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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민지 Apr 07. 2020

50가지 예쁘다는 말

한없이 즐거운 말.

당신의 특기는 무엇입니까? 전 좋아하는 것에 대해 혀를 내두르며 감탄하거나 침이 마르도록 찬미하는 일에 일가견이 좀 있습니다(반대로 따지는 건 잘 못함). 그런 면에서 에디터 일은 적성에 꼭 맞았어요.

좋은 게 왜 좋은지 소상히 읊다 보면 페이지가 모자랐어요. 좋은 것엔 비유와 상징, 그리고 수식을 무한대로 더할 수가 있거든요. 예쁘다는 말을 오십 가지 다른 방법으로 말하는 건 한없이 즐거운 일이랍니다. 인터뷰 원고를 쓸 땐 인터뷰이와 사랑에 빠지면 됐죠. 그럼 하고 싶은 얘기가 넘쳐나니까. 그림을 그리듯 기억과 대화를 되살리는 건 기쁨과 뿌듯함이 수채화처럼 번져나가는 일이었습니다.

편집 디자이너는 글 좀 줄여달라고 말하곤 했어요. 글을 후다닥 쓰고 마감이 일찍 끝나면 누구는 부러워했지만 전 지면이 모자라 찬탄의 글을 다 실을 수 없던 게 되려 한탄스러웠어요.

전과 달리 더 이상 글은 일이 아니지만, 전과 같이 글의 대부분은 좋아하는 것들에 관해서입니다. 좋아하는 사람이 등장하고요. 앞으로도 쓰고 싶은 게 많다고 믿을래요. 그건 좋아하는 게 그만큼 남아있다는 뜻이라서. 사탕발림이라고 하기엔 전 단 걸 진짜 좋아합니다.

*커버: Alex Katz.

알렉스 카츠가 그린 아내 아다의 모습이에요. 카츠는 무려 50년 동안이나 아내를 모델로 삼아 그리고 또 그렸답니다. 아마 오늘도 그리고 있을지 모르겠군요. 좋아하는, 사랑하는 얼굴은 아무리 봐도 질리는 법이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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