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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민재 Sep 04. 2018

[명반 100] <Just Pop>

* 한겨레, 멜론, 출판사 태림스코어가 공동으로 기획한 <한국 대중음악 명반 100> 선정과 리뷰에 참여했습니다. 리스트는 8월 28일부터 한 달 동안 매주 화요일, 금요일 정오에 멜론에서 열 장씩 공개됩니다. 가을에는 도서로도 출판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과 기대 바랍니다.



마이 앤트 메리는 처음부터 시종일관 같은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 ‘Just Pop’. 인디 밴드로는 드물게 팝으로 통칭하는 대중적인 음악, 쉽게 잘 들리는 음악에 대한 팀의 열망이 반영된 것이었다. 1995년에 결성된 ‘홍대 1세대’로서 1999년에 데뷔 앨범 <My Aunt Mary>를 내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이들은 밴드의 뜻을 달성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그럼에도 팀의 초기 활약은 두드러지지 않았다. 앞선 1집과 2001년의 소포모어 앨범 <Rock N Roll Star>는 나름대로 준수한 결과물이었으나, 델리 스파이스와 언니네 이발관의 활약 사이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주목이 불가피했다.


이들에게 비로소 합당한 조명을 가져온 건 3집 <Just Pop>이었다. 멤버들의 군 복무 후 처음으로 나온 앨범은 그들의 슬로건을 자신 있게 타이틀로 내세울 만큼 명료했다. 총 12곡이 수록된 <Just Pop>은 첫 곡부터 마지막 곡까지 밴드가 그토록 갈망한 ‘그저 팝’ 그 자체였다. 꾸밈을 위한 현란한 장식도, 복잡한 구성도 없었다. 앨범은 흐르는 물처럼 자연스럽고 군더더기 없이 매끈했다. 음반 곳곳에 포진한 캐치한 코러스와 멜로디는 그들이 거듭 강조한 팝의 본질에 닿아 있었다.


<Just Pop>의 위력은 보편적 감수성에 기인했다. 앨범에 앞서 싱글로 먼저 공개된 첫 곡 ‘공항 가는 길’이 대표적이다. 마이 앤트 메리의 결성부터 2집까지 함께한 드러머 이제윤이 유학길에 오르며 팀을 나가게 되자 밴드는 이 노래로 그를 배웅했다. 누구든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선율과 박자는 앨범을 대표하기에 부족함이 없었고, 석별의 감정을 담담하게 그린 가사는 너른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두 장의 앨범을 거치며 숙련된 솜씨가 빛을 발한 것이다.


앨범의 매력적 팝송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드링크 음료 CF에 삽입되어 인기를 얻었던 ‘골든 글러브’와 연주 트랙인 ‘데드 볼’, 후반부의 ‘럭키 데이’가 브라스 세션을 동원해 경쾌하고 펑키한 분위기를 연출했다면, ‘기억의 기억’, ‘파도타기’, ‘4시 20분’은 밴드 특유의 서정성에 초점을 맞췄다. 사운드와 템포의 변주를 통해 감상의 완급을 조절한 ‘소꿉친구’, 스팅(Sting)의 영향을 받은 흔적이 역력한 ‘비가 내려’는 듣는 재미를 높인 감초ᅠ트랙이다. 특히 곡 말미에 색소폰 솔로로 호소력을 더한 '비가 내려'는 음반의 백미다.


잘 들리는 팝을 향한 팀의 고집은 곧 만족할 만한 성과로 이어졌다. 마침내 뜻을 관철한 이들에게 평단은 찬사를 아끼지 않았고, 발매 이듬해 열린 제2회 한국대중음악상에서는 <Just Pop>에 '올해의 앨범'과 ‘최우수 모던록’ 상을 수여하며 음반의 완성도를 공인했다. '공항 가는 길', '골든 글러브', '럭키 데이' 등은 그 가치를 알아본 각종 채널에 의해 하나둘 알려지며 차츰 대중의 플레이리스트에 올랐고 지금까지도 꾸준히 리퀘스트 되고 있다. 마이 앤트 메리가 평소 추구한 ‘듣기 편한 음악’을 근사하게 구현하고 열띤 호응까지 끌어낸 <Just Pop>은 인디 신의 지평을 끌어올린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 추천 곡 : '공항 가는 길' 

여유로운 박자에 "또 다른 길을 가야겠지만 슬퍼하지는 않기를" 바라는 애틋한 마음을 담았다. 수준급 연주와 정순용의 깨끗한 음색, 유려한 멜로디는 드라마틱한 장치 없이도 묵직한 울림을 선사했다. 몇 번을 들어도 질리지 않는 산뜻한 매력. 이런 게 바로 잘 만든 팝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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