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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샤인 Nov 30. 2022

뭐라고 얘길 꺼내야 할지

카피라이팅





TV 연애 프로그램이 한창 유행이다. 첫 연애, 다시 연애, 미워도 연애. 사랑의 다양한 모습들을 사업과 관련짓다 보면 재미있다. 연애가 사업의 과정과 참 많이 닮아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우리가 무언가를 판매할 때에 내게 전혀, 1도 관심이 없는 고객에게 어떻게 말을 걸어야 나를 바라볼까? 그런 고민을 하는데 이게 말하자면, 후킹이라고 말한다. 이 후킹 능력이 근래에 카피라이터들에게 가장 필요한 스킬이라고 한다. 나는 평소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냉혈인간이라는 말을 가족들과 오랜 지인들에게서 듣는다. 사탕발린 말은 하지도 못할뿐더러 듣는 것도 소름 끼친다. 그런 내가 상품 판매를 위해 카피라이터 수업을 몇 개 들었는데 여러 강사들이 '후킹'을 참 많이 강조한다. 







이미지로 꼬시기 = 썸네일
문장으로 꼬시기 = 후킹


그런데 이 후킹이라는 것이 걸어서 낚다, 라는 의미가 포함이 되어 있다. 

평소에 나는 호언장담, 만의 하나의 무조건 긍정, 죽어도 의리, 영원한 약속, '넌 그렇게 될 거야'식의 조종하는 말, '내가 해봐서 아는데' 가르치듯 누르는 말, 100%.... 이런 류의 표현이 무척이나 불편하다. 어떻게 연약하고 불완전하고 무지하고 비성숙한 인간이 무언가를 단언할 수 있겠나, 이렇듯 병적으로 말을 조심하는 내가 이커머스 시장에 던져졌다. 하... 나는 이 거대한 커머스 시장에서 고객의 눈길을 어떻게 사로잡을까.


고객만족 100% 후기가 증명합니다.

이거만 먹었는데 정말 달라졌어요.

이거 모르면 당신은 가난해집니다.


이런 문장 보면 속으로 대꾸가 먼저 나온다. '고객만족 100%가 말이 돼? 만족스러운 사람들 것만 골랐겠지. 이거만 먹고 달라졌다고? 정말 다른 건 안 먹었나? 이거 모르면 가난해진다고? 몰라도 벌써 잘 사는 사람은 잘 살아....' 나도 참, 피곤한 인생이다.




안녕하세요. 저는 000입니다. 하는 일은 000고요. 어쩌고저쩌고.



연애 프로그램에서 자기소개 자리에 서서 첫마디를 떼며 자신을 매력적으로 보이기 위해 닫은 입술을 떼는 그 마음이 이해가 된다랄까. 나는 늘 상세페이지를 만들 때에 고민이 많다. 상세페이지에는 일련의 공식이 있긴 하다. 상세페이지에는 설득의 심리학이 집약이 되기 때문이다. 잘 만든 상세페이지는 펀딩 사이트에 가보면 알 수 있다. 펀딩 금액이 높은 상위 10개의 상세페이지를 분석해보면 공식이 나오는데 그대로만 해도 금상첨화다. 그러나,


공식대로만 하면 중간은 가도, 최고엔 오를 수 없다. 나만의 소구점(차별화되어 강조할만한 장점)을 잡아 강력한 후킹 멘트로 고객을 낚아야 한다.



그래서 후킹을 배운다.



후킹을... 배웠다. 내가 배운 후킹은 얼굴에 철판을 깔고 대놓고 장사꾼 모드가 돼야 한다. 때론 거짓말 같은 소리도 해야 할 때가 있었다. 10가지 단점은 난 모르겠고, 장점 1가지만 가지고 홀린 사람처럼 밀어 부쳐 내 말에 현혹되게 해야 한다. 사람은 모두 달라서, 내 생각보다 상품을 높게 평가할 수도 있으니 너무 양심의 가책을 느낄 필요는 없다. 내가 정말 좋다고 생각해도 낮게 평가할 수도 있으니, 어쨌건 판단은 내가 미리 해버리면 안 된다. 그냥 내 말에 심취하는 거다. 상품을 기획할 때는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판매할 때는 그냥 미쳐버리는 거다. 결국엔 잘 팔리는 상품이 좋은 상품이다. 그게 이커머스 시장에서 살아남는 방법이고, 살아남은 카피가 잘 된 후킹이 되어 공유되는 이유다.



그녀가 소개를 시작하자 이성들의 눈빛이 반짝였다. 자기소개를 마친 매력적인 출연자는 대단한 후광을 얻고 내내 관심을 듬뿍 받으며 끝내는 사랑을 쟁취한다. 첫인상의 효과는 여간해선 깨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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