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청소년, 집중력 떨어지고 주의력 부족해진다
어른들과는 다른 아동·청소년들의 우울현상
몇 년 전부터 청소년들의 우울한 정서 상태를 염려하는 통계 자료들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그 통계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놀라워 하지만 구체적으로 아동·청소년들의 우울현상이 어떤 상태로 나타나는지 통계만큼 알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왜냐 하면 아동·청소년들의 우울현상은 어른과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아동·청소년들의 우울 현상의 이해를 돕기 위해 두 개의 사례를 살펴보지요.
1. 초등학교 3학년 남자아이로 학교에서 산만하고 집중을 못하는 등 많은 시간 선생님으로부터 지적을 받아 온 아이. 산만함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림은 주로 회색으로 그려졌으며 주제는 주로 외계인이나 우주를 표현했습니다. 아이는 작업을 통해 양육자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동은 부모의 사정에 따라 다른 곳에서 살다 얼마 전부터 부모와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부모는 아동을 양육한 사람들과 아동을 대하는 태도가 너무 달랐고 동은 과거 양육자에 대한 그리움을 가지고 있으나 부모에게 돌아온 그는 그것을 표현할 수 없었습니다. 나와 부모는 함께 아이와 전 양육자에 대한 그리움을 인정하고 점진적인 이별의 과정이 진행되도록 도왔습니다.
2. 몇 년 전 부모의 이혼을 경험한 청소년 남학생. 보고된 다른 문제는 없었지만, 잠에서 깨어나지 못해 학교를 가지 못하는 상황이 장기화되는 일로 찾아왔습니다. 지능은 보통보다 다소 높았고 말을 할 때도 전혀 우울해 보이지 않았지만 그 지능이 높은 청소년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때 요점이 모호한 부분을 발견했습니다. 라포의 형성 이후 차츰 털어놓은 이야기 들은 아이의 상태가 부모의 이혼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부모의 갑작스러운 이혼이 자신의 인생에 큰 오점을 남겨진 것이라 생각했으나 그에 대한 어떤 언급도 하지 않고 마음속에 담아 두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거 담아 두었던 불편한 감정은 일어나지 못하는 잠으로 표현되었습니다.
어른은 열이 나면 춥고 오한이 나서 정말 따뜻한 보온을 필요로 합니다. 그런데 아동의 경우 열이 나면 옷을 가볍게 하여 몸에 난 열을 식혀야 하지요. 이렇듯 열을 정상 체온으로 돌리는 방법이 어른과 다르듯이 아동·청소년들이 그들 스스로의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에서 어른과 차이점을 보입니다.
어른의 우울은 무기력으로 대표됩니다. 그러나 우울한 아동·청소년들은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주의력이 부족하여 자주 어디를 다치고, 물건을 자주 잃어버리고, 의도 없이 다른 사람들의 말에 귀 기울지 않고, 게임에 빠지고, 꿈이 없다고 말하거나 때로는 전혀 반대의 행동으로 과한 식욕, 지나친 잠 등으로도 나타납니다.
정서적인 면에서는 공격적이거나 부정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현실적으론 무슨 말을 하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표현을 어려워하고 때로는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우울한 아이들, 감정적인 부모대응
아동 청소년의 우울현상은 집안의 정서적 분위기의 결핍이나 적절한 자율이 보장되지 않는 부모들의 양육태도 등이 일반적인 원인이 됩니다. 또 성취위주의 삶, 가족 간의 정서적 갈등, 과잉보호나 간섭, 감당하기 힘든 경험에 기인하기도 합니다.
우울한 아이들은 자아가 성장하지 못하고 자존감이 떨어지며 감정을 제어할 수 있는 능력의 성장이 늦어집니다. 이는 아이들의 성장에 맞는 문제 해결력 부족과 의존적 성향을 야기하며, 나아가 현실 지각 능력의 부족으로 인한 대인관계의 어려움까지 초래하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부모는 학업 능률이 오르지 않거나, 그들의 에너지가 부정적인 곳으로 새나가는 현상으로 보고 감정적인 대응을 하기 일쑤이지요.
아이들이 보내는 신호에 주위 기울여야
아이들의 말과 행동은 그들의 몸과 정신 상태에 대한 표현입니다. 우울한 아이들은 부모나 주변의 사람들에게 다양한 방법으로 구조 신호를 보냅니다. 이럴 때 감정적인 대응보다는 그들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그런 행동에 대한 근본원인이 접근을 해야 합니다. 물론 문제를 파악했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여러 경험들을 통해 왜 그런 욕구들이 생겼는지 이해해 나가야 합니다. 그런 노력 속에서 스스로 자신의 상황을 깨닫게 되며 이후 적절한 치유 방법을 찾을 수 있습니다. 어른들이 이들의 신호를 알아듣고 대처하게 된다면 그들은 그들의 삶에 자발성을 가지고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몇 년 전 한 중년 부부가 10대 아들의 문제로 상담을 받으러 왔던 일이 생각납니다. 처음에는 아들의 반항적인 행동과 성적 하락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가족 상담을 진행하면서 부부 관계의 문제와 의사소통 방식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1년여간의 상담 과정을 통해 부부는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법을 배웠고, 아들과의 관계도 개선되었습니다. 얼마 전 그 가족이 인사를 와서 오랜만에 만났는데, 예전의 긴장감은 사라지고 화목한 분위기 속에서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웃음 짓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부부는 이제 아들뿐만 아니라 서로에 대해서도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가족 상담을 통해 개인의 문제를 넘어 가족 전체의 역동성을 개선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어 저 역시 참 기분이 좋았습니다.
아동,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심리상담 결과는 나이가 어릴수록 효과가 큽니다. 이는 여러 연구 결과를 통해서도 확인됩니다.
1. 뇌의 가소성: 어린아이들의 뇌는 더 유연하고 변화에 적응력이 높습니다. 따라서 새로운 사고방식과 행동 패턴을 습득하기가 더 쉽습니다.
2. 문제의 조기 발견과 개입: 어릴 때 문제를 발견하고 개입하면 문제가 더 심각해지거나 만성화되는 것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3. 건강한 발달 촉진: 조기 개입은 아동의 정서적, 사회적, 인지적 발달을 건강하게 촉진할 수 있습니다.
4. 장기적인 영향: 어릴 때 받은 상담과 치료의 효과는 성인기까지 지속될 수 있어 장기적으로 더 큰 이점을 제공합니다.
5. 가족 참여의 용이성: 어린아이들의 경우 가족의 참여가 더 쉽고 자연스러워, 가족 전체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쉽습니다.
6. 학업 및 사회생활에 미치는 영향: 조기 개입은 학업 성취도 향상과 또래 관계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아동과 청소년의 정신 건강 문제에 대해서는 가능한 한 빨리 전문적인 도움을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는 단순히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뿐만 아니라, 미래의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위한 투자라고 볼 수 있습니다.
부모와 교육자들은 아이들의 작은 변화에도 주의를 기울이고, 필요할 경우 주저하지 않고 전문가의 도움을 구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