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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민지 Apr 07. 2020

커피맛 아이스바

미미하고 시시한 맛이 났어요.

커피 맛이 미미한 빵 집표 커피 아이스크림을 먹었습니다.

커피를 먹겠다고 엄마를 조르던 철부지 시절을 지나고, 원두보다 설탕이 더 들어갔을 게 분명한 커피로 어른 행세를 하던 애늙은이 시절을 지나고, 한약 같은 커피 몇 잔으로도 잠이 쏟아지던 팔팔했던 시절을 지나고, 숭늉 같은 아메리카노 반 잔으로 영 잠을 청하지 못하던 애매한 시절을 지나고, 나는 오늘 커피 맛이 미미한 아이스께끼를 먹었습니다.

이때도, 그때도, 저때도 커피 향은 쭉 좋아해 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때도, 그때도, 저때도  저는 궁금해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커피는 어째서 커피 향만큼의 맛이 나지 않는 것일까요. 자고로 음식이란 그런 게 아니겠습니까. 피자 냄새가 아무리 진할지언정 피자 맛보단 덜하고, 짜장면 냄새가 아무리 강렬할지언정 혀에 직접 대는 것보단 싱거운 게 당연지사, 세상의 이치죠.

근데 이 커피란 놈은요. 도무지 그렇지가 않아요. 코를 킁킁 대고 그 향긋하고 농밀한 냄새를 맡고 잔뜩 기대에 차서 커피를 한 입 마시면 금세 허무해지기 마련이다~ 그 말입니다.

제가요. 오늘은 이 커피, 저 커피, 그 커피 대신에 커피맛이 미미한 커피 아이스바를 먹었습니다. 커피맛이 미미한 건 애당초 알고 있었어요. 왜냐면 여기 빵집에서 이걸 먹는 게 실은 두 번째거든요. 먹고나서는요. 그때도 지금도 허무할 따름이에요.


*커버: Wayne Thieba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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