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니샤인 Nov 22. 2022

처음하는 화장은 엉성해

사진찍기



내가 처음 굿즈 사업을 시작하기로 하고 찍은 사진들을 지금 보면 참, 어설프고 엉성하다. 딴에는 꽤나 완벽하다고, 이 정도면 그럴듯하다고, 전문가 느낌이 난다고 박수를 쳤지만 빛의 양이나 여러 콘셉트의 부족 등 엇나간 포인트가 눈에 보인다. 그럼에도 나쁘지 않아 보이는 것은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다. 최고는 아니지만 최선을 다한 것은 최악이 되지 않는다. 다행이다. 최악은 감동은 차치하고라도 티끌만 한 정성도 안 보이는 정말 대충 하는 데에서 느껴진다. 다행이 나름대로 소품을 사고 이리 포개 보고 저리 돌려보고 하며 남겼던 나의 첫 굿즈 사진들이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마치, 화장을 많이 해보지 않은 20대 초반의 학생이 딴애는 최선을 다해 두드리고 발랐지만, 여기저기 기초부터 채우지 못해 뜨는 것을 본 것 같은 것. 그 노력이 귀여워 머리를 콩, 쥐어박고 싶어지는 느낌. 그런 풋풋한 엉성한 사진들(물론, 남자들은 싫어할 수도!)







아무도 알려주지 않지만


 나는 지금도 엉성하게 발전하고 있다. 발전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건 한 달 전의 사진보다 지금의 사진이 더 나은 게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아주 잘 찍는 사람들과는 비교할 수 없고 비교 자체가 안된다는 것을 안다. 그렇다고 주눅 들지 않는다. 난 최고의 장비를 장만할 만한 단계가 아닐뿐더러 내 나름의 철학이 최고보단 최선이기 때문이다. 마음은 느껴지리라, 고 생각하며 오늘도 상품을 이리 돌리고 저리 돌리며 나름의 기교를 부려본다. 누군가는 사랑스럽게 봐주리라.




한 계단 - 자연광과 배경천. 그리고 작은 데코 소품


처음엔 집에서 일을 했다. 조명도 있지 않았고, 예쁜 배경이 될만한 집의 어떤 부분도 없었다. 월셋집의 투박하고 싼 도배지를 배경으로 찍자니 없어 보였고, 장판도 구식 우중충한 갈색이라 바닥에 놓기도 싫었다. 어디에 비춰도 예쁘지 않아서 배경천을 구입했다. 그 위에 머그컵들을 올려두었다. 조명이 없으니 최대한 창가 쪽에 가까이 가서 자연광을 조명삼아 찍었다. 자연광에 놓고 찍으면 예쁘게 나온다고 유튜브에서 봤기 때문인데, 이게 치명적인 것이 흐린 날에는 여지없이 망한다는 것. 날이 좋을 것을 기다리고 있다가 사진을 찍을 순 없었다. 하지만 해가 좋은 날에 찍은 사진은 지금 봐도 색감이 참 예쁘다. 자연광이 왜 예쁜지 그때 알았다.



두 계단 - 촬영 박스


흐린 날 때문에 촬영 박스를 구입했다. LED 등이 안쪽에 박혀서 제품을 박스 안쪽에 넣어서 LED 등의 빛을 한 몸에 받도록 한 뒤 찍는 것인데 크기가 큰 것은 너무 비쌌고, 작은 것은 쌌지만 다채로운 설정을 할 수 없었다. 작은 액세서리 소품 하시는 분들에겐 아주 좋을 것 같았다. 내 머그컵이나 텀블러 등은 맞지 않아 지금은 쓰지 않는다.



세 계단 - 촬영 테이블과 조명 구입


사무실을 얻고는 촬영 테이블을 구입했다. 내 상품들을 보다 넓고 밝은 곳에 두고 찍고 싶었다. 제품의 찍는 각도가 벽면까지 찍히는 구도라서 제품 뒷면까지 천이 배경을 장식해야 했다. 그리고 접고 펴는 형식의 큰 조명을 두 개 구입했다. 촬영 테이블에 오트밀 색상의 배경천을 덮고 그 위에 제품을 올려 옆쪽으로 조명을 켰다. 사진의 색감이 밝아졌다. 확실히 조금 더 전문적인 느낌이 났다. 여기에 풀잎이나 책 등의 촬영 소품을 옆에 놓고 찍으면 나쁘지 않다.




다음 단계는 촬영 방일 예정이다.

현재는 사무실의 촬영 공간은 협소해서 이 정도만 투자해두었다. 하지만 곧 이사하는 사무실에 가서는 촬영만 하는 방을 따로 만들어 둘 생각이다. 예쁘게 공간 인테리어도 할 생각이다. 이왕이면 자연광도 들어오게 해두려고 한다. 아무래도 자연광만 한 조명이 없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배우며 발전하는 촬영 스킬


누구나 처음엔 엉성하니까 빨리 시작해서 자신을 바로 봐야 한다. 그래야 발전한다. 재밌는 것이, 보는 눈들은 다 있다. 그래서 남이 한 걸 보고 평가는 쉽게 한다. 하지만 직접 자신의 손으로 해보려 하면 민망할 정도로 구릴 때가 있다. 눈과 손의 괴리감이 오는 순간은 직접 해봐야 알고, 그 자각으로 사람은 발전한다. 나 또한 엉성한 사업 초기 시절의 사진과 글이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잘하는 사람들의 것들을 보고 내가 가져올 수 있는 것들은 가져와보고 비교해 보면서 조용히 발전했다. 그로부터 이건 패턴이 되었다. 프로들의 것들을 보고-직접 해보고-충격받고-내게 맞는 방식으로 다시 해보고-정착-다시 프로들의 것들을 보고-해보고-충격받고의 연속이다. 나 자신을 괴롭히며 발전해가는 스킬들이 참 사랑스럽다.



내 굿즈들에게 키스를!




작가의 이전글 열받아서 시작한 사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