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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민재 Jan 19. 2019

[School of Rock - The Musical]

뮤지컬로 돌아온 로큰롤 코미디 걸작

School of Rock : The Musical

뮤지컬로 돌아온 로큰롤 코미디 걸작



록 마니아라면 잭 블랙(Jack Black) 주연의 영화 [스쿨 오브 락(School of Rock)](2003)을 잊지 못한다. 명문 사립학교에 위장 취업한 로커가 엄격한 교칙에 눌려있던 아이들을 로커로 탈바꿈하는 과정은 록 진영이 그토록 예찬하는 ‘저항 정신’ 그 자체였다. 여기에 AC/DC, 레드 제플린(Led Zeppelin), 블랙 사바스(Black Sabbath), 딥 퍼플(Deep Purple) 등 전설적인 밴드와 그들의 음악을 영화 내내 인용하고 융숭히 대접했으니, 각별하게 기억되는 것이 당연하다. 록 영화로 이만한 인상을 남긴 작품도 드물다.


본 작이 뮤지컬로 재탄생한 건 최근의 시장 경향과도 관련이 있다. [라이언 킹(The Lion King)](1997), [메리 포핀스(Mary Poppins)](2004), [시스터 액트(Sister Act)](2006), [알라딘(Aladdin)](2011), [킹키 부츠(Kinky Boots)](2012) 등 영화 원작 뮤지컬이 꾸준히 성공을 거두고 있는 지금, [스쿨 오브 락]은 더없이 매력적인 리메이크 대상이었다. 2015년 12월에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뮤지컬 [스쿨 오브 락]은 이후 영국의 웨스트엔드에서도 정기 상연에 돌입하며 인기 대열에 안착했다. 히트 영화에서 뮤지컬로 전환을 주도한 이는 바로 전설 앤드류 로이드 웨버(Andrew Lloyd Webber)다.


앤드류 로이드 웨버(Andrew Lloyd Webber)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높은 위상은 그가 작곡한 작품 목록이 증명한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Jesus Christ Superstar)](1970), [에비타(Evita)](1976), [캣츠(Cats)](1981), [오페라의 유령[The Phantom of the Opera](1986) 등 역사에 획을 그은 명작들이 그의 손을 거쳤다. 뮤지컬 계 ‘미다스의 손’이라는 별명이 결코 과하지 않다. 오죽하면 남작의 작위를 받은 그를 두고 ‘앤드류 로드(Lord) 웨버’라고 부를 정도다. [스쿨 오브 락]은 그런 그가 [스타라이트 익스프레스(Starlight Express)](1984) 이후 31년 만에 내놓은 록 뮤지컬이란 점에서 더욱 화제를 모았다.


그 외의 제작진 역시 특급이다. 2014년에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 [레 미제라블(Les Misérables)]을 감독했던 로렌스 코너(Laurence Connor)가 연출을, 뮤지컬 [메리 포핀스], 영화 [베니티 페어(Vanity Fair)](2004)의 극을 쓴 줄리언 펠로스(Julian Fellowes)가 각본을, 뮤지컬 [시카고(Chicago)], [미스 사이공(Miss Saigon)] 등에 출연해 활약한 조안 헌터(JoAnn M. Hunter)가 안무를 담당했다. 아이코닉한 원작과 ‘어벤져스’급 팀의 만남이 알려지자 여기에 합류하겠다는 이들이 줄을 이었다. 단 17명의 학생 역할을 뽑는 오디션장에는 무려 2만 2천여 명의 지원 인파가 모였다.


뮤지컬 [스쿨 오브 락]


뮤지컬 [스쿨 오브 락]의 가장 큰 강점은 배우들의 연주다. 학생들이 밴드를 조직하고 무대에 오르는 것이 이야기의 핵심인 만큼, 극 중 이루어지는 모든 악기 연주는 실제 배우들이 전담한다. 한 마디로 록 콘서트의 폭발적인 에너지를 브로드웨이로 고스란히 옮긴 것이다. 영화에서 잭 블랙이 맡았던 듀이 핀(Dewey Finn) 역할의 주연 배우 알렉스 브라이트만(Alex Brightman)은 “한 회 평균 5.6km을 뛰어다니고 마치고 나면 체중 1kg이 빠진다.”는 말로 작품의 강도를 설명했다.


