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정민 Oct 18. 2016

잃어버린 얼굴을 보고 나서

왜 그녀의 사진이 남아있지 않은 지가 이 뮤지컬의 시작이다.

작년부터 영화 암살, 올해에는 밀정, 덕혜옹주.

일제강점기와 그 근방의 근현대사가 인기 아이템이다.


그중에서도 내가 오늘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은 명성황후에 관한 이야기다.

명성황후 하면 드라마로 아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는 사실 그 당시 너무 어려서 드라마를 못 보았다.

다만, 나 가거든 노래를 좋아했기에 기억나는 대사 한마디가 있다.

"내가 조선의 국모다."


그 노래와 그 대사를 들으며, 괜스레 어린 시절 많이 울었던 기억이 있다.


그 아련한 기억과 함께, 나는 작년에 이미

뮤지컬 잃어버린 얼굴과 명성황후 모두 봤었다.

잃어버린 얼굴은 사실 명성황후의 이야기 인지도 몰랐고 관심이 없었지만,

차지연이 나온다는 것과

공연은 너무나 좋지만 재연을 하지 않고,

공연기간마저 짧기로 유명한 서울예술단이 재연을 하는 공연이라는 점이 흥미를 끌었다.


잃어버린 얼굴과 명성황후는 같은 명성황후라는 인물을 조명하지만,

두 캐릭터가 많이 다르게 그려진다.


그 대비되는 모습을 모두 예술의 전당에서 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뮤지컬 배우로 따지자면,

뮤지컬 명성황후에 김소현이 딱 어울린다고 하면,

뮤지컬 잃어버린 얼굴의 명성황후 역할에는 차지연이 어울린다.


자세히 이야기하자면, 뮤지컬 명성황후의 그녀는 불쌍하고, 아름답게 그려진다.

하지만, 뮤지컬 잃어버린 얼굴의 그녀는 상당히 다양한 매력을 가진다.

절대 여린 모습으로 그리지는 않는다.

야망을 가졌고, 능력도 있지만 상당히 잔인했던 여자.

독한 여우로 묘사되는 그녀.

얼마나 당대 백성들이 그녀를 미워했는지 까지 그려낸다.


작년의 잃어버린 얼굴 장면 중 하나


자, 비교는 이 정도로 하기로 하고, 잃어버린 얼굴을 내가 왜 넥스투노멀과 함께,

내 인생작으로 꼽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다.


공연은 시작부터, 액자들을 이용하여, 극을 진행해간다.

이 액자를 무대 위에서 어떻게 활용해내는지 보는 것이 묘미이다.

이 액자는 걸려있는 사진이 되기도 하고, 문이 되기도 하고, 거울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자질구레한 소품들도 많이 쓰지 않는다. 무대 위는 깔끔하다.


거울이 되기도 하는 액자틀

뮤지컬의 음악 하나하나가 정말 좋다.

한국 창작 뮤지컬이라 그런 지, 노래가 좋을 뿐 아니라,

노래에 한국말이 어떻게 이렇게 이쁘게 녹여낼 수 있었는지,

감탄하게 된다.


(노래는 멜론에서도 들을 수 있으며, 유튜브에서도 들어볼 수 있다.)


또한 서울예술단답게,

감정선을 몸으로 그려내는

화려한 가무가 더해진다.

하지만 그 가무는 너무 과하지 않다.



뮤지컬 명성황후는 사실 보고 많이 실망했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잃어버린 얼굴에서는 너무나 충격받을 정도로 감동받았다.


고종을 정말 무능력하게 잘 그려낸다.

아버지와 아내에게 치여 자신이 어찌할 바를 모르며,

명성황후가 돌아오고 나서는 여색에 빠지고 사는 그의 모습을 보여준다.


고종의 아버지인 흥선대원군과 명성황후의 대립도 첨예하게 그려낸다.

극단적인 쇄국주의를 고수하는 흥선대원군과

여러 국가와 수교를 맺으며, 서로를 견제하게 하려는 명성황후.


하지만 그들의 고부갈등으로 인해, 외국 간의 서로 견제가 깨어지고,

청의 개입 그리고 그 후의 일본군의 적극적인 개입까지.


고부간의 갈등으로 인해 나라가 어떻게 망가져가는 지를 제대로 볼 수 있었다.

그들은 서로 계속 "이 나라는 내가 필요해."를 강조한다.


그럼 나는 무엇하러, 잃어버린 얼굴을 두 번이나 봤는가.

사실 나는 뮤지컬을 두 번 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가장 큰 이유는 차지연에서 김선영으로 명성황후 역이 바뀌어서였다.

어떤 사람은 그래서 아쉬워한다.


하지만 김선영을 맨 오브 라만차 때부터 좋아했던 나는 그녀가 어떻게 명성황후를 표현해낼지 궁금했다.


그러면 누가 더 잘하느냐고 많이 묻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둘 다 잘한다.

다만 서로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다. 차지연은 맑은 음색으로

단호하고 차가운 명성황후를 그렸다면,

김선영은 그녀만의 강한 발성으로 여러 감정을 가진 다채로운 명성황후를 그려낸다.


고종 역의 경우에는, 개인적으로 박영수가 더 좋았다.

작년에 박영수를 처음 보고, 정말 인상 깊었다.

차지연과 연기를 하면, 상대 배우가 보통 많이 묻힌다.


하지만, 박영수는 고종이 여색에 빠지는 모습,

고부갈등 속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무능력한 모습을 정말 완벽하게 보여주며,

명성황후에 대한 반감을 그려내는 것까지 인상 깊게 그려내었다.


잃어버린 얼굴은 명성황후를 다룬 작품 중에 가장 왜곡이 적으면서도, 재밌게 그려냈다.  

그 당시 왕가가 얼마나 무능했고, 어떻게 일본이 당대 조선 속에 깊게들어온 것인지.


명성황후를 또한 사진가라는 제삼자의 입장에서 조명하며,

다른 시각에서 접근하는 것이 또 다른 이 극의 매력포인트다.


서울예술단이 무려 같은 공연을 3번 연속이나 하다니!

믿을 수 없는 일이다.

2주라는 짧은 기간밖에 공연을 하지 않지만, 시간이 있다면 꼭 공연을 보길 바란다.



매거진의 이전글 영화 속 프랑스여행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