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답지 않은 행동을 마구 시키면서도, 나를 가장 나답게 만드는 사람.
나보다 정확히 1년 6개월 뒤에 태어난 동생은 나와 몹시 다른 사람이다.
얼마나 다르냐면,
‘저런 걸 누가 (돈 주고) 사지?’ 하면 동생이 산다.
예) 로에베 코끼리 백, 파스텔색 골프복
‘저런 걸 누가 (돈도 안 받고) 하지?’ 하면 동생이 한다.
예) 달고나 커피, 비즈로 꽃반지 만들기
체구가 비슷해 어릴 땐 옷도 잘 바꿔 입고 그랬는데 지금은 체구 외에, 몸 선이나 체형, 피부톤, 취향, 분위기가 너무 달라 서로의 옷장에서 옷을 꺼내 입으면 우습기가 그지없다. 한 명에게는 찰떡같이 잘 어울리는 옷인데, 상대가 입으면 각자 다른 방향으로 세상 촌스러워지는 마법.
살찌는 음식을 좋아해도 종목이 다르다. 나는 부드럽거나 꾸덕꾸덕하거나 쫄깃한 걸 먹고 살이 찌고, 내 동생은 바삭바삭하고 기름진 걸 좋아해서 살이 찐다. 동생은 소금의 짠맛을, 나는 간장의 짠맛을 선호한다.
동생은 내가 보는 영화(스토리는 없고 말은 많은 대화 중심의 영화)를 지루하다고 하고, 나는 곧잘 동생이 보는 영화(사건에 사건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동작 중심의 영화)는 깊이가 없다며 폄하하는 실수를 저지른다.
자매로 태어나서 평생의 베프지만, 자매로 태어나지 않았으면 절대 친구가 되지 않았을 것 같은 (서로 싫어하지 않았을까?)동생은 삼십 년이 넘게 나의 세계를 가장 거리낌 없이 넓혀주는 사람이다. 동생을 따라서, 나는 내가 결코 혼자 하지 않을 많은 것들을 기꺼이 한다.
혼자서는 보지 않았을 드라마나 영화를 동생과 보고, 혼자선 먹어볼 생각도 안 했을 음식을 동생과 먹는다. 동생이 아니었음 세상의 즐거움을 반밖에 몰랐을 거고, 세상의 사람들도 반밖에 이해하지 않았을 거다. 나와 (때때로) 정반대인 동생을 보면서 내가 틀릴 수도 있다고, 누군가는 나와 다를 수 있다는 삶의 당연한 진리를 가장 자연스러운 방법으로 배운다. 동생이 아니었음 난 얼마나 (더) 편협한 사람이었을까.
나는 오늘도 동생과 말도 안 되게 매운 떡볶이를 먹고, 기름이 자글자글한 꽈배기를 먹으며 <골목식당>과 <하트 시그널>과 뒤늦은 <비밀의 숲>을 보고, 후식으로 아이스크림을 먹을 것이다. 별난 하루가 아니어도 배가 찢어지게 웃고, 동생과 아무것도 아닌 걸로 잘 때까지 수다를 떨기 위해 나는 퇴근시간을 동동거리며 기다린다.
*cover: Claire Tabour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