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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민재 Jun 14. 2019

여왕의 귀환, 마돈나

마돈나 컴백 기념 [멜론매거진] 기고

Welcome to the World of Madame X


소문만 무성하던 ‘여왕의 귀환’이 세상에 드러난 건 지난 4월 14일이었다. 마돈나는 이날 ‘마담 엑스의 세계에 온 것을 환영한다’는 제목의 트레일러를 통해 새 앨범의 제목 [Madame X]를 발표했다. 영상 속 마돈나의 설명에 따르면 앨범의 주인공 ‘마담 엑스’는 다음과 같다.


“마담 엑스는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신분을 바꾸고, 자유를 위해 싸우며, 
어두운 곳에 빛을 가져다주는 비밀 요원이다.”


또한 마담 엑스는 댄서이자 교수, 국가 원수, 주부, 승마자, 죄수, 학생, 어머니, 아이, 교사, 수녀, 가수, 성인(聖人), 매춘부, 스파이다. 이 많은 키워드를 관통하는 한 사람이 마담 엑스, 바로 마돈나다. 그가 돌아왔다.



팝 음악 역사에서 공인된 여왕은 마돈나 한 명뿐이다. 1982년 데뷔 이래 37년간 기록한 압도적 흥행 실적이 그 위상을 입증한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음반을 판 여성 아티스트인 동시에 세계에서 가장 높은 투어 수익을 올린 솔로 가수다. 지금까지 약 3억 장에 달하는 음반을 판매했고, 콘서트 투어로 벌어들인 돈이 1조 원을 넘는다. 빌보드 핫 100 차트 50년 역사에서 비틀스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성공을 거둔 가수 역시 그다. 마돈나는 그 자체로 하나의 브랜드다.


여왕의 가치는 상업적 성과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분야를 막론하고 자신의 이름을 아로새겼다. 마이클 잭슨, 프린스 등과 함께 MTV 시대의 선두 주자로서 콘셉트와 뮤직비디오의 미학을 선보이며 보는 음악의 지평을 열었고, 여성으로서 주체적 성(性) 담론과 자기 결정권을 음악에 녹여내며 당대의 섹스 이데올로기를 전복하고자 했다. 키치(kitsch) 룩, 십자가 액세서리, 콘브라 등 패션 분야의 히트 상품도 적지 않다. 여성 팝가수가 할만한 건 이미 마돈나가 다 했다는 후배들의 농담 섞인 불평은 결코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무엇보다도 음악적으로 꾸준한 완성도를 유지한 것이 결정적이다. 디스코의 영향이 지배적인 데뷔 앨범 [Madonna](1983)부터 라틴과 팝 발라드로 외연을 넓힌 [True Blue](1986), 록의 문법을 활용한 [Like A Prayer](1989), 하우스와 알앤비를 포용한 [Erotica](1992)와 [Bedtime Stories](1994), 일렉트로닉과 테크노 유행에 앞장선 [Ray of Light](1998) 등이 다채로운 듣는 재미를 선사했다. 포크트로니카를 시도한 [American Life](2003), 복고풍 디스코로 돌아온 [Confessions on A Dance Floor](2005), 힙합의 지분을 높인 [Hard Candy](2008) 등 후기 작품에서도 창작력은 줄지 않았다.



새 앨범 [Madame X]는 그의 지난 음악 인생을 집대성하는 작품이다. 캐치한 멜로디와 사운드를 구사하고 패셔너블한 의상과 소품을 뽐내는 ‘팝 아이콘 마돈나’와, 사회적 쟁점에 목소리를 내고 소수자들에게 손을 내미는 ‘사회운동가 마돈나’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모양새다. 음악과 영상은 감각적이고, 메시지와 담론은 대담하다. 지난 몇 년간 포르투갈 리스본에 거주하며 포르투갈의 파두, 라틴 팝 등 월드 뮤직의 영향을 받아 완성된 이색적인 곡들도 눈에 띈다. 마돈나의 최근 앨범 중 가장 실험적이고 도발적인 작품이란 해외 평단의 반응은 여기에 기인한다.


재능 있는 아티스트들과의 협업도 주목할 점이다. 콜롬비아 출신의 라틴 팝 스타 말루마(Maluma)는 리드 싱글 ‘Medellín’과 전작 [Rebel Heart](2015)의 ‘Bitch I’m Madonna’가 떠오르는 ‘Bitch I’m Loca’에 힘을 보탰고, 힙합 트리오 미고스(Migos)의 멤버 퀘이보(Quavo)는 ‘Future’에 참여해 곡에 개성을 더했다. 트랩 듀오 레이 슈레멀드(Rae Sremmurd)의 멤버 스웨 리(Swae Lee)는 ‘Crave’에서 마돈나와 하모니를 이뤘고 브라질 출신의 싱어송라이터 애니타(Anitta)는 ‘Faz Gostoso’에서 끼를 발산했다. 이밖에도 오랜 파트너 미르와이스(Mirwais)를 비롯, 디플로(Diplo), 제프 배스커(Jeff Bhasker), 스타라(Starrah) 등 쟁쟁한 히트 메이커들이 앨범 곳곳을 빛냈다.



'Medellín' feat. Maluma

마돈나의 라틴 사랑은 198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3집 [True Blue]에 실린 ‘La isla bonita’로 많은 사랑을 받은 그는 이후에도 이따금 라틴 팝을 앨범에 수록해왔다. 그러나 싱글로, 그것도 앨범의 첫 싱글로 라틴 팝을 앞세운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은근한 템포에 중독성 강한 ‘원투 차차차’ 후렴으로 콜롬비아의 제2 도시 메데인을 노래한 ‘Medellín’은 특히 라틴 시장을 중심으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뮤직비디오에서 차차차 선생님으로 분한 ‘마담 엑스’를 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다. 



'Crave' feat. Swae Lee

두 번째로 공개된 ‘Crave’ 뮤직비디오에서 남미의 차차차 선생님은 온데간데없다. 도심 속 빌딩에서 자유를 갈망하는 댄서가 된 마돈나는 대세 래퍼 스웨 리(Swae Lee)와 소절을 주고받으며 세련된 춤 솜씨를 뽐냈다. 앨범의 두 번째 싱글로 낙점된 ‘Crave’는 트렌디한 트랩 비트와 이에 어울리는 창법, 목소리 톤으로 젊은 음악 팬들에게 놀라움을 안겼다.



'Dark Ballet'

이건 한 편의 아트 필름이다. 잔 다르크의 화형식을 테마로 퀴어 래퍼이자 모델 미키 블랑코(Mykki Blanco)가 열연을 펼쳤다. 마돈나가 등장하는 장면은 찰나에 불과하지만,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다.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을 샘플링한 전위적 구조의 노래와 컷마다 미장센이 돋보이는 에마누엘 아드제이(Emmanuel Adjei) 감독의 영상이 환상의 조화를 이뤘다. 마돈나 역시 비디오의 비주얼 디렉터로 참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마돈나의 전설은 현재진행형이다. 유행에 가장 민감한 팝 장르에서 이토록 오랫동안 명성을 유지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우리는 시대를 풍미하고도 이내 빛을 잃고 과거의 영광에 갇히는 왕년의 팝 스타들을 너무나도 많이 목격했다. 반면 마돈나의 정규 14집 [Madame X]는 부지런히 세상을 관찰하고 동향을 파악하며 완성한 문제작이다. 여전히 반짝이는 거장의 창의력과 시대감각이 놀랍다.


- 멜론매거진 '아티스트 갤러리'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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