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일을 놓다보니 뭘하고 살까 고민이 많아집니다.
회사다니면서 시간이 제일 아쉬웠어요.
특히 지난 3년동안
출근은 오전 9:30, 퇴근은 정시를 훌쩍넘긴 8:30에 하고
그 후 아이 케어하고 재운 다음 밤 10시에 다시 컴터를 키고 새벽 2-3시까지 일을 했습니다.
보고 전날에는 새벽 5시까지 일하기도 했었죠.
더 높이 올라갈수록 더 여유가 생길거라는 환상이 있어서였을까요? 제가 실무형 임원이어서 그랬을까요?
아뭏든 이렇게 나의 시간을 최대한 촘촘하게 갈아넣어서 연봉과 바꾸는 것이 나에게는 너무나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내 인생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들에는 시간을 쓰지 못하고, 내 인생에 있어 전혀 도움이 안되는 숫자들에 매달려 있었어요.
밤에 일이 남아있으니, 저녁때 아이와 보내는 1-2시간 마저도 정신은 일에 골몰하고 있어 퀄리티 타임을 보내지 못했습니다. 아이가 늦게자려고 하면 화가나기도 했습니다.
2년 반 동안 제대로 된 휴가를 가지 못했어요. 그러다 작년 여름 에라 모르겠다 하고 7일 괌에 갔었죠.
그런데 이 관성이라는게 뭔지 괌에 가서도 슬랙과 이메일을 확인하고 회신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어요. 해변가에 앉아 심지어 서울에서 오는 전화도 받았고, 새벽에 자기전에 조직원들과 슬랙을 하다가 열받는 내 자신도 발견하게 됬고요.
그때 생각했어요. 이건 미친짓이다. 그리고 결심했던것 같아요-이렇게 살지 말아야겠다.
그렇게 시간과 체력을 갈아넣는데도, 나는 100%를 몰입하고 일이 완성도 있게 하도록 최선을 다하지 못하는 기분이었어요.
일에 홀(hole)이 생기거나 주위분산되는 것은 어쩔수 없었어요.
아이 반찬과 간식 챙기기, 책가방 싸기, 머리묶기, 옷챙기기..
몇차례 남편에게 울면서 부탁했던 기억이 납니다. 제발 일에 집중하게 다른일들을 해줄사람을 찾거나 남편이 다 해달라고요. 그런데 그렇게 이뤄지지는 않았죠.
학부모총회, 반 아이들 생일파티, 선생님 면담..이런건 누가 할건가요 엄마가 아니면-
내릴수 없는 롤러코스터 혹은 바이킹을 논스톱으로 계속 타는 느낌으로 그렇게 버텨왔던 것 같아요.
애기라도 빨리 낳았다면 부모님에게 의지하면 되는데, 마흔넘어 애기를 낳다보니 이미 부모님은 70대 중반 - 거기다 큰 수술까지. 부모님들께 의지할 수 있는 상황이 안되었죠.
상주이모님 구하자고 그렇게 애원해도 사람이 불편한 남편은 절대 반대했고요.
아뭏든 가장 화가나는건 일에도, 집안일이나 아이케어에도, 어디에도 집중하기 어려워 모든게 애매하게 빵구가 난다는 점이었고 더 화가나는건 내 에너지를 다 씀에도 불구하고 모든게 엉망이 된다는 느낌을 받는것이었어요.
그래서 생각했어요. 이렇게 내 시간을 갈아넣는 일은 하지 않아야겠다고.
주변에 전문직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의 시간을 갈아넣어 돈을 버느라 정작 본인은 행복하지 않은 경우를 많이 봅니다.
Passiva Income, 즉 가만히 앉아있어도 돈이 들어오는 구조.
이론상으로는 멋지고 요즘 유행이어서 조금 조사를 해보았는데요, 너무 배워야 할 것들이 많음을 느낍니다.
일단 저는 부동산 공부와 콘텐츠만들기를 시작해보려해요.
이에 앞서 아침에 루틴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7시 이전에 일어나서 매일 동네를 30분씩 걷는거에요.
이걸로 얼마나 돈을 벌고 '경제적 자유'를 얻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그래도 나의 모든 걸 갈아넣은 후 모든걸 잃게되는 것 보다는 나을거라 생각해요.
하지만 회사일 그렇게까지 했는데, 제 일에 그만큼 못할까? 하는 생각으로 열심히 공부하고 실천해서 도전해보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