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일정을 꽤 오래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유명한 옥스퍼드 대학이나 런던 근교는 돌아보지 않았다. 그리고 런던에서의시간이 후루룩 지나갈 때쯤..!
마지막 일정으로 "세븐시스터즈"를 잡았다.
세븐시스터즈로 가는 기차표 4개를 묶어서 구매하면 더 저렴하다는 걸 바로 전 날 알게 되었고, 부랴부랴 동행을 구해봤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조금 더 저렴하게 갈 수 있었다는 생각에 아쉽기도 했지만, 이미 표를 끊어버린 걸 어떡해? 하고 웃으며 넘길 수 있게 되었지.
분명히 미리 찾아보고 갔음에도 불구하고, 세븐시스터즈로 향하는 길은 멀고도 멀었다. 런던에서 기차로 1시간 반 정도를 달려서 브라이튼 역에 내렸고, 다시 13X 버스를 타고 1시간 40분이나 달려서야birling gap에 도착했다. 그리고 거기서 또 도보로 걸어서... 이동시간만 몇 시간인지 모르겠네. 심지어 그 날 날씨도 좋지 않아서, 정작 세븐시스터즈에는 오래 있지도 못했다.
그런데도 내 기억 속 세븐시스터즈는 좋았던 걸로 기억되니.. 역시 여행은 힘듦과는 별개인 것 같다.
사실 내가 다녀왔을 때만 해도, 세븐시스터즈의 인기는 굉장했다. (요새도 그런지는 모르겠음) 사실 세븐시스터즈 근처, 그러니까 주변은 다 절벽이 있는 해안가라서 꼭! 세븐시스터즈여야만 하는 이유는 없다는데.. 어느 한국인 블로거가 다녀와서 유명해진 듯싶다.
당시 여행할 때는 처음이라 그랬나, 그 지역의 대표 명소는 꼭 다녀와야 할 것만 같았다. 랜드마크라고 하나? 남들이 좋았다는 것은 다 보고 오고 싶었다.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 굳이 사전에 알아보고 가지 않을 것 같다. 아마도.. 계획하지 않았던 것에 대한 설렘을 알아버려서 그런가.
세븐시스터즈에 도착해서 이런 사진을 찍었을 때는,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 교통수단을 타고, 걸었는지는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사진에 다 담기지 않아 아쉬울 정도로, 너무 예뻤는데.
뭐랄까, 드디어 인터넷에서 글과 사진으로만 보던 곳에 내가 발을 딛었달까? 과장 한 스푼을 보태서, 달에 착륙해서 처음 발자국을 찍었을 때와 비슷한 감정이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이 경이로운 장소는 때로는 위로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다시 여행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며, 오래 걸리더라도 여기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그리고 집으로 가는 길에 내려오면서 보는 풍경은 올라갈 때와는 또 다른 모습이었다. 아까 내가 이런 풍경을 봤던가? 하는 생각과 함께 동시에, 아까는 이 풍경을 볼 생각이 있었나?로 질문이 바뀌었다.
저 하늘 뒤로는 먹구름이 가득했지만, 나는 최대한 맑은 하늘을 찍고 싶었다. 다행히 운이 좋아서 컴퓨터 기본 바탕화면 같은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거짓말처럼 우리가 세븐시스터즈를 떠나기 위해 버스를 타자마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꽤 많은 비가 내려서 걱정했는데, 기차역에 도착하니까 또 멈추더라. 하늘이 우리 여행을 돕나? 싶기도 하고 :)
생각보다 멀었던 세븐시스터즈.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멀고 험난했던 길을 지나고 나서 보았기 때문에 더 가치 있었던 것 같다.
우리의 삶도,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달려가고 있는 것임을.
나는 이 여행 이후, 힘들고 지칠 때마다 세븐시스터즈처럼 더 괜찮은 미래가 올 것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뭐, 이렇게 말하니까 세븐시스터즈가 무슨.. 위험한 여행지인 것 같은데 그런 건 아닙니다. 그냥 주관적인 생각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