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벌써 4학년...?!
"안녕하세요. 저는 4학년입니다. 남은 학기 여러분들과 좋은 시간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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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가 비대면 개강하고 첫 시간에 항상 하는 말이에요. 그런데 수없이 많이 말해도 아직까지 낯설고, 어색하고, 입에 감기지 않는 말이기도 해요. 내가 벌써 '앞으로 다닐 학기'보다 '남은 학기'를 세는 나이라니, '좋은 시간을 보내자'라는 교장선생님이 할법한 말을 뱉고 있다니... 나 그렇게 늙었나? 학교가 나 4학년이라는데... 그럼 늙은 게 맞나...? 근데, 1학년이 몇 학번이더라...?
제가 대학교에 입학했을 때 학생회 선배들은 대부분 12학번이었어요. 스타일도 그렇고 말하는 것도 그렇고 바라만 볼 때면 너무나도 어른 같았어요. '아 이게 대학생이구나, 아 이게 어른이구나!' 하면서요. 확실하게 느꼈던 순간 중 하나는 조언을 들었을 때에요. 진짜 '어른들'보다는 이상적이었고 또래들보다는 현실적인 이야기를 해줬었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제가 4학년이래요. 코로나 때문에 학교에 한 번도 와보지 못한 1, 2학년 동생들이 저랑 네, 다섯 학번 차이가 난대요. 이 기분 참 이상하더라고요. 제가 항상 바라보고 멋있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의 위치에 어느덧 제가 앉아있으니까요. 그런데 그거 아세요? 전 아직도 실감이 안 나요. 저는요, 아직도 1학년 같단 말이에요.
대학교 처음 와서 만난 동기들이랑 갔던 삼겹살집도 아직 기억나구요, 엠티 가서 좋아하는 애 옆에 앉았던 것도 기억나요. 축제도, CC도, 군대도, 교환학생도 전부 다 해봤고, 대학교에서 해보라는 거, 하지 말라는 거 다 해봤는데 왜 아직도 4학년이라는 게 실감이 안 날까요. 다 어제 있었던 일들 같아요. 유튜브 4K 영상처럼 버튼만 누르면 쪽팔림과 웃음들이 생생하게 재생돼요.
물론 제가 하던 고민들도 아직 그대로예요. 아직도 인간관계에서 고민하고 상처 받고, 누군가를 좋아할 때는 그게 좋아하는 마음인지도 모르고. 수업 시간에 과제 제출하라고 하면 첫 문장 쓰는데만 30분 넘게 걸리고 그런다니까요. 그런데 4학년이라뇨. 이제 곧 졸업이라뇨?! 저는 아직도 새내기 그대로인 거 같은데 정말 이대로 졸업해버려도 된다고요?
그런데요. 그 하늘 같던 선배들이 그러더라구요. 다 그런 거라고. 아직 자기들도 회사에서 사람한테 상처 받고, 이직이라도 하려고 자소서라도 쓰는 날에는 카페 가서 몇 시간씩 앉아있는대요. 내가 정말 멋진 어른이라고 믿었던 사람들도 그때는 나랑 다 똑같았겠구나 싶었어요.
돌이켜보면 제 나이는 참 신기한 거 같아요. 누구는 우릴 보고 정말 어른 같다고 경험 많으실 거 같다고 그러고, 또 누구는 우리더러 아직도 한참 어리고 젊다고, 그러니 맘껏 해보라고 그러더라고요. 우리 인생에 이런 나이대가 있을까요? 어리면 어린 거고 늙으면 늙은 거지. 무슨 슈뢰딩거의 고양이도 아니고... 어떻게 어리면서 늙었고, '아저씨'면서 '요즘 것들'이냐구요.
그래서 이 신기한 나이대를 좀 기억해보려고요. 아직도 뭘 좋아하는지 모르고 뭘 해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또 욕심은 너무나 많아서 이것저것 배워보고 싶은 '지금'을 기록하려고요. 어리기도 하고 늙기도 한 나이대지만 그래도 다들 '청춘'하면 우리를 생각잖아요? '푸르른 봄' 같은 이 순간들, 그냥 흘려보내기엔 너무 아까울 것 같아요.
그래서 여러분들과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내 신기한 나이대를 조금 더 특별하게 만들기 위해서. 나중에 제 4학년을 되돌아볼 땐 이런 글을 쓰면서 이런 사람들과 이런 추억 보정 가득한 낡은 이야기들을 하고 있었다!라고 생각하려고. 오늘 갑자기 삘받아서 써야겠다고 다짐한 글이라 얼마나 쓸지는 모르겠지만 최대한 열심히 써봐야겠어요. 제 자신에게 다짐했으니 지키기만 하면 되겠군요.
'늙었지만 젊은' 4학년. 앞으로 잘 부탁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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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 당신도 '어딘가'에서 4학년인가요?
그럼 저와 같이 이야기해보실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