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 밖 세상 유럽 편 #000
TV 프로그램 <비정상회담>을 아시나요?
개성 있는 사람, 잘생기고 예쁜 사람, 똑똑한 사람, 기발한 사람,...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어떤 주제에 대해 토론합니다. 다양한 사람이 모였으니 의견도 다양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놀라운 점은, 토론이 우리나라 말로 진행된다는 것입니다. 모두가 각자 다른 나라에서 나고 자랐는데 말이죠.
<비정상회담> 첫 방영 당시 저는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꼬꼬마 중학생이었습니다. 커다란 탁자에 네모나게 둘러앉은 패널들은 모두 "G"들이라 불렸습니다. 한국인과 다소 다르게 생긴 그들이 우리나라 말을 유창하게 한다는 사실이 신기하긴 했지만, 특별하게 다가오지는 않았습니다. "G들" 모두가 한국어에 유창했으니까요.
<비정상회담>을 챙겨본 이유는 우리나라 밖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어요. 접해보지 못한 문화가 흥미롭게 다가왔고, 심지어는 “언젠가 직접 경험해보고 싶다”라는 소망을 심어주기까지 했어요. 우물 안 개구리가 우물 밖을 간접적으로나마 볼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비정상회담>이 심은 두 가지 무의식
<비정상회담>이 특별한 이유는 두 가지 무의식을 심어주었기 때문이에요. 첫 번째 무의식은 “외국어를 구사하는 것은 특별히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거예요. G들은 외국어인 우리나라 말을 잘만 했거든요. 어렸던 제가 보기에 그들은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 그냥 흔한 어른이었어요. 그래서 생각했죠. “나도 하고자 하면 저만큼 외국어를 유창하게 할 수 있겠구나.”
두 번째 무의식은 “우리나라 문화가 자랑스럽다”라는 거예요. 10명이 넘는 G들이 자국의 문화를 자부심 가지고 소개하며 타국의 문화를 귀 기울여 듣는 장면 자체가 14살짜리 꼬꼬마에게는 일상에서 경험할 수 없는 일이잖아요. 자연스럽게 우리나라 문화를 배웠고, 타국의 문화를 존중하는 마음가짐을 배웠어요. 언젠가는 <비정상회담> 멤버들처럼 되고 싶다고 항상 생각했죠. 타국에 가서 패널이 될 수도 있는 거잖아요! 이 꿈은 여전히 버킷리스트에 있습니다.
우물 밖 세상에 발자국을!
전역 후 복학까지 시간이 꽤 많이 남은 때였습니다. 그동안 가족의 등에 업혀 사는 게 부끄러운 일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어린 마음에 독립적이라는 말을 듣고 싶었나 봅니다. 그러다 문득 다른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들의 목적 없는 지원과 응원을 누릴 수 있을 때 소중히 누리자. 그리고 당당히 말하자, 나 해냈다고. 성장했다고. 당신들 덕분에 버티어내었다고.”
누릴 수 있는 것을 누리기 위해서는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번은 기회비용이 큰만큼 어리석은 행동을 방지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른바 사업계획서를 작성했습니다. 누가 보아도 서투른 계획서를 아버지께 보여드렸습니다. 감사히도 아버지께서는 흔쾌히 지원을 약속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응원의 말씀도 보태주셨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생각보다 간단히 허락을 해주셔서 (정말 눈곱만큼) 허무했습니다. 그런데 돌이켜 생각해보니, 아버지께서는 아들이 하고자 하는 일은 뭐든지 지원해주겠다는 그 다짐을 실제로 실천하신 것이었습니다. 아버지께서는 당신의 꿈을 정확히 이뤄낸, 제 롤모델에 가장 가까운 사람이었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제 꿈을 이루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제 여행은 시작됩니다.
우물 밖 세상 유럽 편 #000 -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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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권민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