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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리 Jul 10. 2024

[Review] 행복은 생각보다 가까이에

서울일러스트레이션 페어 V.17



1년 만에 코엑스를 다시 찾았다. 서울일러스트레이션 페어(이하 서일페)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한 서일페는 여전히 아티스트들의 열정으로 가득했고, 그 마음을 대변하기라도 하듯 많은 인파가 그들을 반겼다. 국내는 물론 해외 일러스트레이터들도 한자리에 모여 일러스트 분야에 무한한 관심을 보여주었다.      


작년과 달리 올해는 페어 첫날에 들렀는데 확실히 주말보다는 평일이 구경하기에 훨씬 수월했다. 물론 통로가 그리 넓은 편은 아니라 부스 사이로 조심조심 발걸음을 옮겨야 했으나, 덕분에 천천히 굿즈들을 둘러볼 수 있다는 건 좋았다. 낯익은 그림체도, 처음 보는 화폭과 아기자기한 캐릭터들도 눈에 담는 내내 귀엽다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냥 가기에는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아이들이 많았던 이번 페어. 두둑했던 지갑은 어느새 홀쭉해져 있었다.



HARTY 작가님 (E-35)     


   

환상 속 세계에 발을 디딘 것 같은 착각을 주는 HARTY 작가님의 일러스트. '상상 속 따뜻한 감성을 추구하는 그래픽 아트를 기획하고 제작한다'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서일페에는 처음 참여하는 거라고 하셨는데, 이렇게 완성도 높은 그림과 예쁜 부스 구성이라니. 함께 간 일행과 잠깐 넋을 놓고 바라보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부스 정면에 걸려 있는 물빛의 구를 형상화한 그림은 마치 이세계에 존재하는 해왕성 같았다. 다양한 온도감의 색채를 활용하면서도 아련한 감성이 느껴져 유독 인상 깊었다.

      

동화 같기도 판타지 소설의 배경 같기도 한 그림들을 그릴 때 어디에서 보통 영감을 받는지 궁금증이 생겨 여쭤보았는데, 대답은 이러했다. "주변에 있는 사물들로부터 영감을 많이 받는 것 같아요. 옆에 걸려있는 이 그림도 '거울'이라는 사물에서부터 시작한 거거든요." 타오르는 영감을 그림으로 승화하기까지 무수한 시간과 힘겨루기를 했을 작가님의 노력이 느껴져 일순간 뭉클했다. 지켜봐야 할 작가님이 이렇게 하나 늘었다.     



아레아레아 작가님 (G-19)     



계절의 초상을 낭만 듬뿍 담은 그림체로 구현하는 아레아레아 작가님의 일러스트. 작년에 알게 된 작가님이기도 하고, 인스타그램을 계속해서 팔로우하고 있던 터라 부스를 보는 순간 마치 친구를 만난 것마냥 반가움이 앞섰다. (가끔 댓글도 달고, 답글도 받은 터라 더 그랬다 보다) 우리나라의 사계를 이렇게 따스하고 달콤하게 표현해 주실 수 있는 분이 또 계실까. 작가님의 그림은 영화 속 한 장면 같기도, 우리네 일상 파편 같기도 해 새롭고도 익숙하다.      


지난 페어에서 굿즈들을 데려오지 못한 게 마음에 걸리기도 하고, 피드에 올라오는 그림들을 소장하고 싶은 욕구가 샘솟아 엽서들을 한 아름 골라왔다. 문진과 스티커, 사계절을 담은 그림집까지. 어쩐지 기분이 몽글몽글해지는 순간이었다.     



공구이오 작가님 (G-36)     




필자의 오랜 습관이자 취미는 바로 하늘 바라보기다. 기분이 울적할 때에도, 벅차올라 소리치고 싶을 때에도 맑은 날 푸른 하늘을 하염없이 보는 건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 이렇다 보니 구름 모양에 의미를 부여해 본 적 있는 사람, 그게 바로 필자다. 하트 모양이라도 발견했다 싶으면 재빨리 카메라로 순간의 자락을 붙잡곤 한다.      

푸릇함과 순수함이 공존하는 공구이오 작가님의 일러스트. 작가님의 그림은 구름이 건네는 위로 같았다. 작업할 때 글과 그림을 함께 적는 편이라고 하셨던 것도 기억에 남는다. 엽서 굿즈에 적혀 있는 글귀와 그림이 어우러져 더더욱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쑥 작가님 (G-30)     


    

가장 친숙하게 느껴졌던 쑥 작가님의 그림과 글. 필자가 손에 꼽을 정도로 좋아하는 인스타툰 작가님이기 때문이다. 메인 캐릭터인 '무명'이의 이야기가 하나같이 내 이야기 같아서. 스토리에 공유할 만큼 내 마음을 대변해 주고 있는 것 같아서. 이야기를 엮은 단행본을 내셨을 때 단숨에 달려가 구매했었는데, 책을 가져오지 않아 통탄스러웠다.      


아쉬운 대로 명함에 사인을 요청드렸는데 되려 감사하다며 이름과 문구까지 정성스레 써주셔서 감동받았다. 마음이란 게 이토록 말랑말랑해질 수 있는 것이었나. 힘이 들 때 언제든 기댈 수 있는 쉼터가 생긴 느낌이다.


          


   

새롭게 알게 된 분들도, 이미 알고 있던 분들도 웃으며 마주할 수 있어 행복한 시간이었다. 자신만의 그림체, 컨셉을 기획하고 보다 구체화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구슬땀을 흘렸을지 가늠할 수 없다. 한정된 부스 안에서 자신의 작품을 드러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발품이 들었을지도. 터져나오는 솔직한 감상 앞에서 녹아내리는 표정들이 너무도 사랑스러웠다.     


내년에도, 그 이후에도 기꺼이 이들과 함께 같은 공간에 머무르고 싶어졌다.



원문 링크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708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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