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SS OUT' 발표 기념 빌보드 코리아 인터뷰
다이나믹 듀오의 개코가 미국의 DJ 니티 그리티(Nitti Gritti), 대만의 DJ 카쿠(KAKU)와 힘을 합쳤다. 코넥티드(CONECTD) 프로젝트를 통해서다. 베테랑 뮤지션 셋의 결과물 ‘PASS OUT’은 온라인으로 성사됐다. 각자의 역량이 고루 발휘된 노래는 즐거운 상승효과로 가득하다. 사는 곳도, 사용하는 언어도 다른 세 사람은 음악으로 소통하며 세상에 ‘흥’을 불어넣고자 했다. 작업실에서 만난 개코, 서면으로 인사를 전한 니티 그리티와 카쿠는 ‘PASS OUT’을 공연에서 선보이지 못하는 현실을 연신 아쉬워했다.
요즘 어떻게 지냈나.
엑소 세훈&찬열의 새로운 미니 앨범을 프로듀싱 하고 있다. 엠넷 <보이스 코리아 2020>에도 출연 중이다. 우리 회사(아메바컬쳐)가 올해 15년이 되어서 이를 기념하기 위한 음반도 준비하고 있다. 원래는 전시부터 공연까지 계획한 게 많았는데 상황이 어떻게 될지 아직 모르겠다.
벌써 15주년이나 됐나. 축하한다.
음악을 한 지는 20년 정도 된 것 같다. 1999년, 2000년부터 시작했으니까. 오래 했다. 감사하다. (웃음)
뜻 깊은 해에 공연을 못 하고 있는 게 안타깝다.
우리는 공연을 많이 하는 팀인데 공연을 못 하니까 너무 답답하다. 그래서 뭐라도 하자 싶어서 운동을 많이 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되니 마음잡고 할 수 있는 시간이 난다. 공연을 다닐 때는 체력 관리 할 시간이 없어서 요즘 트레이닝도 받고 있다.
이번 신곡 ‘PASS OUT’은 ‘코넥티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나왔다. 참여한 계기가 궁금하다.
나는 특별히 복잡한 사안이 아니라면 되도록 이런 제안은 하려고 한다. 2월쯤 음악을 먼저 보내줬는데, 비트가 인상적이었다. 이와 같은 스타일의 트랩 음악은 한 번도 안 해봐서 재밌을 것 같았다. 또, 코넥티드가 뭔가 만들려고 하는 움직임이 좋아 보였다. 국내와 해외 아티스트를 연결하고 작업한 지난 프로젝트들이 흥미로웠다.
함께 작업한 니티 그리티(Nitti Gritti), 카쿠(KAKU) 두 뮤지션은 원래 알고 있었나.
이전까지는 잘 몰랐다. 음악을 듣고 관심이 생겨서 찾아보고 인스타그램도 둘러봤다. 프로듀싱, 디제잉 하는 주변 친구들은 잘 알고 있더라. 특히 니티 그리티는 DJ들 사이에서 리믹스 잘 하는 DJ로 유명하다고 들었다. 예전에 페스티벌 출연 차 내한도 했던 걸로 안다. 사실은 올해 울트라 코리아(UMF)에서 ‘PASS OUT’을 함께 공연할 계획이었다. UMF 시기에 맞춰서 음원을 발표하고 같이 무대에 설 예정이었는데, UMF가 취소되면서 음원만 발매하게 됐다.
‘PASS OUT’을 처음 들었을 때, 라이브용 음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코 씨가 올린 인스타그램 포스트도 봤다. ‘이런 곡은 공연에서 해야 하는데’ 하지 않았나. (웃음)
맞다. (웃음) 보통 이런 음악은 음원 보다는 실제로 공연을 해야 더 확 터지는 게 있지 않나. ‘이거 공연하면 진짜 재밌겠는데.’, 그런 생각을 했다.
언젠가는 공연할 기회가 있지 않겠나.
