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지나 언니, 나, 엄마 동시에 목감기에 걸렸다.
목은 아프지만 컨디션은 좋아서 걷고 싶은데
요즘 계속 비가 온다. 우수라서 진짜 눈이 녹아 비가 되는구나 했더니 웬걸… 친구랑 새해인사 톡을 나누다 보니 윗지방은 폭설이란다. 이렇게 세상의 모든 정보와 단절되어 사는 요즘이다. 비 오는 날이 싫지는 않지만 비가 올 때 걷는 건 한 손이 자유롭지 않아 아쉽다. 역시 산책은 백팩 메고 양손 휙휙 휘두르며 맑은 날 하는 것이 취향이다. 창밖을 마주 보게 책상을 두었었는데 더 가까이서 창밖을 느끼고 싶어서 책상을 창과 ㄱ자로 틀어 붙였다. 창문 열고 환기시키며 책상에 앉아 있으면 기분이 좋다. 내가 보는 방향 쪽으로 해가 져서 노을도 예쁘게 보인다. 그렇게 야외를 느끼고 싶으면 밖을 나가!라는 생각도 들지만 나가지는 않는다. 노천이 아니라 노천카페가 좋은 이유랑 비슷하다. 바다를 보는 건 좋은데 바닷속에 들어가는 건 싫은 거랑 비슷하다.
내일은 도서관 책 반납하는 날이라 그래도 외출을 하겠구나. 집에 있으면 한없이 집에 있게 되는 극 I형임을 실감한다.
(…)
도서관 가려고 했는데 책을 다 못 읽어서 대출 연장 신청을 하고 책을 읽고 있다. 심플하게 산다로 유명한 저자 도미니크 로로의 ‘다시 쓰는 내 인생의 리스트’라는 책인데 읽다 보면 굉장히 흥미롭다. 특히 수집욕구가 있는데 미니멀리스트를 꿈꾸는 모순된 나에게는 정말 잘 맞는 책이다. 수집욕구를 리스트를 작성함으로써 해소하는 것이다. 내가 가지고 싶은 것 리스트, 가보고 싶은 곳 리스트, 여름을 좋아하는 이유 리스트, 읽은 책 리스트, 본 드라마 리스트, 좋아하는 음식 리스트 등등. 리스트를 적는 것만으로도 취향이 단단해지고 가지고 있지 않은 것도 소유한듯한 기분이 든다. 이루지 못한 것도 이뤄질 듯한 기분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