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민지 May 28. 2020

죽어서도 유명해지는 법

모딜리아니가 전설이 된 이유.

바람결에 속삭여 불러야 할 것 같은 이름,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이 비운한 예술가 이야기는 소설이라고 믿기에 충분한 요건을 갖고 있다. 그러므로 나는 차라리 그가 허구의 인물이길 바란다.


동네 여자들을 죄다 홀리고 알코올과 하시시 중독으로도 망가뜨리지 못했던 아름다운 얼굴. 시적이고 서정적인 필체(를 꼭 언급하고 싶었다). 찬연한 재능에 비하면 일순과 같았던 서른여섯 해의 생, 타고나길 병약해 사는 동안에도 죽을 고비를 몇 번이나 넘겨야 했던 허약한 신체, 필요한 재료를 구매할 수 없던 형편이라 인근 공사장에서 조각용 돌을 도둑질한 에피소드(척 보기에도 너무 부실한 애가 이러니까 친구들이 도와줬다고... 그러나 이마저도 돌가루 흡입하다 건강이 악화돼 조각을 포기하고 다시 회화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괴팍하다는 항간의 평과는 달리 그의 작품을 온전히 채우던 인간성에 대한 관심과 애정.

그리고 잔 에뷔테른. 고결하고 가련하며 어리석은 영혼이여. 모딜리아니와 함께 한 3년 남짓한 시간을 영원으로 바꾼 연인이자 아내. 다른 건 다 제쳐두더라도 그녀에 대한 부분만은 꼭 거짓이면 좋겠다. 가난한 형편을 괘념하지 않고, 부모의 반대에도 꺾이지 않았던 마음 같은 건 누군가의 진부한 상상인 편이 낫다. 모딜리아니가 죽기 몇 년 전에 작업 양을 놀랄 만큼 늘리고 예술 세계를 완성할 수 있었던 건 에뷔테른 덕이다. 주정뱅이 + 마약쟁이 콤보였던 모딜리아니에게 사랑을 알려준 것에 그치지 않고 뮤즈와 모델로서도 혁혁한 공을 세웠다. 그러나 이 헌신적인 여성은 결코 모딜리아니의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하는데... 그가 죽은 뒤 이틀 만에 아파트에서 투신해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그녀 뱃속엔 빛을 보지 못한 8개월짜리 아이가 함께였다.

텅 빈 눈을 하고 휘청한 목을 하고 있는 그림 속 인물을 보며 나는 그의 모든 초상이 곧 자화상이었다고 생각한다.

**유명한 일화 하나 더: 좀처럼 눈동자를 그리지 않았던 모딜리아니에게 하루는 에뷔테른이 그 이유를 물었다. 그는 “당신의 영혼을 알게 되는 날, 눈동자를 그리겠다”라고 답했고, 죽기 얼마 전에 눈동자를 그려 넣은 에뷔테른의 초상을 완성했다(그 전에도 있긴 함) 진정한 화룡점정의 이야기.

모딜리아니의 유려한 필체.




작가의 이전글 그런 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