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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민지 Apr 07. 2020

눈물점이 있으면 울 일이 생길까?

지키고 싶었지만 떠나간 것들에 대해 생각한다.

문득 거울을 보다 발견했다. 왼 눈꼬리 아래 난 갈색 점. 누군가 가까이에서 얼굴을 오래 들여다보지 않는 한 알아채지 못할 점이었다. 작고 흐린 그 점은, 첫눈이 아무런 무게 없이 세상에 내려오는 일처럼 조용하게, 내 얼굴에 자리를 잡고 앉은 듯했다. 더 커지지도 않고, 더 진해지는 일도 없이. 나만 아는 점이었다. 그 점이 조금을 슬펐지만, 그 점이 좋았다.

눈물점이 있으면 울 일이 생긴다는 관상학적 얘기는 좀 순진하게 들리지만 우연이란 게 참. 돌아보면 그 시점 이후로 많이도 운 게 사실이다. 끊임없이 눈물을 생성하고 흘려보내면서 비구름의 원리를 체감했다. 울보의 섭리, 눈물의 순환. 촉촉한 물기를 머금은 눈가는 실낱 같은 거리만 던져주면 신호탄 보다도 빠르게 그렁그렁해질 준비가 돼있었다.

그러나 설령 작은 점이 나를 울게 할지라도 뺄 마음 같은 건 추호도 없었다. 점이든 뭐든, 좋아하는 일이 그렇지 않나. 매 순간 자신을 행복하게 해 주길 바라기 보다, 그 때문에 약간은 불편하고 불행해도 괜찮은 마음. 그래도 함께 하고 싶은 마음.

그 점을 어이없게 잃어버리고 말았다. 얼굴에 오돌토돌하게 난 편평 사마귀를 제거하러 간 피부과에서 필시 잡티 정도로 여긴 나머지 묻지도 않고 빼버리는 투철한 서비스 정신을 발휘한 것. 밴드를 붙이거나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지 않으면 그 자리에 다시 생기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이미 같은 게 아니고 되돌릴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어느 날 찾아왔고, 어떻게 떠나버린 그 눈물점을 아주 좋아했다. 그 점 때문이라면 남은 날을 얼마큼 울어도, 좋아하는 마음이 변하지 않을 만큼. 아무리 큰 아픔이나 슬픔도 시간이 지나면 다 괜찮아진다고 하던데, 아무도 모르던 작은 점이야 뭘... 곧 익숙해질 게 당연하다. 정말 앞으론 더 많이 웃고, 덜 울게 될까.

지키고 싶었지만 떠나간 것들에 대해 생각한다. 좋아하고 애썼지만 내 마음 같지 않았던 모든 일들.

사실 지난 몇 번의 주말을 내내 잠만 자다 보냈다. 오늘은 오래간만에 산뜻하게 기운이 나서, 따스한 빛 아래서 몇 걸음이라도 걸어보고 싶어 몇몇에게 문자를 보내 놓고는 그대로 스르르 잠이 들어버렸다. 깨어나 보니 저녁이고, 조금은 허망하고 조금은 충전된 상태. 뒤늦게 답장이 온 친구는 일요일이 다 그런 거라네. 잠에서 덜 깬 팔다리가 찌르르, 찌르르하다.


*cover: David Hock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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