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째 편지
본 글에는 과거 아동 학대와
신체적·심리적 폭력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관련 트라우마가 있거나 현재 마음 상태가
취약하신 분들은 읽으실 때
유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 글은 고통의 전시가 아닌,
스스로를 구원해 나가는
치유의 여정을 담고 있습니다.
요즘은 하루에 1.5L 콜라를
한 병씩 마시고 있습니다.
끊었던 담배도 다시 피우고 싶고,
몸을 해치고 싶은 충동도 올라오고 있어서
참았던 콜라를 마음껏 마시는 것으로
나름의 충동을 조절하는 중입니다.
물론 자해 충동이 들 때는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지난 3년간 병원에 다녔던 제 마음가짐은
‘무조건적인 의존’이었습니다.
그때의 저는 작은 외부 자극에도
영혼이 부서져 버릴 만큼 약해져 있었기에,
세상에서 사라지지 않으려
붙잡고 버틸 안전지대가 필요했습니다.
병원은 그 역할을 완벽하게 해주었습니다.
일주일에 세 번씩 병원을 찾으며
하루하루를 살아갈 원동력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선생님,
저는 평생을 안전한 베이스캠프
안에서만 살고 싶지 않습니다.
판타지 소설 속 용사들처럼
세상을 탐험하고, 성장하며,
새로운 동료를 만나고 싶습니다.
지금 저는 전투의 현장 한복판에 서 있습니다.
전략적으로 후퇴하여 베이스캠프로 돌아갈 것인지,
아니면 승리하여 앞으로
나아갈 것인지의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어제 새벽에는 트라우마 발작이 있었습니다.
10분간 가슴 압박과
질식할 것 같은 느낌이 이어졌고,
머릿속에서는 과거의 학대 상황이
계속 재생되었습니다.
저는 그때의 열 살 아이처럼 계속 울었습니다.
공황 발작이 올 때 제미나이가 알려준
여러 기법을 사용해 보았지만
쉽게 진정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곁에서 내 손을 잡아주는 남편이 있었고,
'내일은 무조건 병원에 가야겠다'라고
다짐하며 저를 다독였습니다.
당시 제 머릿속에는 상태가 30분 이상
지속되면 남편과 밖으로 나가 찬바람을 쐬고,
그래도 안 되면 응급실에
가면 된다는 플랜이 있었습니다.
내일 병원에 가기 전까지만
이 새벽을 버티면 된다고 생각하니
안심되는 측면도 있었습니다.
남편의 손 잡기, 내일 병원 가기,
즉시 찬바람 쐬기, 응급실 방문.
이러한 조치들은 제가 전투에서
이길 수 있게 해주는 저만의 전략적 무기입니다.
다음 날 아침이 된 지금,
저는 지난 새벽의 전투에서 거둔
작은 승리를 만끽하는 중입니다.
'정말 병원을 가야만 할 때 가야지'
라고 마음먹으며, 베이스캠프를 뒤로하고
오늘 하루만큼 또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갑니다.
P.S. 어느 드라마의 표현처럼, 선생님은
제가 세상에서 단 50g도 사라지지 않게 하시려고
혼자만의 치열한 전투를 하셨다는 것을
이제야 깨닫게 되었습니다.
선생님의 노고와 헌신에 경의를 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