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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샤인 Dec 10. 2022

전화보단 메시지로 얘기해주세요

상담채널




앞의 글에서 말했듯이 나는 사람과 대면하는 것이 어려워 100% 비대면을 선택했다. 물론 채팅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급한 성격에 맞지 않는 분들은 대표전화로 전화를 걸어 빠르게 설명한다. 나는 그들의 말을 묵묵히 들어준다. 그분들은 말로 이야기를 해야 직성이 풀리기 때문에 일단은 끝까지 들어준다. 하지만 유선상으로 주문을 받으면 그 말이 증발이 되어 버리기도 하고, 무의식적인 숫자나 단어를 자신도 모르게 뱉어서 나중에 문제의 소지가 굉장히 많다. 그래서 중심이 되는 주문 내용은 다시 한번 문자메시지로 남겨달라고 이야기한다. 자신은 통화를 했으니 굳이 적지 않는 분들도 종종 있다. 그런 경우, 내가 먼저 내용을 요약해 남기고 내용 확인을 받고 접수를 한다. 말하자면, 증거를 남기는 것이다. 전화 통화가 좋을 때는 문자로는 오해가 생기거나 너무 많은 내용을 담게 되면 글을 다 읽지 못하시고 대충 넘기시기 때문에 강조 설명해야 할 때 유용하다.


그런데 이렇게 상담을 진행하다 보니 채팅에 대해 선호와 비선호층이 좀 나뉘는 게 느껴진다.







선호 - 젊은 층, 정확하고 사무적인.


일반적으로 젊은 층의 고객님들은 전화통화를 껄끄러워한다. 채팅으로 이야기를 하다가 좀 더 정확한 소통이 필요할 것 같아 전화를 걸면 받지 않는다. 일부러 피하는 것이 느껴지면 그냥 채팅으로 이야길 이어간다. 아무래도 나처럼 채팅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편한 것 같다. 또 다른 유형은 정확한 것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다. 특히 회사의 담당자님들인 경우들인데 그분들도 만에 하나의 이슈에 대한 증거로 채팅을 선호하신다. 좀 더 규모가 큰 회사에서는 메일로 내용을 달라고 요청한다. 마찬가지로 이슈 발생 시 메일을 증거로 윗선에 보고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외려 이런 정확한 방식이 좋다. 잘못의 소지가 있는 쪽에서 책임을 지는 게 맞기 때문이다. 나는 책임을 회피하는 것을 제일 싫어하기 때문에 이성적인 판단을 전제로 내게 잘못이 있다면 처리해주는 게 맞다. 엉뚱한 논리로 증거도 없는 말을 하며 당신이 분명히 그랬니, 안 그랬니 따위의 논쟁은 진이 빠진다.




비선호 - 고령층, 간단하게 한번에.


이 또한 일반적인 견해이지만 고령층에서는 채팅을 껄끄러워하신다. 일단 문자 쓰는 것이 어렵기도 하고 명확하게 내용을 정리해 입력하는 것이 부담스러우신 것 같다. "아유~ 나는 그런 거 몰라요. 그냥 해줘요."라며 주문하시는 고객님들은 성격이 무던하셔서 까탈스럽게 굴지 않는 경우가 많긴 하지만, 그냥 귀찮은 게 싫어서 막무가내로 해달라고 하신 분들은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을 떠넘기기 일쑤다. 그래서 나는 이런 분들은 그들이 해야 할 주문 접수를 역으로 내가 해서 보내드리곤 확인을 받는다. 확인받으면서는 위 내용에 대한 책임은 고객님에게 있으니 꼼꼼히 확인해달라고 더욱 강조를 한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그들의 말을 들어주며 일하다가 일이 터져 손해를 보는 상황을 너무나 많이 겪으며 생긴 내 나름대로의 절차가 되었다.







카카오 채널/네이버 톡톡/채널 톡 이외


온라인 상담채널은 이렇게 3가지를 쓰고 있다. 나는 네이버 블로그로 많은 고객 유입을 받고 있기 때문에 네이버 톡톡도 연결해두었으나 카카오톡 접수와 네이버 톡톡 접수는 9:1 정도로 카카오의 액션이 크다. 채널 톡은 자사 홈페이지에 고객상담과 CRM(고객관리)를 위해서 세팅해두었지만 일부 기능만 무료고 다양한 기능은 유료인 점, 그리고 구성이 눈에 익숙지 않은 등이 실무에서 자유롭지가 못해 카카오톡으로 다시 바꾸게 되었다. 국민 앱 카카오의 위력을 많이 느끼고, 그로 영업을 하고 살고 있어서 카카오가 두렵고도 고맙다. 몇 달 전, 카카오톡 먹통 사태가 있었을 때 주말부터 월요일까지 총 3일간 상담 진행을 못했다. 그리고 화요일 오전에 일부 기능들이 복구되면서 화요일 오후부터 정상적인 상담이 가능했는데 그 시간 동안 문의를 남겼지만 이미 채팅창을 나간 고객들이 많아서 속상했었다. 그때, 너무 한 곳에 의지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막상 어떤 방안을 내놓기엔 다른 서비스들이 미약하다. 국회에서도 공식적으로 카카오톡 먹통 방지법이 통과될 정도인데 정말 한국 전체가 잠시 마비가 되었다는 것이 실감이 된다.



온라인 상담이 두려운 점이 이런 점이기도 하다. 가끔 인터넷이 마비가 되면? 전기가 끊기면? 나는 어떻게 먹고사나? 온라인 기반 서비스들과 관계들이 허상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하지만 온 나라의 인터넷이 마비될 일은 없을 것이고, 전기가 한동안 끊기는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한국의 기술력이 세계 최고를 달리기에 그를 기반으로 이커머스, 모바일 시장이 이렇게도 커지고 정착하고 있지 않나. 기술력을 바탕으로 나 또한 재능을 한껏 살려 한 귀퉁이에서 장사를 잘해나가고 있다. 내 사업영역은 넓어지고 깊어질 것이다. 희망적인 것은 온라인 매출은 오늘의 매출이 아니라 미래의 매출이라는 점. 의뢰받은 작업한 것은 곧 포트폴리오가 되고 그를 게시하면 그 콘텐츠는 미래의 누군가에게 가닿아 다시 내게 상담하게 만들 것이기에. 그래서 한건 한건의 작업이 허무하지 않고, 희망적이어서 감사하다.



이것이 온라인 사업의 매력이다. 아직 온라인 생태계가 익숙지 않은 분들도 적응하시기를 바란다. 더 퀄리티 좋은 제품과 서비스들이 이렇게 온라인으로 준비되고 있기 때문이다. 나도, 고객도 발맞춰 온라인 세상으로 들어가야 하고, 온라인 상담에 적응해야 한다.



고객 : "안녕하세요."

나 : "네. 안녕하세요~"

고객 : "혹시 기계세요?"

나 : "아뇨~ 사람입니다."


실제로 이런 대화로 시작했던 상담이 있었다. 대기업의 채팅 봇들은 이렇게 자동 메시지로 자주 묻는 질문 유형일 경우 AI기계로 대체하는 시스템이 있지만, 우리같이 중소기업의 채팅은 모두 사람이 한다. 나도 대기업이 된다면 바꿀 테지만 지금은 바꿀 자금적인 여력도 없을 뿐 아니라 아직은 일일이 대응하는 것이 더 좋다. 채팅 상담을 만들어둔 이유가 사람을 대면하는 것이 부끄러워서 이고, 불필요한 말을 막고 정확한 주문을 받기 위해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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