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물거림증, 도대체 왜 미루는가?!
중요한 일을 앞두고 갑자기 쓸데없는 일에 빠져드는 그 순간, 보고서 마감이 코앞인데 포털 사이트를 열어 관련 없는 뉴스를 클릭하고, 유튜브에서 재미있는 영상을 찾아 헤매는 자신을 발견한 적, 모두 있지요? 전혀 필요하지 않은 쇼핑몰을 둘러보거나, 아무도 연락하지 않았는데도 핸드폰을 수시로 확인하는 모습은요? 이런 행동들, 너무나 익숙하지 않으신가요?
심리학에서는 이런 행동을 'procrastination', ‘지연행동'이라고 부릅니다. 우리말로는 '꾸물거림증'이라고도 합니다. 단순히 여유를 부리는 게 아니라, 계속해서 미루다가 결국 좋지 않은 결과를 얻게 되는데도 이 패턴을 반복한다면, 어쩜 스스로를 '지연행동가'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놀랍게도, 우리는 하루 평균 1시간 50분을 이렇게 꾸물거리며 보냅니다. 일주일이면 거의 13시간이나 되는 셈이죠. OECD 평균 수명인 81세까지 산다고 가정하면, 우리 인생의 6년 2개월을 그냥 흘려보내는 셈입니다. 정말 어마어마한 시간이지 않나요? 하지만 이런 행동이 우리 일상에 너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어서, 그 심각성을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이렇게 일을 미루는 걸까요? 단순히 게으르거나 일을 못해서가 아닙니다. 사실 이는 우리 내면의 불안과 스트레스 때문일 수 있습니다. 자신을 증명해야 한다는 부담감, 실패에 대한 두려움, 이런 감정들이 우리를 꾸물거리게 만드는 겁니다. 마치 중요한 발표를 앞두고 갑자기 청소에 몰두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습관적으로 일을 미루는 사람들은 몇 가지 특징이 있다고 합니다.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고 있거나, 잘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부족하거나, 충동적이고 책임감이 좀 부족하거나, 뭔가를 이루고 싶다는 동기가 약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재미있는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완벽주의'가 지연행동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조금 의외이려나요? 완벽주의자들은 모든 걸 흠 없이 처리하고 싶어 합니다. 그런데 이런 성향 때문에 오히려 일을 시작조차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완벽하게 할 자신이 없어서 시작을 못하겠어"라는 말, 한 번쯤 해보셨거나 들어보셨을 것 같습니다:
완벽주의자들은 같은 수준의 일을 해냈는데도 늘 부족하다고 느끼고 쉽게 좌절합니다. 자기 비하에 빠지기도 쉽고요. 심지어 완벽주의는 자살충동과도 관련이 있다고 해요. 정말 무서운 일이지요.
완벽주의가 항상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실수나 실패에 대한 불안이 너무 커서 제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시험에서 단 1점이라도 깎이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오히려 시험 불안 때문에 실제 실력보다 못한 결과를 받는 경우도 많습니다.
완벽주의는 세 가지 방식으로 지연행동을 일으킵니다. 첫째, 완벽하게 할 자신이 없으면 아예 시작을 안 합니다. 둘째, 완벽해질 때까지 계속 수정하느라 마감을 놓칩니다. 셋째, 완벽을 추구하느라 스트레스를 받고 에너지가 고갈됩니다. 이런 경험들, 꽤 익숙하지 않나요?
이런 지연행동, 겉으로 보기엔 사소해 보이지만 사실은 우리의 깊은 불안과 두려움을 보여주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그러니 이런 행동을 반복한다면, 왜 그러는지 자신을 한번 들여다보는 것은 어떨까요? 어쩌면 우리가 인정하기 싫은 부족함을 마주하는 것이 이 습관에서 벗어나는 첫걸음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습관을 극복할 수 있을까요?
큰 목표를 작은 단계로 나누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거대한 과제 앞에서 주눅 들지 말고, 할 수 있는 만큼 조금씩 시작해 보는 겁니다. 또한, 자신에게 조금 더 너그러워지는 것도 중요합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그저 시도했다는 것에 의미를 두어보는 건 어떨까요?
때로는 혼자서 극복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럴 때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상담을 통해 우리의 비합리적인 생각을 바꾸고, 자신의 가치를 재발견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꼭 기억해 주세요.
삶의 어떤 부분에서 일을 자주 미루더라도, 여러분은 여전히 많은 장점을 가진 소중한 존재입니다. 높은 기준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해서 여러분의 가치가 떨어지는 건 아닙니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고 인정하는 것, 그것이 바로 변화의 시작점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 완벽할 순 없지만, 조금씩 나아질 수는 있습니다. 여러분의 작은 변화가 큰 결실로 이어지길 진심으로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