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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샤인 Apr 01. 2023

우리를 품어준 두 번째 집



이틀 뒤면 이사를 갑니다.


딸아이의 나이 3살에 들어와 초등학생이 되어 나가게 되었네요. 그간의 시간들이 생각나요. 이 집에 들어올 때 우리는 정말 앞길이 막막하고 가난했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선물들을 많이 얻고 더 넓은 집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으니 정말 고마운 공간이죠. 창피를 무릅쓰고 정리안 된 우리 집의 사진을 올리는 것은 후에라도 이 공간을 기억하고 싶어서입니다. 이게 제 모습이기도 하고요. 


어제는 변기 커버가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어른용 커버는 엉덩이 둘레가 커서 작은 아이의 엉덩이는 자꾸만 아래로 빠져 2중으로 아이의 엉덩이에 맞게 설계된 커버인데요. 이제는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어 커버려서 어느 날부터인가 어른용을 썼답니다. 바꾸기 귀찮아 그냥 두던 변기커버가 새삼스럽게 너무나 고맙고 애틋했어요.



이 집은 우리 부부가 두 번째로 선택한 집이었어요. 첫 번째 집은 신혼집이었죠. 그 공간에서는 아무래도 서로 너무나 다른 성향의 두 사람이 맞춰 가느라 많이 싸우고, 울고 했던 기억에 그리 좋진 않았어요. 하지만 첫 집에서 우리 딸아이가 태어나고 첫걸음마를 떼었던 소중한 기억이 있네요. 그리고 지금 이 두 번째 집. 이 집에서는 우리 부부는 더 이상 싸우지 않아 평온했고, 3살의 작은 딸아이가 예쁘게 커준 기억이 후에도 날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제 사업을 이 집에서 시작한 게 가장 큰 추억일 것 같아요. 집의 주소를 사업자주소로 하고 개인 사업을 시작했어요. 집으로 물건을 받아 잔뜩 쌓아 두고 주문을 받았어요. 택배기사님이 집으로 고객이 주문한 물건을 픽업하러 오셨죠. 그렇게 정말 소일거리로 시작했던 사업이 커져서 사무실을 얻고 지금까지 꾸준히 매출이 올라가고 있어요. 그때 연을 맺은 택배기사님은 아직도 우리 회사의 담당이시죠. 처음 사무실을 차렸을 때, "제법, 사장님 같으세요." 하며 잘 될 거라는 응원을 해주신 고마운 분입니다.



사업도 잘 되고 있고, 아이도 예쁘게 크고 있고, 신랑과도 잘 살고 있습니다. 곧 이사할 우리의 세 번째 집에서는 어떤 역사와 추억이 만들어질지 기대가 되네요. 이제 이 집에서 잠을 청할 날이 이틀 남았어요. 그래서 괜히 우리의 손때가 묻고 추억이 있는 자리에 오래 시선이 머뭅니다. 



우리의 두 번째 집아.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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