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과 천문학자
지상 망원경을 자주 이용하는 천문학자들은 구름을 싫어합니다.(오해하실까 봐 말씀드리지만 요즘은 지상 망원경도 지구 대기의 효과 등을 매우 효과적으로 상쇄시켜서 우주 망원경과 비슷한 해상도 및 결과를 내놓을 수 있습니다. 참으로 좋은 세상입니다.)
관측 예정일에 구름이 끼면 모든 계획이 틀어지기 때문입니다. 몇 달 전부터 신청해서 겨우 얻은 망원경 사용 시간이 날씨 하나에 날아갑니다. 관측 며칠 전부터 날씨 예보를 습관적으로 확인하고, 맑음 예보가 나오면 마음이 가벼워지다가 예보가 빗나가면 허탈해집니다. 밤새 기다렸는데 새벽에 갑자기 구름이 몰려오면, 그 허탈함은 몇 번을 경험해도 익숙해지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구름을 가장 자세히 관찰하는 사람들도 천문학자인 경우가 많습니다. 관측 가능 여부를 판단하려면 구름의 종류, 두께, 이동 방향을 읽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얼마나 빠르게 이동하는지, 얇게 흩어지는 종류인지, 두텁게 쌓이는 종류인지, 어느 방향에서 더 몰려오는지. 관측을 오래 하다 보면 구름의 모양만 봐도 그날 밤 하늘이 열릴지 닫힐지 어느 정도 감이 생깁니다. 미워하면서도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는 존재입니다.© 2026 Getty Images
사실, 구름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생각보다 까다롭습니다. 구름이 생기려면 수증기, 냉각, 그리고 응결핵이 필요합니다. 수증기만 있다고 물방울이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수증기가 물방울로 변하려면 무언가 핵이 되는 입자 위에 달라붙어야 합니다. 이것이 응결핵입니다. 응결핵이 될 수 있는 것들은 다양합니다. 바다에서 날아온 소금 입자, 토양에서 바람에 실려 온 먼지, 화산 폭발로 올라간 화산재, 산불 연기 속의 탄소 입자, 심지어 일부 세균도 응결핵 역할을 한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공기 중에 이 응결핵이 충분하지 않으면 수증기가 아무리 많아도 물방울이 잘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비행기에서 구름이 생기는 것도 비슷한 원리입니다. 엔진 배기가스 속 입자들이 응결핵이 되어 수증기가 달라붙으면서 흰 줄기가 만들어집니다.
구름의 종류는 높이와 형태에 따라 나뉩니다. 높은 고도인 약 6킬로미터 이상에는 얼음 결정으로 이루어진 권운, 권적운, 권층운이 있습니다. 새털처럼 가늘고 흰 줄기 모양의 권운은 맑은 날 하늘 높이 보이는 가장 흔한 고층 구름으로, 수직으로 발달하지 않아 관측에 그다지 방해가 되지 않는 편입니다. 중간 고도에는 고층운과 고적운이 있습니다. 둥글고 작은 덩어리들이 규칙적으로 늘어선 고적운은 아침에 양떼구름이라 불리는 것이 대체로 이것입니다. 낮은 고도에는 층운과 난층운이 있는데, 관측에서 가장 곤란한 것이 층운입니다. 하늘을 균일하게 덮어버려 별빛이 전혀 통과하지 못합니다. 이 분류와 별개로 수직 방향으로 강하게 발달하는 적란운이 있습니다. 강한 상승 기류로 성층권 아래까지 솟아오르며 꼭대기가 납작하게 퍼지는 모루 모양이 특징이며, 뇌우와 우박을 동반합니다.
구름이 하얀 것은 이전에 이야기한 미산란 (Mie Scattering) 때문입니다. 구름을 이루는 물방울의 크기는 수 마이크로미터에서 수십 마이크로미터로 가시광선 파장보다 훨씬 크고, 그 결과 모든 파장의 빛이 고르게 산란되어 흰색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구름이 두꺼워질수록 아래쪽은 점점 회색이나 어두운 색이 됩니다. 두꺼운 구름 안에서는 빛이 여러 겹의 물방울을 통과하며 계속 산란되는데, 그 과정에서 빛의 세기가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비를 몰고 오는 먹구름이 어두운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구름은 지구 에너지 균형에서 복잡한 역할을 합니다. 두꺼운 구름은 태양빛을 반사해 지표를 식히는 동시에, 지표에서 방출되는 적외선을 흡수해 온도를 높이는 역할도 합니다. 냉각과 온난 효과가 같은 구름 안에 공존하는 것입니다. 이 두 효과의 상대적인 크기가 구름의 종류, 두께, 고도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구름이 기후에 미치는 순 효과를 정확히 계산하는 것이 현재 기후 과학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 중 하나입니다. 가장 정교한 기후 모델들이 미래 기온 상승 폭에서 차이를 보이는 가장 큰 이유도 구름의 거동을 어떻게 표현하느냐의 차이에서 옵니다. 하늘을 수시로 떠다니는 저 흰 덩어리들의 미래가 지구의 미래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라는 것이 가만히 생각하면 놀라운 일입니다.
구름은 또한 물 순환의 중간 정류장입니다. 바다에서 증발한 수증기가 올라가 구름이 되고, 비나 눈이 되어 내려 다시 땅과 바다로 돌아갑니다. 소행성과 혜성이 수십억 년 전 지구에 실어온 물이 그 이후 46억 년 동안 이 순환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지금 하늘에 떠 있는 구름 한 점 안의 물방울들이 과거에 어떤 강을 흘렀고 어떤 생명체를 이루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그 물이 지금도 순환하고 있다는 것, 그 순환의 한 장면이 저 구름이라는 것은 알 수 있겠지요.
관측을 망쳐놓는 구름을 보면서 그 생각을 하면, 완전히 밉기만 하지는 않습니다. 조금만 밉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