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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민재 Nov 18. 2019

[Merry Christmas]

세월이 흐를수록 가치를 더해 갈 앨범

Mariah Carey [Merry Christmas (Deluxe Anniversary Edition)]


웰메이드 캐럴은 세대를 가리지 않는다. ‘Joy to the World’(1719), ‘Silent Night’(1818), ‘O Holy Night’(1847)처럼 오래된 성가부터 빙 크로스비(Bing Crosby)의 ‘White Christmas’(1942), 호세 펠리시아노(José Feliciano)의 ‘Feliz Navidad’(1970), 왬(Wham)의 ‘Last Christmas’(1984) 등 대중음악에 이르기까지, 뛰어난 크리스마스 음악은 늘 시대를 넘어 지구촌 곳곳의 연말을 밝혀왔다.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


머라이어 캐리(Mariah Carey)의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1994) 또한 그렇다. 지금까지 싱글로만 1,600만 장 이상 팔렸으니 이 시대의 클래식이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다. 노래가 실린 그의 홀리데이 앨범 [Merry Christmas](1994) 역시 전무후무한 흥행을 기록했다. 무려 1,500만 장이 넘게 팔렸다.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크리스마스 레코드가 바로 [Merry Christmas]다. 이후 수많은 아티스트가 성탄 특수를 노리고 음반을 제작했지만, 이 앨범에 비견할 만한 성공을 거둔 작품은 단연코 없다.


발표 후 많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그 인기는 여전하다. 대표곡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는 매년 각국 차트에서 신곡을 제치고 높은 순위에 오른다. 2017년에는 발매 23년 만에 빌보드 핫100 차트 10위권에 재진입했고, 2018년 크리스마스이브에는 전 세계 스포티파이(Spotify)에서 하루 동안 1,081만 9,009회 스트리밍되며 일일 이용량 신기록을 세웠다. 물론 국내에서도 각종 음원사이트의 실시간 차트를 정복했다. 1994년 이후 머라이어 캐리 없는 크리스마스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념비적 작품이 올해로 발매 25주년을 맞았다. 사반세기를 ‘크리스마스의 여왕’으로 지낸 머라이어 캐리는 연말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 전미 투어를 개최한다. 공연에 참석하지 못하는 이에겐 기존 수록곡 11곡과 함께 전설로만 회자되던 공연 실황, 두 번째 홀리데이 앨범과 싱글로 발표된 최신 겨울 곡, 대표곡의 리믹스 버전 등을 풍성하게 챙긴 [Merry Christmas (Deluxe Anniversary Edition)]이 위로가 될법하다. 발표 직후 신화가 된 [Merry Christmas]를 돌아본다.


[Merry Christmas](1994)


[Merry Christmas](1994)

당초 머라이어 캐리는 홀리데이 앨범의 제작을 탐탁잖아 했다고 전해진다. 전작 [Music Box](1993)로 휘트니 휴스턴(Whitney Houston)의 아성을 위협하는 전성기를 누리고 있던 그는 캐럴 녹음을 대중과 멀어진 가수의 궁여지책 정도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뉴 키즈 온 더 블록(New Kids On The Block), 보이즈 투 멘(Boyz Ⅱ Men) 등 오리지널 캐럴을 내는 당대의 인기 가수도 있었지만, 눈에 띄는 히트로 이어진 경우는 드물었다. 적잖은 위험 부담에도 그는 여러 차례 호흡을 맞췄던 작곡가 월터 아파나시에프(Walter Afanasieff)와 함께 3곡의 창작곡을 포함한 음반을 꾸렸다.


[Merry Christmas]는 그래서 특별했다. 이미 데뷔 앨범부터 모든 곡을 직접 만들었던 싱어송라이터의 역량과 보컬리스트로서의 탁월한 표현력이 동시에 빛났다. 월터 아파나시에프와 15분 만에 만들었다는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는 그 정점에 위치한다. 짜임새 있는 코드 워크와 빼어난 멜로디, 성탄 분위기를 연출하는 음향과 풍요로운 ‘월 오브 사운드’에 많은 이가 매료됐다. 머라이어 캐리의 가창과 이를 보조하는 코러스의 하모니는 곡에 고전미를 더했다. 누구라도 주저 없이 크리스마스 선곡표에 올릴 만한 노래였다.


