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일심동체는 옛날 말
우리는 2009년 1월 연애를 시작하여 햇수로 7년의 연애를 끝으로 결혼에 골인한 커플이다.
그야말로 우린 장수 커플이었고 '이 사람이다, 운명이다'라는 생각보다는 '이제 슬슬 결혼해야겠네' 정도로
시간의 흐름에 맞춰 자연스럽게 결혼하게 되었다.
하지만 아무리 자연스럽다 하더라도 한 달 만에 이뤄진 결혼식이 로맨틱할 리 있나?
우리는 그 당시 유학을 핑계로 부모님 몰래 뉴질랜드에 함께 거주하고 있었으며 그 사실이 발각되자마자 결혼식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결혼의 설렘이나 신혼의 단꿈은 우리에게 없었다.
그동안 너무 오래 만났고 너무 오래 봐왔고 너무 많이 이야기를 해와서 일까?
서로에게 더 이상 궁금한 것도, 할 말도 생기지 않았고 그러다 보니 대화도 줄고 한 공간에 있어도 각자 다른 일을 하거나 다른걸 보게 되었다.
남들이 '신혼' 하면 생각하는 그런 달달한 생활이 아닌
뭔가 생계형 일상의 모습으로..
근데 신기한 건 서로를 너무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가면 갈수록 더더욱 이 사람을 모르겠는 건 뭘까?
나는 우리가 '척하면 척, 어하면 아' 일 줄 알았는데
뭔가 잘못돼어가고 있다.
결혼생활이 시작됨으로써 마치 우리의 전쟁도 시작된 느낌.
그동안 내가 봐온 사람이 정말 이 사람이었나 싶을 정도로
다른 이가 내 눈 앞에 나와 살고 있구나..
그렇다면 아예 모든 게 새로워야 하는데 그런 것도 아니었고
살아보니 생각이 나와 달라도 너무 다르다.
가고자 하는 방향이 달라도 너무 다른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그동안의 7년은 무엇이었을까.
그동안 없었던 권태기가 지금 오는 것인가?
내가 모르던 이 사람의 진짜 모습을 이제야 솔직하게 보이는 것인가?
또한,
7년을 매일같이 만나도 좋았던 그 감정은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 걸까?
나는 요즘 노력하고 있다.
싸우지 않으려는 노력,
다르다는 것에 서운해하지 않으려는 노력
상대방이 원하는 것에 맞춰 나가려는 노력
그리고 말 한마디에도 예민해지지 않으려는 노력
비록 이 노력들이 상대방에겐 아직 부족하다 여겨질지라도
어쨌든 나는 노력 중이다.
우리는 앞으로
우리가 살아온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미움도 짜증도 서운함도 그리고 안타까움도 가여움도
모두 사랑의 한 종류겠거니
지금은
결혼 8개월 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