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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민재 Aug 30. 2021

듀스 – 나를 돌아봐(1993)

[K-POP 명곡 100 #59] 한국 힙합의 물꼬를 튼 새 혁신


“이젠 우리가 시작하겠어 바로 여기서 D E U X, DEUX!
여기서 우린 보여주고 싶어 D E U X, DEUX!”


‘나를 돌아봐’의 당찬 인트로는 결코 빈말이 아니었다. 이현도, 김성재의 듀스는 그들의 포부처럼 등장부터 특별했다. 이는 무대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전주부터 그토록 역동적인 브레이크 댄스로 시선을 사로잡다니. 어설프게나마 흉내를 낼 수 있었던 서태지와 아이들의 ‘회오리 춤’과는 차원이 달랐다. ‘나를 돌아봐’의 움직임은 전문 댄서가 아니라면 엄두도 내기 어려웠다. 펄쩍 뛰어 사뿐히 바닥에 엎드리고, 금세 한 바퀴를 돌며 일어나고, 부드럽게 공중제비를 도는 그들을 보면서 사람들은 연신 감탄을 터트렸다.


춤만 잘 춘 것이 아니다. 듀스는 음악적으로도 남달랐다. 이들보다 1년 빨랐던 서태지와 아이들의 ‘난 알아요’가 랩과 록, 댄스를 한데 모은 곡이었다면, 듀스의 ‘나를 돌아봐’는 오직 힙합에 집중한 노래였다. 가요 곡으로는 사실상 처음이었다. 이들은 단순히 우리말로 랩을 하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정교하게 랩의 완급을 조절했고, 운율을 살려 웰메이드를 꾀했다. 비트박스, 디제잉 같은 힙합의 요소도 자연스럽게 곡에 녹여냈다. 이러한 디테일을 구상하고 노래를 만든 인물이 바로 이현도였다. 그는 힙합, 나아가 흑인 음악의 본질을 꿰뚫고 있었고, 이를 우리 감수성에 맞춰 탁월하게 풀어냈다. ‘나를 돌아봐’를 장르 음악이 아닌 그저 댄스 음악으로만 취급하면 곤란한 이유다.


듀스의 음악은 혁신이었다. 앞선 서태지와 아이들의 혁신과는 또 다른 의미에서 그렇다. 겨우 3년 남짓한 활동 기간에 이들은 한국 힙합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그중에서도 이들의 첫 활동 곡이었던 ‘나를 돌아봐’의 가치는 상당하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여파로 댄스 음악이 하나둘 생겨나던 시점에 듀스는 분명한 개성과 장르에 대한 높은 이해로 이들만의 출발선에 섰기 때문이다. 듀오의 새로운 시작을 선언하던 ‘나를 돌아봐’의 도입부는 어쩌면 근거 있는 자신감으로 무장한 두 청년의 이유 있는 출사표였는지도 모르겠다.


from 정민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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