Miss You Most(At Christmas Time)


대중에겐 비교적 덜 알려진 다른 두 곡의 창작곡도 근사했다. “다른 계절은 괜찮지만 크리스마스가 되면 특히 당신이 그립다”고 말하는 ‘Miss You Most(At Christmas Time)’은 성탄절이 행복하지 않은 이들을 위한 노래다. 머라이어 캐리 특유의 서정적인 발라드 선율과 애틋한 노랫말로 발매 직후 마니아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세 곡의 오리지널 곡 중 가장 종교적인 ‘Jesus Born on This Day’에선 어린이 합창단을 포함한 가스펠 콰이어와 함께 아기 예수의 탄생을 찬양한다. 앨범에 실린 기존 성가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노래는 곧장 전 세계의 기독교 라디오 전파를 탔다.


절정의 기량을 뽐내던 시기에 만들어진 음반인 만큼 그만의 해석이 가미된 커버 곡을 듣는 재미도 크다. 달린 러브(Darlene Love)의 1963년 원곡을 크게 훼손하지 않고 재연한 ‘Christmas(Baby Please Come Home)’, 크리스마스의 클래식인 ‘Joy to the World’, ‘Santa Claus is Comin’ to Town’ 등 업 템포 곡에서는 흥겨운 축제의 장을 여는 한편, ‘Hark! The Herald Angels Sing/Gloria(In Excelsis Deo)’, ‘Jesus Oh What a Wonderful Child’, ‘God Rest Ye Merry, Gentlemen’ 등 고전 음악에선 합창단과 함께 종교 음악에 가까운 진행으로 신앙심을 드러낸다. 전매특허 초고음, 일명 ‘돌고래 창법’으로 곡의 대미를 장식하는 ‘O Holy Night’는 머라이어 캐리이기에 가능한 노래다.


[Merry Christmas (Deluxe Anniversary Edition)](2019)


[Merry Christmas (Deluxe Anniversary Edition)](2019)

본 앨범의 하이라이트는 음반 발매 25주년을 기념하는 두 번째 디스크다. 우선 눈에 들어오는 건 1994년 12월 8일 미국 뉴욕에 위치한 세인트 존 더 디바인 대성당에서 펼쳐진 콘서트 실황이다. 미국의 저소득층 어린이들을 위해 무료로 여름 캠프를 여는 비영리단체 프레시 에어 펀드(The Fresh Air Fund)를 위해 열린 자선 공연으로, 당시 70만 달러의 기금을 마련해 화제를 모았다. 머라이어 캐리는 이날 총 7곡을 불렀으나, 그동안 ‘Joy to the World’를 제외한 나머지 노래는 영상도, 라이브 음원도 공개되지 않아 팬들의 숙원으로 남아있었다.


‘Hark! The Herald Angels Sing/Gloria(In Excelsis Deo)’


공연의 마지막 곡이었던 ‘Hero’를 제외한 6곡의 라이브가 25년 만에 최초로 공개됐다.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 ‘Silent Night’, ‘Joy to the World’, ‘Hark! The Herald Angels Sing/Gloria(In Excelsis Deo)’, ‘Jesus Born on This Day’, ‘Santa Claus is Comin’ to Town’ 순서로 진행된 공연에는 정제된 음원과는 다른 생동감이 꿈틀댄다. 매번 음원으로만 듣던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를 라이브로 들으니, 마치 다른 노래를 듣는 듯 새롭다. 수십 명의 성가대와 팽팽한 주고받기를 들려주는 ‘Joy to the World’의 후반부에서는 감탄이 절로 난다. 가수와 성가대, 어린이가 하나 되는 ‘Jesus Born on This Day’, 아티스트와 관객이 함께 부르는 ‘Santa Claus is Comin’ to Town’까지 듣고 나면 새삼 그가 얼마나 뛰어난 보컬리스트인지 다시 깨닫는다.


