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위키드송을 보고나서
올드위키드송,
아리송한 이름이다.
처음에 이름을 들었을 때에는,
위키드?
오래된 마녀의 이야기인가? 이렇게 생각했으나,
두 명의 남자배우가 끌어가는 음악극이라기에, 그는 아닐 것이라 생각했다.
궁금증을 뒤로하고, 간단한 시놉시스만 이해한 채로,
연극에 대한 배경지식이 거의 없는 채 연극을 보았다.
이렇게 배경지식이 없는 채로 연극을 보는 것도 때로 매력이 있다.
그 흐름을 전혀 모르기에, 사소한 부분 하나하나에도 감동을 받게 되고,
어떻게 갈 지 모르는 속에 배우들의 연기에 몸을 맡기고 흘러가는 기분은,
그 예측할 수 없기에, 그 나름의 매력이 있다.
처음에 들어갔을 때 보이는 저 뿌연 창틀과,
자연스럽게 쏟아져 내리는 듯한 햇살.
그리고 유럽의 집에서 보았던 추레하지만,
낡기에 아름다운 그 모습.
무대가 정말 인상깊었다.
그리고 실제로 초반에 연극에서 이야기 하는 것은,
현대적이고 딱딱한 직선만을 추구하는 이성적인 미국식 스타일과
감성적이고 곡선을 선호하는 유럽식 스타일을 비교한다.
연극에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두 명의 남자배우가 등장한다.
얼굴만으로도 익숙함을 주는 배우.
관록이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안석환.
연극 황금용을 통해 처음으로 알게된 이호성.
이렇게 둘이 스승의 역할인 죠세프 마슈칸에 더블캐스팅 되어있다.
본인은 안석환배우의 마슈칸을 보았는데,
약간 동성애자 틱 하게 그려내며,
유약한 모습의 마슈칸을 그려낸다.
이 모습을 보다보니, 이호성은 또 다른 모습으로 그려내지 않을까 싶어 궁금해지긴 했다.
스티븐 호프만 역의 두 배우는 젊은 배우들로,
사실 잘은 모른다.
하지만 뮤지컬을 했던 배우들임은 노래부르는 모습을 통해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스토리에 대하여 간단히 이야기해보면,
스티븐 호프만은 8살 때부터, 영재라는 소리를 들으며 살아온 피아니스트다.
너무 어린 나이부터 조명을 받았던 이유일까, 20대가 되며 그는 혼란을 겪는다.
자신은 그저 피아노를 잘쳤을 뿐, 내가 좋아서 치는 것도 아니고,
그저 거장들의 흉내를 잘 내는 재주만을 가졌을 뿐이라는 생각에 갇혀있다.
그와 반대로 선생인 마슈칸은 피아노에 사실 재주가 없다.
하지만 그에겐 호프만에게는 없는 열정과 감성이 있다.
연극은 마슈칸이 숨은 호프만의 감성을 찾아주고,
그 열의를 다시 살려주는 그 모습을 그려낸다.
그 과정에서 우리의 심금을 울리는 말도 많다.
항상 행복할 수는 없다.
어찌보면, 고통이 있고 슬픔이 있기에 행복도 존재한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연극의 아쉬운 점도 물론 많다.
아무래도 동양인들이 유대인, 홀로코스트와 관련된 내용도 다루다보니,
이해가 안되는 면도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우리도 비슷한 아픔이 있기에,
일제에게 당했고, 일제의 사과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그 아픔이 있기에,
홀로코스트라는 사건과 그 현장을 보고 분노하는 호프만의 마음이 이해가 된다.
원래 연극이 10월 23일로 막을 내린다고 했다.
하지만 인기가 좋아서, 오는 11월 8일부터 내년 1월 22일까지 연장공연을 한다.
동숭홀에서 그대로 하진 않고, 동숭홀의 건너편 드림아트센터에서 한다고 한다.
나라가 어지러우며,
마음도 심숭생숭한 요즘,
내 마음을 달래줄, 힐링할 요소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P.S. 올드위키드송의 의미는 극의 마지막에서 알려준다. WICKED가 마녀라기보다는,
사악한, 장난끼있는의 의미로 사용된 것이 아닌가 싶다. 열심히 구글 검색도 해봤지만
명확하게 알려주는 것은 없었다.
고로 나도 큰 의미를 두지는 않았다. 혹시나 다른 의미를 알게되었다면 알려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