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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민재 Aug 21. 2018

이곡만은 듣고 가 #4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지독하게 더운 여름이었다. 아직 잔열이 좀 남았지만, 고비는 넘겼다. 이제 몇 번의 뙤약볕은 있을지언정, 덥고 습한 밤공기 때문에 잠 못 이루는 날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래야만 한다. 유난히 뜨거웠던 여름밤을 지나 제법 선선해진 밤에 편안히 듣기 좋은 가요와 팝을 골랐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여름과 가을 사이에 어울리는 노래들이다.



잔나비 –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없지만’ | [MONKEY HOTEL](2016)

잔나비는 지난 몇 년간 인디 신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밴드 중 하나다. 멤버 5명이 모두 1992년생 원숭이띠인 이 팀은 ‘힙’하고 ‘쿨’한 것이 아닌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음악을 고집하며 스스로를 ‘그룹사운드’로 소개한다. 빈티지한 팝 록 사운드, 잘 들리는 멜로디에 강한 이들을 잘 설명하는 곡이 바로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없지만’이다. 흔히 ‘뜨여남품’으로 불리는 노래에는 ‘뜨거운 여름밤’이 가고 난 뒤의 쓸쓸한 낭만이 넘실댄다.



백현 – ‘바래다줄게’ | [바래다줄게(Take You Home) - SM STATION](2017)

백현에게서 카리스마 넘치는 보이 그룹 엑소(EXO)의 모습만 떠올리면 곤란하다. 수지와 함께한 ‘Dream’(2016), 소유와 합을 맞춘 ‘비가와’(2017) 등, 솔로 보컬리스트로서 여러 매력을 뽐낸 바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디지털 싱글로 공개한 ‘바래다줄게’는 감미로운 백현을 느끼기에 적합하다. 가수 조규찬의 형이자 우리에겐 ‘다 줄거야’(2000)로 친숙한 조규만이 선사한 악곡은 이지 리스닝 본연에 충실하고, 무심한 듯 섬세한 백현의 가창은 그의 솔로 앨범을 기대케 한다.



존박 – ‘Smile’ | [SMILE](2017)

<슈퍼스타K2>(2010) 이후 대중에게 가수 존박의 자취는 사뭇 흐릿하다. ‘Falling’(2012), ‘네 생각’(2016) 같은 노래가 마니아들에게 사랑을 받았지만, 히트곡과는 거리가 멀다. 작년 말에 발매한 ‘Smile’ 역시 큰 주목은 받지 못했으나 곡의 매력만큼은 자신 있게 권할만하다. 소박한 반주와 존박의 편안한 중저음, 용기를 북돋는 가사와 따스한 선율의 어울림이 퍽 사랑스럽다. 또한 ‘Smile’은 존박이 직접 쓴 곡으로 그의 송라이팅 능력을 엿볼 수 있는 노래이기도 하다.



강아솔 – ‘다 고마워지는 밤’ | [사랑의 시절](2018)

드라마 <청춘시대>(2016)에 삽입된 ‘매일의 고백’과 ‘나의 대답’으로 알려진 싱어송라이터 강아솔의 정규 3집 [사랑의 시절]에 실린 곡이다. 타이틀곡 ‘그래도 우리’ 등 총 10곡의 노래를 수록한 앨범에서 ‘다 고마워지는 밤’의 존재감은 평범하지 않다. 재즈 트리오 ‘임보라 트리오’가 함께한 노래는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헤어지고 집에 돌아와서 친구의 말을 곱씹어보다 콧잔등이 시큰해지는, ‘다 고마워지는 밤’의 감상을 담았다. 누구에게나 애틋하게 들릴 노래다.



Troye Sivan – ‘The Good Side’ | [Bloom](2018)

트로이 시반의 새 앨범 [Bloom]에 실린 ‘The Good Side’는 헤어진 연인에게 보내는 사과의 곡이다. 노래에서 화자는 당신과 헤어지고 난 뒤에 나는 좋은 일이 많았다고, 들려주고 싶은 얘기도 많았지만 그건 공평하지 않기에 전화하지 않았다고, 나만 좋은 것들을 가져서 미안하다고 털어놓는다. 담담하지만 서글픈 가사처럼 절제미를 보여주는 보컬이 인상적이다. 여기에 전자 음향과 기타 사운드를 접목해 그려낸 소리 풍경이 곡의 아련한 정서를 배가한다.



Dua Lipa – ‘Homesick’ | [Dua Lipa](2017)

영국의 싱어송라이터 두아 리파는 당당한 노랫말과 태도로 스타 반열에 올랐다. 각국 차트 상단에 오른 ‘New Rules’, ‘IDGAF’ 등이 그렇다. 반면, 첫 앨범 [Dua Lipa]에 수록된 ‘Homesick’은 애절한 팝 발라드다. 콜드플레이(Coldplay)의 프런트 맨 크리스 마틴(Chris Martin)이 작곡부터 백업 보컬, 피아노 연주까지 함께한 노래는 두아 리파의 매력적인 음색을 만끽하기 제격이다. 크리스 마틴과의 하모니도 물론 근사하다.



Paul McCartney – ‘I Don’t Know’ | [Egypt Station](2018)

‘전설’ 폴 매카트니가 열일곱 번째 앨범을 낸다. 오는 9월 7일에 공개되는 [Egypt Station]은 [NEW](2013) 이후 5년 만에 나오는 새 앨범이다. 음반 발매에 앞서 공개한 ‘I Don’t Know’는 함께 공개한 로큰롤 트랙 ‘Come On To Me’와는 결이 다른 피아노 발라드다. 그는 한국 나이로 올해 77세를 맞았는데, 곡에는 조금의 낡음도 없다. 자극적인 요소 없이 특유의 선율감 하나로 듣는 이의 마음을 여유롭게 장악한다. 거장의 품격이 느껴지는 노래다.



Adele – ‘All I Ask’ | [25](2016)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아델의 노래는 기본과 같다. 그는 디지털 음원으로 개편된 오늘날 음악 시장에서 천만 장을 가뿐히 팔아치우는 ‘다이아몬드 셀러’ 아닌가. ‘Rolling In The Deep’, ‘Hello’도 좋지만, 남들과는 다른 감각의 소유자라면 이 곡을 기억하자. 아델은 또 다른 글로벌 스타 브루노 마스(Bruno Mars)가 선사한 이 노래에서 피아노와 함께 깊고도 진한 감정선을 그린다. 멜로디는 유려하고, 목소리는 담백한 동시에 절절하다.


우리는 넘쳐나는 정보 속에 살고 있지만, 나만을 위한 알짜 정보는 놓치기 쉽다. 음악도 그렇다. 하루에 발매되는 노래만 100여 곡에 이르기 때문에 이를 모두 들어보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오늘 뭐 듣지?’ 고민하는 당신, 여기 있는 노래만 들어도 당장의 고민은 해결이다.


* 텐아시아 뷰티텐 2018년 9월호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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