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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민지 Jun 22. 2020

여름밤

그 미지근한 온도와 호락호락한 태도.

주말이지만 회사에 다녀왔다. 일을 잠깐 보고, 냉면을 후룩후룩 먹고 돌아오니 그 사이 여름 해는 뉘엿뉘엿 다 지고, 그 사이 엄마는 내방의 침대보를 갈아주었다. 보드랍고 보송보송한 천에서는 왠지 햇빛 냄새가 나는 것 같아 그립고, 따뜻하고, 깨끗한 마음이 두루 든다. 거기에 누군가의 손에 씻기고 가꿔진 강아지와 같은 마음으로 눕는다.

자기 전에 어제 교보문고에 들러 산 에세이 두 권을 번갈아 가며 읽는다. 과장은 적고 감상은 풍부한 문장에 감동하면서. 선풍기는 축 늘어진 공기로도 적당히 마른바람을 만들어낸다. 선풍기는 에어컨처럼 너무 열심히도, 맹렬하지도 않아 흡족하다. 여름은 느긋한 거니까 바람도 온당히 그래야 한다. 차가움보다 백 배는 더 좋은 미지근함. 모기 물린 데를 벅벅 긁으며 그 호락호락함에 대해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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