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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민재 Jun 25. 2018

이곡만은 듣고 가 #2

휴가철 선곡표 (국내편)

본격적인 휴가철이다. 주말이면 더위를 피하려는 사람들로 도로 곳곳이 마비되고, 미처 떠나지 못한 이들은 극장가와 백화점에 장사진을 이룬다. 모처럼의 여름휴가에 음악이 빠질 수 없다. 피서를 도울 만한 가요 곡을 골랐다. ‘여행을 떠나요’, ‘제주도의 푸른 밤’, ‘해변의 여인’ 같은 고전 ‘썸머송’은 제외했다. 


보아 - ‘One Shot, Two Shot’ | [One Shot, Two Shot – The 1st Mini Album](2018)

영원한 ‘아시아의 별’ 보아는 데뷔 18년이 된 올해 초, 처음으로 미니 앨범을 발매했다. 정규 앨범만 고집해온 그가 대중과의 활발한 호흡을 위해 결단을 내린 것이다. 탄력 있는 딥 하우스 사운드와 반복되는 프레이즈, 보아의 노련한 보컬이 듣는 재미를 보장한다. 참고로 이 노래는 발매 후 세계적인 SPA 브랜드 H&M의 플레이리스트에 올랐고, 지금 이 순간에도 각국의 H&M 매장에서 플레이되고 있다. 



로맨틱 펀치 – ‘파이트 클럽’ | [파이트 클럽](2015) 

노래는 처음부터 끝까지 내달린다. 단번에 귀를 사로잡는 배인혁의 목소리, 드라이브 감 넘치는 기타와 드럼 연주, 캐치한 선율에 쉴 틈이 없다. ‘토요일 밤이 좋아’, ‘몽유병’과 같은 노래에서 증명된 특유의 대중적인 ‘펀치력’이 정점에 달한 곡이다. 뮤지컬 넘버로도 손색이 없을 만큼 극적인 전개 역시 근사하다. 

 


정진우 - ‘광신도’ | [정진우 미니앨범 In My Room](2016) 

SBS의 오디션 프로그램 [K팝 스타 5]에 출연했던 정진우는 당시 뛰어난 자작곡으로 주목을 받았다. 정식 데뷔 후 처음으로 내놓은 앨범에도 그만의 감수성이 묻어나는 웰메이드 곡이 가득했다. 자신을 상대방의 ‘광신도’, ‘신실한 추종자’로 규정하며 사랑을 고백하는 독특한 이 노래 역시 지금껏 들어보지 못한 정진우 표 팝 알앤비다. 

 


마이 앤트 메리 – ‘공항 가는 길’ | [Just Pop](2004) 

공항 가는 길에는 이 노래를 반드시 들어야 한다. 마이 앤트 메리는 드러머 이제윤이 유학길에 오르며 팀을 나가게 되자 이 노래로 그를 배웅했다. 노래에는 익숙한 곳을 떠나기 위해 공항으로 가는 동안 스치는 설렘, 불안감, 아쉬움이 섬세하게 담겼다. 노래가 실린 [Just Pop]은 한국 대중음악 명반에 여러 차례 선정된 공인 명반이다. 



박정현, 윤종신 – ‘도착’ | [2012 월간 윤종신 5월호](2012) 

집을 떠나 먼 곳에 도착했다면 이 노래가 적격이다. 박정현이 노래를 부르고 윤종신이 곡과 가사를, 하림이 편곡을 맡은 ‘도착’은 아무도 자신을 반기지 않는 낯선 곳으로 홀연히 떠난 한 여자의 이야기다. 여행의 두근거림보다는 타지에서 느끼는 쓸쓸한 정서가 지배적이지만, 여행지에서 ‘센티’한 기분이 들 때, 이 노래만한 위로가 없다. 

 


방백 – ‘한강’ | [너의 손](2015) 

서울 시민에게 한강은 몸과 마음의 쉼터다. 사람들은 언제나 제자리에 있는 한강에서 기쁨을 나누기도, 슬픔을 덜어내기도 한다. 방준석과 백현진, 두 베테랑이 만든 한강은 과거를 떠올리며 현재를 위로하는 공간이다. 가사처럼 ‘습한 여름밤’, 손성제, 고상지, 김오키, 서영도 등 내로라하는 재즈 뮤지션이 구현한 풍성한 소리 풍경에서 위안을 얻는 것도 낭만적인 휴식이 될 테다. 



빈지노 – ‘Break’ | [Break](2015) 

누구나 자유를 갈망한다. 직장과 업무, 학교와 학업으로부터의 해방은 우리 모두의 꿈일 것이다. 빈지노는 이와 같은 감정을 록 드럼과 함께 쏟아낸다. 첫 소절부터가 ‘난 자유롭고 싶어’다. 이렇다 할 멜로디도 없다. 빈지노는 보통의 힙합 음악이 따르는 형식과 문법을 철저히 무시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했다. 그야말로 모든 현대인에게 대리 만족을 선사하는 ‘송가’다. 



혁오 – ‘Citizen Kane’ | [24 : How To Find True Love and Happiness](2018) 

여름휴가로 홍콩에 갈 계획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노래를 기억하자. 질주감 넘치는 혁오 밴드의 연주와 ‘홍콩 택시 드라이버’를 주문처럼 외우는 오혁의 목소리가 은근한 중독을 유도한다. ‘Tomboy’, ‘와리가리’로 혁오를 기억하고 있다면 깜짝 놀랄만한 노래. 애플의 아이폰X에 탑재된 ‘애니모티콘’ 기능을 이용해 만든 뮤직비디오도 볼거리다. 


우리는 넘쳐나는 정보 속에 살고 있지만, 나만을 위한 알짜 정보는 놓치기 쉽다. 음악도 그렇다. 하루에 발매되는 노래만 100여 곡에 이르기 때문에 이를 모두 들어보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오늘 뭐 듣지?’ 고민하는 당신, 여기 있는 노래만 들어도 당장의 고민은 해결이다. 


* 텐아시아 뷰티텐 2018년 7월호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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