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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샤인 Jul 13. 2023

#46 크리에이터

: 사주에 창의력이 없어요



제가 소설가가 된다고 노력을 하던 20대 중반쯤, 한예종 극작과에 들어가기 위해 스터디를 하며 입시준비를 했는데 입시 시즌이 다가오던 즈음 불안한 마음을 잠재우려 신촌에 사주 보는 곳엘 갔어요. 사주 천막이 줄지어 있던 도로변 인도였는데 추운 날씨인데도 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았죠. 장소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아무튼 긴 줄을 오랜 시간 서서 기다리다가 드디어 들어가게 된 사주 보는 곳! 


천막을 걷어내니 위엄 있는 얼굴의 중년 여성 분이 앉아계셨죠. 제가 어쩌고저쩌고 고민을 얘기하자 저에게 한 말, "창작을 하기에는 창의력이 없는데?" 저는 정곡을 찔린 것처럼 너무나 마음이 아팠어요. 그리고 이어진 말, "성실은 해서 딱 공무원 체질인데?"


'악! 난 예술가가 될 건데 왜 공무원하래!' 속으로 소리를 질렀답니다.






크리에이터

만드는 사람. 창조자, 창작자, 생산자, 개발자, 작가 등의 의미로 사용된다. 크리에이터는 무엇이든 새롭게 만든 사람을 크리에이터라 일컫는다.



저는 글을 쓰고 싶었지만 사실 대단한 상상력을 가진 건 아니어서 주로 사회소설이나 사회 이슈를 가지고 르포르타주 식의 소설을 썼어요. 풍부한 감성과 남다른 창의력을 보이는 천재 작가들을 보고 흉내를 쪼금 내보고 그렇게 제 글은 매 글마다 색채가 달라졌죠. 어쩔 때는 되지도 않는 실험을 해서 합평자리에서 이게 뭔 뜻이냐고 물으면 저도 설명하지도 못할 이상한 실험소설도 쓰고 그랬답니다. 한예종, 서울예대 3년 간 입시를 치렀지만 계속 낙방!


결국 그 위엄 있는 사주 보시는 여성분의 말이 좀 맞는 것 같았어요. 지나고 나서야 인정하게 된 거죠. (꽤 오랜 시간 동안 인정 못했답니다.)


하지만 그런 제가 시간이 흐른 지금,  창작열을 SNS에 콘텐츠를 생산하는 것으로 풀고 사네요. 1인 창작자, 크리에이터죠. 요즘엔 직업으로 삼아도 충분할 정도로 신흥 부자가 많이 나오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고요. 사실 온라인 콘텐츠와는 담을 쌓고 살았지만, 사업을 홍보하려고 시작한 블로그가 생각보다 저와 잘 맞았고 활동이 매출로 이어지자 이제는 누구보다 열심히 하는 콘텐츠 창작자가 되었답니다.


크리에이터가 소설보다 맞다고 느끼는 건 열등감도 안 느끼고 자유롭게 쓰고 싶은 대로 맘껏 하고 살기 때문이에요. 소설이 정말 생각 천재들, 그들의 리그라면 콘텐츠 생산자라면 웬만한 관심과 노력으로 중간 이상은 할 수 있으리라 생각이 들어요. 무엇보다 성실과 끈기가 콘텐츠 크리에이터의 1번 자질인 것 같습니다.


매일 콘텐츠를 열심히 만들어 올리는 콘텐츠 공무원이라고 해도 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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