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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민재 Aug 30. 2021

서태지와 아이들 – 난 알아요(1992)

[K-POP 명곡 100 #21] 새 시대의 문을 연 변화의 기수


‘난 알아요’ 이후 모든 게 바뀌었다. 가요계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서태지와 아이들은 등장과 함께 변화를 갈망하던 이들의 영웅이 됐다. 마치 피리 부는 사나이를 따라가듯, 10대들은 서태지와 아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좇았다. 음악을 넘어 사회와 문화 전반의 흐름을 바꿔버린 이들의 영향력은 30여 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살아있다. 오늘날 우리의 케이팝 중심 음악 시장은 사실상 이들로부터 비롯되었다고 해도 무방하다.


이전까지 가요는 누구나 즐기는 것이었다. 어른과 아이가 함께 들었고, 부모와 자식이 같이 무대를 봤다. ‘난 알아요’는 달랐다. 기성세대는 이들의 첨단 사운드, 빠르게 내뱉는 랩, 현란한 댄스에 쉽게 적응하지 못했다. 난생처음 보는 스타일에 어른들이 당황하는 사이, 그들만의 문화가 필요했던 10대들은 그룹을 빠르게 받아들였다. 일반 대중이 랩이 무엇인지도 제대로 모르던 시절에 젊은이들은 “난 알아요, 이 밤이 흐르고 흐르면...”을 따라 했고, 신발 밑창이 닳도록 ‘회오리 춤’을 연마했다. 상표를 떼지 않고 옷을 헐겁게 입는 일명 ‘서태지 패션’은 곧장 신세대의 유니폼이 됐다. ‘난 알아요’를 기점으로 음악 팬의 세대 분리가 이루어졌다.


이들의 음악과 춤에선 가요 팬들이 그토록 선망하던 본고장의 느낌이 났다. 이것이 서태지와 아이들에 앞서 춤을 추고 랩을 하기도 했던 김완선, 박남정, 소방차, 현진영 등과의 결정적 차이였다. 서태지는 멜로디가 아닌 랩을 중심으로 곡을 구성해 우리말로 하는 랩도 그럴듯하다는 걸 몸소 증명했다. 록과 댄스를 절묘하게 결합한 사운드 또한 새로웠다. 양현석과 이주노의 맹렬한 브레이크 댄스는 어떤가. 그야말로 새로움의 결정체였던 이들은 순식간에 거대 팬덤을 형성했다. 모든 면에서 부모 세대와 다름을 추구한 X세대에게 서태지와 아이들은 운명이었다.


서태지와 아이들이 나오면서 우리는 해외의 틴 팝 가수들로부터 자유로워졌다. 뉴 키즈 온 더 블록의 뒤를 이을 영미의 보이그룹을 굳이 찾아 나설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이때부터 가요계엔 젊고 감각적이면서도 우리말로 이루어진, 우리 정서에 맞는 팝이 늘어났다. 훗날 세계인을 들었다 놨다 하게 될 케이팝은 그렇게 태어났다. 비록 독일 듀오 밀리 바닐리(Milli Vanilli)의 ‘Girl You Know It’s True’(1988)를 재구성한 곡이라는 의심을 거두긴 어렵지만, ‘난 알아요’의 역사적 가치는 흔들리지 않는다. 케이팝의 신화는 이 노래에서 시작됐다.


from 정민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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