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장 가는 길

오늘도 뮤직 비디오를 찍으러 택시에 오른다

by 강민지

서울 촌년인 나는 강남만 벗어나도 (좋을 땐) 신나는 모험을 떠나는 기분이고 (싫을 땐) 불안하고 초조하다. 엔터 회사에 들어와선 뮤직 비디오를 찍으러 세트장 가는 길이 꼭 귀양길 같았다. 큰 잘못을 해서 고향을 벗어나 멀리 내쳐지는 기분. 사시사철 어둡고 축축한 세트장에 들어서면 최소 한나절은 햇빛을 거의 못 보다시피 하니 기분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바닥을 치곤 했다.

그제 김포에 가는 길은 좀 달랐다. 창밖엔 촘촘한 벼가 바람이 부는 방향에 따라 일렁이고 있었다. 강아지를 어루만지는 다정한 손길과 닮았다고 생각했다. 눈이 쫓아갈 수 있는 가장 먼 곳엔 흐린 산이 있었고, 그 너머에는 더 흐려진 산이 있었다. 외롭던 교외의 푸른 풍경이 별안간 참 예쁘게 보였다. 촬영장에 도착할 때쯤엔 움직일 때마다 먼지처럼 풀썩거리던 마음이 푹신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수십 명이 기다리고 있는, 음악으로 가득 찬 촬영장으로 가는 그 길. 혼자였고, 가사도 없고 멜로디도 없지만 허전하지 않았다. 실은 혼자라 안전했고, 혼자라 평온했다. 혼자여서 오롯하게 보고 느낄 수 있는 것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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