개막 직후 문제작으로 떠오른 [스쿨 오브 락]이 한국에 온다. 2019년 5월 말부터 9월 초까지 샤롯데시어터에서 한국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소규모 예술 작품이 아닌 대형 뮤지컬 신작이 발 빠르게 한국을 찾는 경우는 흔치 않다. 국내 뮤지컬 시장을 움직이는 20, 30대가 정확히 [스쿨 오브 락] 세대임을 생각하면 흥행도 기대할 만하다. 앤드류 로이드 웨버는 작품을 두고 “[스쿨 오브 락]은 즐거움에 관한 작품이고 나 또한 제작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내가 그렇다면 다른 이들도 그럴 것이라 믿는다.”고 기대감을 드러낸 바 있다. 즐거움과 행복에 관한 뮤지컬 [스쿨 오브 락]을 음악으로 먼저 만나보자.



[School of Rock : The Musical]

작곡가인 앤드류 로이드 웨버는 애초에 뮤지컬 [스쿨 오브 락]의 제작만을 계획했다고 전해진다. 아이들이 음악을 통해 진정한 자신을 찾는다는 주제에 매료되어 작품을 기획했으나, 생각보다 영화의 오리지널 송이 많지 않아 곡을 쓰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원작에서 가져온 3곡에 자신이 새로 쓴 12곡의 노래를 더해 극을 꾸렸다. 물론 상연 시간을 전부 메탈, 하드 록으로 채울 수는 없기에 전통적인 뮤지컬 작법의 곡을 포함했다. 악곡만큼이나 중요한 가사는 뮤지컬 [시스터 액트(Sister Act)](2006),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영화 [라푼젤(Tangled)](2010) 등의 노랫말을 썼던 글렌 슬레이터(Glenn Slater)가 맡아 음악에 생동감을 더했다.


보너스 트랙 3곡을 포함, 총 20곡을 수록한 앨범은 극의 순서를 거의 그대로 따르고 있다. 뮤지컬에선 가장 먼저 나오는 ‘I’m Too Hot For You’가 음반에는 보너스 트랙으로 실린 것 정도가 눈에 띄는 예외다. 듀이 핀이 그의 전 밴드 노 배이컨시(No Vancy)와 함께 부른 노래에는 그가 밴드에서 쫓겨난 까닭이 여실히 드러난다. 제목 그대로 팀에 비해 ‘너무 핫’한 듀이 핀과 멤버들의 우스꽝스런 불협화음이 그 이유다. 그렇게 팀에서 쫓겨난 듀이가 록스타로서의 재기와 정상 등극을 꿈꾸는 노래가 앨범의 첫 트랙 ‘When I Climb to the Top of Mount Rock’이다. 곡에서 느껴지는 듀이의 분노에는 그런 배경이 있다.



극 중 록이 아닌 음악은 대부분 호레이스 그린에서 흐른다. ‘Horace Green Alma Mater’와 ‘Here at Horace Green’은 듀이가 룸메이트 네드 슈니블리(Ned Schneebly) 행세를 하며 취직한 명문 학교의 성격을 나타내는 곡으로, 앞선 그의 음악, 가사와는 모든 면에서 정 반대다. 로큰롤과는 거리가 먼 아이들의 합창, 방종을 경계하고 규칙을 중시하는 교사의 노래가 그렇다. 


그럼에도 듀이는 록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 생계를 위해 밴드를 그만두고 대체 교사로 일하고 있는 네드도 마찬가지다. ‘Variation 7/Children of Rock’는 록을 향한 이들의 무한 애정이 담긴 노래다. 두 남자의 원대한 포부에 찬물을 끼얹는 건 네드의 연인 패티 마르코(Patty Di Marco)의 ‘Give Up Your Dreams’다. 밴드의 꿈은 포기하고 돈이나 벌라며 절창으로 일갈하는, 이른바 ‘팩트 폭행’으로 가득 찬 노래는 아쉽게도 본 공연에는 누락되어 오직 음반에서만 들을 수 있다.


