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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유 May 04. 2021

파도는 부서지기 마련

ㅡ.소소(小笑)글


참 기이하게도 인권운동은 가장 필요한 곳에서 가장 극렬한 반격을 받는다.

2017년에야 여성들의 운전을 허용한 아시아 중앙의 어떤 나라에서는 "운전하는 여성은 죽이겠다"는 남성들의 협박이 이어졌다. 하긴 그전부터 "베일을 벗는 여자는 죽이겠다", "(강간을 당해도) 순결을 잃어 가문의 명예를 더럽힌 여자는 죽이겠다" 라며, 한 성별이 다른 성별의 생명까지 처단하는 게 가능한 나라긴 했다.

특정 집단이 오랫동안 누려오던 권력을 배분하게 될 때 그들은 자신의 권리가 침해당하고 입지가 좁아진다는 불안을 느낀다. 그 불안이 뭉쳐 튀어나오는 것이 백래시다. 즉 백래시가 강하다는 것은 편향된 권력이 그만큼 크다는 반증이다.

하지만 백래시라는 파도보다 우리는 시대적 흐름이라는 더 큰 물결 위에 있다. 아무리 거세고 높은 파도라도 결국 부서지게 되어 있다. 파도는 끊임없이 밀려오지만 하염없이 스러져 물결의 일부가 된다. 큰 태풍이 몰아칠수록 깊은 고요가 피어난다.

우리 역사는 다사다난했다. 광복을 맞이하자마자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었고, 군부독재를 몰아냈으며, 경제위기가 찾아왔고, 다시 한번 부정한 정권을 끌어내려야 했다.


우리 사회는 지지부진했다. 93년 서울대 신 교수 사건으로 인해 처음 '성희롱'에 대한 개념과 인식이 공론화되고 처벌이 이루어졌다. 2009년 부산지방법원에서 부부간 강간을 인정하는 첫 판결이 나왔다. 2008년에야 불합리한 가부장제의 결정체였던 호주제가 폐지됐다. 2021년 3월 24일 드디어 스토킹 처벌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전에는 수십 년 간 스토킹을 당해도 3만 원의 벌금형에 처해질 뿐이었다. 2021년 4월에 들어 부성 우선주의 폐지와 비양육자 양육비 지급 강제 집행이 법제화 논의에 들어갔다. 2020년 코로나 시대가 시작되기 이전 해까지만 해도 매년 전국의 며느리들은 명절 노동에 시달려야 했다. 법원이 성범죄자들에게 5년~10년 형의 징역을 때리는 것도, 성폭력과 가정폭력을 알리고, 이혼이 터부시 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된 것도 불과 몇 년 전 일이다. 지금도 적지 않은 여성들이 임신•출산으로 인해 고용차별, 임금차별, 부당대우, 부당해고를 당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결국 옳은 방향으로 나아갔다. 갈라져서 다투다가도 끈끈하게 뭉쳐 수렁을 헤치고 고비를 넘겼다. 어리진 않지만 그렇다고 인생을 오래 살진 않은, 고작 33년을  내가 보기에도 그렇다. 우리 주위에는 '옳은 선택을 하는 다수의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결코 물러서지도 주저앉지도 않는다. 진득하게 지켜보며 한 발 한 발 묵묵히 뗀다. 그렇기에 굳이 더 긴 말은 않으려 한다. 우려스럽고 답답하지만 믿고 지켜보는 중이다. '우리의' 발걸음은 결코 뒤로 밀려나지 않을 거니까. 앞으로 향할 거니까. 잠시 헛딛고 조금 느리더라도. 지금까지 잘해 왔듯이.



#페미니즘 #안티페미니즘 #양성평등 #인권 #인권운동 #사회운동 #이대남 #정치질 #정치질멈춰 #멈춰 #백래시 #백래시가밀려와도



사진 원문 : https://m.facebook.com/story.php?story_fbid=5553358328069854&id=100001872249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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