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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형 Dec 12. 2020

[혼자살기 그림일기] 안빈낙도

청빈하게

집의 크기가 부자의 기준은 아니겠지만 생각해 보면 돈이 많아도 그렇게 큰 집에서 살고 싶지 않다.

집이 크면 청소할 공간도 넓어진다. 돈이 많으면 살림해주는 사람을 쓰면 되지.라고 생각하겠지만 나는 나의 살림은 내가 하고 싶다.

따듯한 물에 손 담그고 그릇을 씻고 음악 들으며 바닥을 밀대로 밀고 섬유 유연제의 향기를 뿜어내는 보송거리는 빨래에 얼굴을 묻고 싶다.

살림. 그야말로 나를 살린다는 감각이 의식주의 돌봄 안에 있다. 그런데 집이 크면 그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주객전도로 나 살림한다고 애쓰다가 죽을 판이다. 청빈하게. 적은 것을 먹고 적은 물건을 가지고 작은 집에서 살면 살림에 큰 시간을 안 들일 수 있다. 그만큼 여유 시간이 많아진다. 큰집보다 자유 시간이 좋다.살림은 싫지 않아도 살림보다 하고 싶은 일이 많으니까. 공간을 늘리기보다 시간을 늘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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