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끼는 지인 생일이라 손 편지를 써주고 싶은 마음에 서랍장을 열어 편지지를 찾았다.
그런데 편지를 쓰려고 했던 것은 까맣게 잊어버리고 한참을 그 앞에 쭈그리고 앉아
편지지 아래 놓여있는 엽서 더미를 꺼내
한 장씩 넘겨보고 있다.
외국 여행지에 방문할 때마다 사 모았던 엽서들이며 미술관이나 전시회에 갔을 때 받아왔던 엽서들, 문구점에서 그저 눈길이 가서 하나둘 사 모았던 엽서들까지. 책자처럼 두꺼웠다.
내가 엽서를 모은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살고 있었구나.
엽서를 한 장씩 넘길 때마다
그 시절로 시간 여행을 떠났다.
그날 내가 느꼈던 기분, 그날 날씨,
나와 그 장소에 함께 있었던 사람들...
여전히 내 곁에 있는 사람들도 있지만,
지금은 연락이 두절된 사람들도 있고,
세상을 떠난 이도 있다. 모두가 그립다.
무엇 때문에 자주 꺼내 보지도 않을 엽서를
나는 이리 모아왔을까.
예쁜 엽서를 살 때면, 언젠가 내가 좋아하는 이에게 짧은 메시지라도 적어주고 싶어서.
여행지에서 엽서를 살 때면, 이곳에 함께 오고 싶었던 이에게 편지를 쓰고 싶어서.
전시회나 미술관에서 주는 엽서를 받아올 때면,
그 공간에서 받은 느낌을 간직하고 싶어서.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는 이 모든 걸 기억하고 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