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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민재 Jul 12. 2018

‘믿고 듣는’ 트렌드세터, 크러쉬

최근 5년 동안 그에게 차트 정상은 익숙한 고지였다.

지난 몇 년간 인기 차트에 가장 많이 오르내린 이름 중 하나는 크러쉬다. 2012년 데뷔 이후 ‘가끔’, ‘Oasis’, ‘잊어버리지마’, ‘우아해’, ‘어떻게 지내’, ‘Beautiful’, ‘내 편이 돼줘’, ‘잊을만하면’ 등이 연이어 터졌다. ‘감아’, ‘뻔한 멜로디’, ‘조금 이따 샤워해’ 등 게스트 보컬로서 흥행을 견인한 곡도 여럿이다. 최근 5년 동안 그에게 차트 정상은 익숙한 고지였다. 



어떤 곡에서든 단번에 포착되는 목소리가 크러쉬의 힘이다. 전통적인 소울의 창법도, 한때 유행한 ‘소몰이’와도 거리가 먼, 나른하면서 관능적인 가창이 그를 대표한다. 이는 더 위켄드(The Weeknd), 프랭크 오션(Frank Ocean) 등이 촉발한 PBR&B의 유행과도 맞닿아있다. 과거 절창의 기준으로 여겨졌던 폭발적인 성량과 긴 호흡 대신, 감각적인 비트에 맞춰 ‘쿨’한 무드를 연출하는 보컬 퍼포먼스가 음악 팬들의 환영을 받은 것이다. 크러쉬는 자이언티와 함께 국내에서 이 흐름을 주도한 보컬리스트다. 


블랙 뮤직을 중심으로 펼치는 넓은 스펙트럼의 음악이 매력적인 보컬을 뒷받침한다. 작사와 작곡은 물론, 편곡과 프로듀싱까지 능숙한 그의 음악은 알앤비와 힙합, 일렉트로닉과 팝을 넘나든다. 흑인 음악에 대한 애정을 담았던 데뷔 앨범 [Crush On You](2014)는 당대의 힙합, 알앤비 경향을 정교하게 모은 수작이었다. 이후 래칫을 활용한 ‘Oasis’(2015), 퓨처베이스를 동원한 ‘우아해’(2016)로 시시각각 변하는 트렌드에 발을 맞췄고, 전설적인 펑크(funk) 밴드 어스, 윈드 앤 파이어(Earth, Wind and Fire)의 ‘Brazilian Rhyme(Beijo)’를 재해석한 ‘내 편이 돼줘’(2017), 빈티지 사운드로 곡을 꾸린 미디엄 템포 ‘잊을만하면’(2018)을 통해 레트로 감수성도 뽐냈다. 


물론 현재의 높은 위상은 극도의 대중성에 기인한다. 흑인 음악에 뿌리를 두고 사운드를 여러 번 바꿔가면서도 크러쉬의 음악은 어렵지 않았다. 화려하진 않아도 중독성 강한 멜로디, 소박하지만 현실적인 가사가 대중을 사로잡았다. 프라이머리가 힘을 보탠 ‘가끔’(2014), 호소력 짙은 ‘SOFA’(2014)도 대단했지만, 소녀시대 태연과 함께한 ‘잊어버리지마’(2016)와 감성 알앤비 트랙 ‘어떻게 지내’(2016)가 결정적이었다. 특히 ‘어떻게 지내’가 담긴 EP [Wonderlust](2016)에선 프로덕션에 힘을 빼고 보컬에 신경을 집중하며 섬세한 정서를 그렸고, 이는 곧 그의 타깃이 범 대중으로 확장되는 계기가 됐다. ‘내 편이 돼줘’와 ‘잊을만하면’은 이 기조의 연장선이었다. 



불과 5년 사이에 거둔 성과라기엔 작지 않은 크기다. 영미(英美)의 최신 유행을 발 빠르게 체화해 음악 시장의 판도를 바꾼 것이 첫째다. 이후에 등장한 딘, 헤이즈 등의 성공도 그와 무관하지 않다. ‘꿀 성대’를 필두로 한 보컬과 랩으로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며 많은 애청곡을 탄생시킨 것도 빼놓을 수 없다. 그의 이름이 피처링에만 올라도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는 것은 그간 그가 획득한 신뢰의 증거다. 현재의 그에게 ‘믿고 듣는’이란 수식어가 더없이 잘 어울리는 이유다.


* Stone Music Entertainment 네이버 포스트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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