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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j May 12. 2018

속삭이는 책들의 꿈

읽으면서 생각나는데로 씁니다

푸코의 진자에서 까소봉은 자신의 카드시스템 - 지식의 저장/분류 - 에 대한 찬양을 한다. 적어도 두 번은. 돼지털에서 플라톤까지 가는 연쇄 작용에 대해 설명했던가. 비슷하게, 읽은 책들 사이에는 길거나 짧은 여기저기 얽힌 경로가 있다. 찾아서 읽은 책이 아니라 서점에서 그저 돌아다니다가 집어 들었다 하더라도 그 많은 책들 중에서 눈길을 사로잡아 집어 들게 되기까지에는 다른 책들이 배경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장미의 이름에도 이런 비슷한 이야기가 있었지. 윌리엄이 '모르는 책의 내용을 유추하기 위해 다른 책을 읽는다' 라며 아드소에게 왜 시체들이 쌓이는 와중에 책이나 읽느냐는 무언의 비난에 (아드소는 어리니까 표정을 감추지 않았겠지) 설명했다. 아드소는 그 이후 장서관에서 끊임없이 속삭이는 책들의 꿈을 꾸었고...(아니면 그런 꿈을 꾸었다고 생각했던가?)


장미의 이름이 나왔으니 말인데, 여기서부터 시작해서 내가 읽은 책들은 여기저기 얽힌다. 예를 들어, 이 책 덕분에 중세 배경에 반응하게되어, 하염없이 도서관을 돌아다니던 어느 날 엘리스 피터스의 캐드펠 시리즈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엘리스 피터스 상을 수상한 아리아나 프랭클린의 죽음을 연구하는 여인을 읽게 되었고, 이 책의 배경인 헨리 2세 시절의 영국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데 - 세월이 좀 지나서 - Dan Jones의 The Hollow Crown에서 언급된 헨리 2세/아키텐의 엘레오노르에 대해 읽고 예전에 관심을 가졌던 것을 떠올리게 되어서 엘레오노르에 대해 다시 뒤져보게 되었다 (이제 영어로 읽는 것에 익숙해져서 찾아볼 수 있는 범위가 더 늘어났으므로).


그런데 저 Dan Jones의 책은 왜 읽게 되었냐면, The daughter of time이 그렇게 재미있다고 추천받아서 읽었는데 이게 리처드 3세의 한을 풀어주자는 이야기라, 얘가 왜 이렇게 억울하게 되었냐니 전부 튜더가 잘못했어...? 그래서 튜더에 대해 읽어볼까 하며 The Hollow Crown...


시간의 딸은, 일하다가 잡담하는 도중에 피터 윔지 경에 대한 농담이 나와서 신나게 이야기를 하다가 그럼 이 책도 읽어봐 꼭 하고 추천을 받았던 것.


그리고 이 글은 왜 쓰고 있냐면 어젯밤에 Mark Forsyth의 The Unknown Unknown을 읽다가 우연하지 않은 책과의 만남에 대해 생각하다가 이렇게 되었다-는 것. 그래서 결국 매거진까지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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