물론이다. 두 사람이 한국에 오면 같이 하고 싶다.
‘PASS OUT’은 기존의 개코, 다이나믹 듀오 음악과는 다소 결이 다른 트랩 스타일이었다.
그렇게 자주 하진 않았지만 트랩 장르를 좋아하긴 한다. 그 느낌을 차용해서 우리 앨범에서도 몇 번 해본 적은 있다. 그런데 이렇게 진짜 퓨어한 트랩은 처음인 것 같다. 완전히 비트가 주가 되는 음악을 하긴 처음이다.
카쿠와 니티 그리티는 이 곡의 콘셉트를 ‘하이프’(hype), ‘흥’이라고 설명했다. 가사에도 이런 테마를 요청했나.
가사에 대해선 특별한 주문이 없었다. ‘원하는 대로 작업해줬으면 좋겠다’, ‘랩을 듣고 곡을 좀 더 수정하고 만져보겠다’고 했다. 처음 음악을 듣고 생각한 건 광적인 이미지였다. 우리도 페스티벌 공연을 워낙 많이 하다 보니까, 그런 에너지들 있잖나. 사람들이 모여서 술도 마시고 놀고 음악 듣고 뭔가 해소하는 에너지. 그런 것들을 상상하면서 썼다. ‘만약에 이 노래가 그런 장소에서 나온다면 어떤 이야기를 해야 관객들이 좋아할까?’ 그런 것들을 고려했다.
작업은 온라인으로만 이뤄진 건가.
실제로 만나진 못 했다. 처음에 받은 데모를 토대로 내가 가사를 써서 녹음을 했고, 녹음 파일을 보내니 어느 정도 편곡이 되어 돌아왔다. 더 화려하고 디테일하게, 좋은 방향으로 많이 바뀌었더라. 잘 다듬었다고 생각했다.
프로듀싱에는 관여하지 않았나.
편곡 방향이나 비트의 질감, 사운드나 믹싱 같은 부분에는 아예 참여하지 않았다. 보내준 곡에 맞춰서 구성을 잡고 가사를 쓰는 것까지만 했다. 목소리 밸런스 정도에만 관여했다. 프로듀서들이니까 온전히 맡겼다.
카쿠는 한국 힙합의 레전드와 작업을 해서 무척 기뻤다고 했다.
그렇게 말해줘서 감사하다. 대만에서 어떻게 우리 음악을 알고 있을까 신기했다. 얼마 전에 카쿠가 대만의 클럽에서 이 노래를 틀고 공연을 했다며 내게 영상을 보내줬는데, 클럽에서 틀기 좋은 곡답게 반응이 매우 좋아 보였다. 요즘은 트랩이란 장르가 워낙 볼륨도 크고 자극적인 소리도 많다 보니 단순히 듣는 것을 넘어 공연에 맞게 강화되고 있는 것 같다.
랩 메이킹에서 주안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
처음엔 랩을 쓸 때 많이 비워뒀었다. DJ들의 곡이고 비트가 빵빵하게 들리니까 목소리는 양념으로 가면 더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하면 니티 그리티와 카쿠가 음악을 만들기도 더 재밌겠다 싶었는데, 처음에 랩을 보냈더니 랩이 더 있었으면 좋겠다고 피드백이 온 거다. (웃음) 원래는 2절까지만 심플하게 랩을 했는데, 더 화려한 랩으로 3절까지 해주면 좋겠다고 하더라. 그래서 나중에 추가로 작업을 했다. 랩을 듣고 정말 좋아해줬다.
힙합 팬들 사이에선 개코의 초창기 랩이 생각나서 반갑다는 반응이 많다.
최근에는 내가 노래도 부르고 멜로딕한 음악을 많이 하다보니까 소위, ‘빡세게’ 랩한 걸 반갑게 생각하시는 것 같다. 사실 더 빡세게 할 수도 있었는데. (웃음) 그건 나중에 저희 프로젝트에서 하겠다.
