으로 느껴진다. 지나간 시간을 연표로 적어보고 인생의 고비고비를 찬찬히 곱씹으면서 그때의 나를 둘러싼 주변 환경과 사람들, 사건들이 내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그로 인해 나는 어떻게 변하고 굳어졌는지 면밀히 들여다보는 작업이다.
나의 역사를 쓴다니...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렸다.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나는 나의 역사를 꼭 한번 써보고 싶어졌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 더 잘 알고 싶다.
그러고 나면 다른 사람들의 인생을 살려고 더는 발버둥 치지는 않겠지.
그러고 나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 지금보다는 더 선명한 방향을 찾을 수 있겠지.
내려놓아야 하는 것과 안고 가도 되는 것의 차이,
어쩌면 그 불투명하고 애매모호한 기로 앞에서
내 인생에 찰떡인 나만의 나침반을 가지고 싶어
나의 역사를 쓰는데 적어도 일주일은
통째로 보내고 싶은 걸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