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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샤인 Dec 05. 2022

마스크를 쓰니 오히려 좋아

비대면 사업


Photo courtesy of Gratisography



나는 사람과 마주 앉아 이야기하는 것에 서툴다.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상대가 공감되지 않는 말을 하면 무슨 반응을 보여야 자연스러울지 계산하고 애쓰느라 에너지 소모가 굉장히 크다. 솔직히 말하면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오랫동안 지켜보고 내 안의 일련의 기준에 의해 만족스러우면 그 사람을 좋아하고, 한번 좋아한 사람은 엔간해선 마음을 돌리지 않는다.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기준이 꽤나 까다로워서 좋아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은 거의 멋진 사람들이고 그런 부류의 사람들은 주위에 흔하게 찾아보기 어렵다. 주로 TV나 책으로 만난다.


나는 코로나 시국이 오기 전에도 마스크를 종종 꼈다. 호흡기가 예민해서 툭하면 콧물이 줄줄 흐르는 비염이 있기도 해서였지만 마스크를 끼면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그럴 때마다 사람들은 어디 아프냐고 물었다. 코로나로 마스크를 끼는 것이 일상화되기 전의 인식은 병원 안에서의 환자들이 주로 마스크를 착용했으니 그런 날 아픈 사람으로 생각할 수도 있었다. 반복되는 같은 물음과 시선이 좋지 않아서 비염이 심한 날에만 마스크를 꼈는데, 불행 중에 다행으로 코로나 시국이 가져온 마스크를 끼는 문화가 내게는 참 반가웠다. 마스크를 끼면 좋은 이유는 내 시무룩한 표정을 상대에게 들키지 않아서였다. 억지로 화장을 겹겹이 하지 않아도 되는 것도 매우 만족스럽다. 어떤 회사는 마스크를 한대도 화장을 하고 립스틱을 바르라고 공문이 내려왔다고 한다. 저런 생각을 하는 인간이란, 역시 인간이란.







나는 인간이 싫어. 진짜, 너무. 싫어.



드라마 나의 해방 일지에서 나온 대사다. 극 중 구자경이 염미정에게 술에 취해 한 말이었다. 어떨 때는 아무것도 안 하는데 그냥 옆자리에 앉아 있는 것도 싫다고, 눈앞에 얼쩡거리는 게 그냥 싫다고 말한다. 나는 모든 인간을 싫어하진 않지만, 남을 괴롭히는 게 아무렇지 않은 인간들이 너무 싫다. 이기적인 인간들 말이다. 너무도 데어서 이젠 아주 적은 확률로 존재하는 이타적인 사람에 대한 기대조차 걸지 않게 되었다. 가족과 검증된 몇 사람 이외의 낯선 사람은 모두 곁을 주지 않는다.



말이 구구절절 길었다. 그런 내가 사업을 하는데, 사람을 상대로 사람과 거래를 하게 되었다.



돈은 사람의 주머니에서 나온다.


그렇다. 나처럼 극소심 주의자가 사업을 한다. 사업가라 하면 배포도 있고, 그릇도 커서 많은 사람들을 품을 줄 알아야 하고... 그렇게 배웠는데, 그런 내가 사업을 한다. 사업을 하기 전, 나는 그릇이 작다며 작은 일을 매일 정확하게 처리하는 연구원이 잘 어울릴 거라는 말을 늘 듣고 살았는데 그런 내가 사업을 한다. 가족들과 나를 아는 친구들은 의아해하며 걱정을 했다. 하지만 난 직장에서 내몰린 후 더 이상의 선택지가 없었고 어떻게 해서든 내가 선택한 길에서 자리를 잡아야 했다. 그래! 돈은 사람의 주머니에서 나온다고 했다. 그럼 내가 사람을 싫든 어떻든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비즈니스다. 거래 마인드로 내 상품을 주고, 받으면 그만이다.




영업, 영업, 그놈의 영업!


영업을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사무실에 고사라도 지내고, 떡도 맞춰서 돌리고, 지인들 불러서 개업식도 시끌벅적하게 한 뒤에, 큰 대로변에 현수막도 하나 걸고, 주변에 나를 알리러 인사도 하러 다니고, 내 상품이 필요한 잠재고객들의 사업장에 방문해서 눈도장이라도 찍고, 필요하다고 하면 달려가고, 나는 그럴 자신이 없었다. 누군가 내게 했을 때 싫은 행동은, 나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렇다면 영업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말이다.



고객이 스스로 나를 찾아오게 만들자!


나는 고객이 내게 찾아오게 하기 위해 블로그를 개설했다. 그리곤 SNS를 차례로 만들었다. 네이버 블로그, 다음 티스토리,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유튜브까지. 나를 알릴 수 있는 온라인 채널을 다 만들어 놓고 하루에 1개는 반드시 업로드했다. 물론 채널마다 달랐는데, 네이버 블로그는 정말 필사적으로 매달렸다. 하루에 3,4개까지도 올렸고, 유튜브는 영상이라 처음에는 콘셉트 잡기가 어려워 시작하지 못했지만 늘 머릿속에 유튜브 유튜브가 맴돌았고, 시작한 지 1년이 지난 즈음부터 우리가 제작한 사례들을 공유하며 꾸준히 업데이트 중이다. 내가 SNS에 지속적으로 올린 콘텐츠들이 나를 전문가로 각인되도록 했고, 고객들의 문의가 하나둘씩 늘었다. 문의 5건 중 1건은 계약되었고, 인쇄물 특성상 객단가가 높지 않아 큰 이익이 되진 않았어도 희망이 보였다.



거기가 어딘가요? 찾아뵙고 싶은데요.


오프라인 매장을 등록해두고 영업을 하니 자연스레 같은 지역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온라인으로 상담을 한다는 말에도 불구하고 굳이 찾아오신다는 고객분들을 만난다.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익숙하신 고객분들이 신데, 나는 얼굴을 대하고 이야기하는 것이 영 달갑지 않아 온라인으로 상담을 종용한다. 그러면 열에 여덟 분은 오지 않으신다. 기분이 상하신 게 분명하지만 굳이 붙잡으려 하지 않는다. 내가 지향하는 시스템은 온라인 프로세스이기에 그 시스템을 정착시켜야 한다. 그래야 우리 직원들도 불편한 만의 하나의 상황을 만나지 않고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을 것이다. 말하자면 온라인 상담채널들은 마스크인 셈이다. 사람을 대해야 하지만, 간접적으로 만날 수 있는 좋은 장치. 비대면의 온라인 상담이며 강의며 모든 시스템들이 코로나 시국으로 일상적으로 정착된 계기가 되었고, 나는 그 틈을 타서 다행스럽게도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마스크를 써도 이상하게 보지 않는, 온라인 상담으로 한대도 이상하게 보지 않는 지금의 사업환경이 참,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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