말씀대로 최근 보여준 솔로 작업에선 멜로딕한 곡이 많았다. 노래도 많이 했다. 솔로 작업과 다이나믹 듀오의 결이 많이 다른데, 의도적으로 분리하고 있는 건가.
의도하는 부분이 있다. 다이나믹 듀오는 둘이 하는 음악이라서 둘의 밸런스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솔로는 좀 더 자유롭다. 더 감성적인 걸 할 수도 있고, 더 빡센 걸 할 수도 있고 경우의 수가 열려있다. 그래도 메인은 다이나믹 듀오다. 다이나믹 듀오 작업을 하면서 팀과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곡을 따로 정리해두고, 그 중에서 싱글로 낼만 한 곡을 고르는 식으로 작업을 한다. 솔로 1집 앨범도 그전까지 다이나믹 듀오 활동을 하면서 팀과 어울리지 않는 곡들이 막 흩어져있을 때, ‘이거 한 번 묶어서 내고 가자’ 하는 마음으로 작업을 했던 거였다.
2014년 1집 앨범 이후로는 싱글만 나왔다. 앨범 계획은 없나.
앨범을 기다리시는 분들도 많은 것 같은데, 조금 더 고민을 해봐야할 것 같다. 사실 요즘 같은 시대에 앨범 단위를 고집하는 건 어렵지 않나. 너무 빨리 소비되고 휘발되어 없어지니까. 그래도 다이나믹 듀오는 싱글을 중간 중간 내더라도 앨범 단위로 묵직하게 내자는 입장인데, 솔로는 약간 다르다. 일관성 있는 곡이 많이 쌓이면 고려해보겠지만, 아직은 그렇지 않다. 포맷에 구애받지 않고 그때그때 즉흥적으로 하고 싶은 걸 완성해서 내고 있다. 지금까진 그렇다.
디플로(Diplo), 배드 버니(Bad Bunny), 핏불(Pitbull)과 같은 대형 스타들에 이어 한국의 전설적인 래퍼인 개코와 함께 작업했다. 이 프로젝트의 특별한 점은 무엇이었나.
이번 프로젝트는 특별하다. 나는 한국어 음악을 만들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내게는 새로운 영역이다. 이번 합동 작업은 온라인으로 진행됐는데, 한국에서 라이브로 공연을 하면서 이 곡을 직접 느껴보고 싶다.
‘PASS OUT’의 콘셉트 ‘HYPE’에 대한 설명을 하자면.
이 노래는 시속 100마일(약 160km)로 달릴 때처럼, 우리 모두를 흥분시키는 뭔가를 갖기 위해 만들어졌다.
결과물에 만족하나.
완벽하게 나온 것 같다. 개코가 랩으로 ‘찢었다’.
한국 힙합의 오랜 팬이라고 들었다. 한국 힙합을 처음 접한 계기는 무엇인가.
2011년경, 우연히 접한 지디&탑의 ‘뻑이가요’라는 노래에 매료됐다. 비트는 신선했고 랩 플로우와 딜리버리는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그때부터 한국 아티스트들을 알아가고 있다.
이번에 니티 그리티와 함께 ‘PASS OUT’을 작업했다. 작업 과정은 어땠나.
우리는 이 곡이 전형적인 클럽 음악이 되진 않았으면 했다. 우린 동서양의 사운드를 함께 녹여내고 싶었다. 그때 우리는 코넥티드에 있는 친구들에게 연락을 했고, 전설적인 다이나믹 듀오의 개코를 연결해줬다.
결과물에는 만족하나.
이 곡이 대박일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개코는 결과물을 ‘어나더 레벨’로 끌어올렸다. 이 곡은 다른 두 문화가 완벽하게 융화된 모범 사례다. 음악에는 경계선이 없고 우리는 성공적으로 한국의 트랩 앤썸을 만들었다.
진행, 정리 : 정민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