앨범은 [Merry Christmas] 이후의 역사로 이어진다. 두 번째 홀리데이 음반 [Merry Christmas Ⅱ You](2010)에 실렸던 창작곡 4곡 중 3곡이 실린 것이다. 리드 싱글이었던 ‘Oh Santa!’가 형식을 깨는 응원가 풍 진행으로 관심을 모았다면, 다수의 영화, 뮤지컬 음악을 만든 마크 샤이먼(Marc Shaiman)이 함께 만든 빅밴드 발라드 스타일의 ‘Christmas Time Is in the Air Again’은 좀 더 전통적인 구성으로 호평을 받았다. ‘When Christmas Comes’는 솔로 곡이었던 오리지널 버전이 아닌 이듬해 존 레전드(John Legend)와 듀엣으로 부른 싱글 버전이 실렸는데, 의외로 잘 어울리는 두 사람의 화음이 인상적인 알앤비 곡이었다.


‘The Star’


‘The Star’와 ‘Lil Snowman’은 영화에 사용된 노래다. 마크 샤이먼이 함께 만든 ‘The Star’는 국내에선 [더 크리스마스](2017)라는 제목으로 개봉했던 티모시 렉카트(Timothy Reckart) 감독의 애니메이션 영화 [더 스타](2017)의 주제곡이었다. 디즈니 영화에 나올 법한 편안한 팝 발라드 작법으로 제75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베스트 주제가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반면 머라이어 캐리가 직접 목소리를 연기한 애니메이션 영화 [올 아이 원트 포 크리스마스 이즈 유](2017)의 주제곡이었던 ‘Lil Snowman’은 평소 그의 음악과는 다른 초기 로큰롤 스타일로 새로움을 안겼다. 두 노래는 특히 2011년에 태어난 그의 쌍둥이 자녀들이 참여해 더욱 뜻깊었다. ‘The Star’의 뮤직비디오에는 아들 모로칸 캐넌(Moroccan Cannon)과 딸 먼로 캐넌(Monroe Cannon)이 카메오로 출연했고, ‘Lil Snowman’에는 먼로 캐넌이 백업 보컬로 참여했다.



세월이 흐를수록 가치를 더해 갈 앨범

머라이어 캐리의 [Merry Christmas]가 성공한 이후, 인기 가수의 캐럴 앨범 제작은 선택 아닌 필수 코스다. 디바 시대를 공유한 셀린 디온(Celine Dion), 휘트니 휴스턴(Whitney Houston)은 물론, 핸슨(Hanson), 크리스티나 아길레라(Christina Aguilera), 클레이 에이킨(Clay Aiken), 조시 그로반(Josh Groban),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 레이디 가가(Lady Gaga), 마이클 부블레(Michael Bublé), 켈리 클락슨(Kelly Clarkson), 시아(Sia) 등이 저마다의 캐럴로 제2의 머라이어 캐리 신화를 꿈꿨다. 앞으로도 이러한 경향은 계속될 것이다.


[Merry Christmas]는 시즌 앨범의 모범 사례가 됐다. 이제 대중은 잘 알려진 고전을 자신만의 색깔로 재해석한 동시에, 적당히 신선하면서도 귀에 잘 붙는 오리지널 신곡까지 갖춘 음반을 기대한다. 매년 쏟아지는 수많은 겨울 앨범 가운데 그다음 해에도 살아남는 앨범이 극소수인 이유다. 대부분이 한 철 장사에 그치고 만다. 머라이어 캐리의 캐럴은 다르다.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는 해를 거듭할수록 더 높은 순위에 더 빠르게 오르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2008년 ‘Touch My Body’ 이후 끊긴 머라이어 캐리의 다음 1위 곡은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가 될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잊히지 않고, 오히려 가치가 쌓이는 것. 그게 바로 클래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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