'You're in the Band' Live @ Tony Awards 2016


전반부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You’re in the Band’다. ‘Queen of the Night’에서 아이들이 음악 수업을 듣는 걸 목격한 듀이는 자신의 학생들로 밴드를 조직하고 경연 대회 ‘배틀 오브 더 밴드(Battle of the Bands)’에 나가기로 한다. 그는 학생들에게 악기 연주, 로드 매니저, 기술 담당 등을 정해주며 연신 “넌 이제 밴드 멤버야!”를 외친다. 캐치한 멜로디와 빠른 템포로 달려가는 노래는 영화에서도 인상 깊었던 장면의 감흥을 한 차원 끌어올린다. 딥 퍼플의 영원한 고전 ‘Smoke On The Water’(1972)의 리프를 인용한 부분은 반가움을 더한다. 아이들의 연주와 듀이 핀의 다소 코믹한 카리스마가 앙상블을 이룰 장면이다.


원작 영화와 본 뮤지컬의 결정적 차이는 극의 또 다른 주역, 아이들의 서사에 있다. 영화가 호레이스 그린 학교의 학생들을 비교적 단순하게 그렸다면, 뮤지컬은 각자의 가정 풍경을 간략하게 비추며 그들의 이야기에도 주목한다. ‘If Only You Would Listen’이 그런 노래다. 밴드에 들어간 아이들은 집으로 돌아가 저마다의 이야기를 하려 하지만, 부모들은 이를 제대로 듣지 않고 그들을 깎아내리며 학교에 전념하라 말한다. 귀담아듣지 않는 부모에게 호소하는 아이들은 퍽 앙증맞지만, 하모니에 묻어나는 진심까지 웃어넘기기엔 뼈아프다. 


학교에서는 교칙에, 집에서는 부모에게 눌려있던 아이들이 록을 만났으니 물 만난 고기가 된 건 당연지사. 듀이가 이끄는 대로 각자의 마음속 울분을 분출하며 내면의 자신과 마주하는 ‘Stick It To The Man’, 듀이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대회에 나가기 위해 주도적으로 팀의 상태를 확인하는 ‘Time to Play’는 그래서 의미가 깊다. 짧은 기간 동안 이뤄낸 성장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특히 밴드 매니저인 써머(Summer Hathaway)의 리드 싱잉 아래 아이들만의 가창으로 이루어진 로큰롤 ‘Time to Play’는 극의 초반부에 나왔던 아이들의 경직된 합창과 대비를 이루며 재미를 준다.


극의 대미를 장식하는 건 역시 ‘School of Rock(Teacher’s Pet)’이다. 영화에서처럼 밴드의 경연 참가곡이자 주제곡으로 등장하는 노래는 원곡의 힘을 그대로 가져왔다. 잘 들리는 선율과 깜찍하면서도 의미심장한 가사, 멤버들의 기량을 골고루 보여주는 친절한 진행은 다시 봐도 압권이다. 영화에서 그랬듯, 노래는 커튼콜의 직전에서 관객 호응을 절정으로 끌어낼 중요한 역할이 될 전망이다. 쫓겨난 로커와 모범생들의 ‘로큰롤 레볼루션’은 우여곡절 끝에 ‘배틀 오브 더 밴드’ 무대에 올라 이 노래를 부르며 끝이 난다.


School of Rock - The Musical


거장의 후반기를 대표할 만한 작품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또 다른 대표작이 될 작품이다. 냉정히 말해, 1990년대부터 그는 신작에서 이전만큼의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했다. 반면 [스쿨 오브 락]은 그의 음악만으로도 관람의 가치가 충분하다. 일단 듣는 재미의 측면에서 그의 전성기를 수놓았던 작품들과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다. 게다가 출연진이 직접 연주를 하는 작품이란 점에서 마음이 쏠린다. 원래 록 음악은 라이브 연주를 현장에서 체험할 때 더욱 빛나지 않나. 여기에 영화보다 입체감을 더한 인물 설정과 스토리라인이 완성도에 힘을 더했다. 뮤지컬 [스쿨 오브 락]은 잭 블랙과 아이들이 전했던 웃음과 감동, 그 이상의 재미와 울림을 보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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