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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민 Jun 13. 2016

강렬한 그 빨강, 연극 레드

연극 레드를 본 후

"마침내, 브로드 웨이에서 참으로 지적인 연극을 볼 수 있게 되었다.     - Bloomberg News"

연극 레드를 보고, 브로드웨이에서 나온 평이다. 


사실 필자는 이 연극을 처음 접했을 때, 

당연히 색깔론에 대한 이야기일 것이라 생각했다. 

이분법적인 이야기. 


하지만 그와는 좀 다른 미술사의 이야기에 

우리네 삶의 이야기를 녹여내어, 전달하는 연극이였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이 연극은 미국 추상 표현주의의 대표 화가 마크 로스코의 이야기다.

1958년 뉴욕 씨그램 빌딩에 자리한 포시즌 레스토랑에 걸릴 벽화 의뢰를 받은 마크로스코가 

40여점의 연작을 돌연 계약 파기한 사건에서, 

"그는 도대체 왜 그랬을까?"라는 질문에 집중한 것이다. 


연극에서 조수로 등장하는 켄은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데,

초반엔 자기 의견 없이, 인형이 되려 노력하다가 점차 변화하고 자신의 의견을 가지며,

구세대와 신세대간의 갈등을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검은색은 죽음의 색이야. 그래, 레드로 채우는거야." - 연극 레드 중 마크로스코 역


이 연극에서 가장 인상깊은 장면이 아닐까 생각한다.

조수와 함께 바탕으로 쓰일 색인 레드로, 

캔버스 전체를 칠하기 시작한다. 


아주 자연스럽게 물감은 배우들의 옷에, 

바닥 곳곳에 튀는 과정에서, 

사람들은 어느샌가 자연인인 배우는 잊어버리고, 

화가 마크로스코와 조수인 켄을 보고 있게된다.




"알겠어? 아들은 아버지를 몰아내야 해, 존경하지만 살해해야 하는거야." - 연극 레드 중 마크로스코 역 (강신일)


연극의 가장 초반에 나오는,

이 연극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대사이다. 


마크로스코는 자신과 자신의 친구들인 추상표현주의 화가들이 

초현실주의 화가들을 몰아내고, 

자신들의 승리를 이야기하며, 

아들은 아버지를 몰아내야 해, 존경하지만 살해해야 하는거야라는

아주 잔인하지만, 인정하게 되는 이야기를 한다. 



"당신이 그랬죠. 아들은 아버지를 몰아내야 해, 존경하지만 살해해야 하는거야라고" - 연극 레드 중  켄 역 (박정복)

예상할 수 있었겠지만, 

당연히 마크로스코 역시 시대의 흐름에 따라 몰아내질 수 밖에 없는 법.

연극에서 큰 흐름은 이것에 초점을 맞춘다.


앤디워홀과 같은 

팝아트 화가들의 흐름이 점차 추상표현주의 몰아내고,

마크로스코는 그를 외면하며, 만화같고 일회성의 쓰레기같은 작품들이라 평한다.


100년 뒤에 봐라, 앤디워홀 같은 게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을것 같냐라는 로스코의 말에

관객들은 미소를 지을 수 밖에 없다.

우리는 그 결론을 이미 아니까.


이렇게 구세대에서 신세대의 교체는 

우리가 살아있는 한 

인생을 살아가는 한 

계속 될 것이다. 



아주 간단하게 구세대 신세대간의 갈등에 초점을 맞추어 설명했지만,

이 연극은 어떠한 한 메세지만을 전달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순수 예술을 하고자 하는 마음과 대중을 위한 상업성 사이의 갈등.

철학에서 중요한 주제인 디오니소스적임과 아폴론적임의 대립 그리고 혼재.


이 외에 필자와는 다른 메세지를 읽어내는 사람도 있을 지 모르겠다.


연극 레드는 7월 10일까지 예술의 전당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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