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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지 Jun 06. 2024

독심술, 흔한 마음의 오류

불협화음을 부르는 독심술

독심술. 말 그래도 상대의 마음을 읽는 기술이라는 말이다. 독심술은 우리가 흔히 범하는 인지오류 중 하나이다.


사실, 우리가 상대의 마음을 '추측할' 뿐이지, 실제로 읽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시시때때로 행하는 독심술은 상대와의 불협화음을 불러일으키기 쉽다.


독심술은 관계를 깨트린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 상대의 의중을 지레짐작하여 대처한다면, 두 사람의 관계는 엇박자가 날 뿐이다. 또한, 상대가 나에게 부정적인 마음을 품고 있다 느낀다면 분노가 일어난다. 사실에 기반을 둔 설전이 아님 감정적인 싸움이 일어날 수 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이 오해받는 것은 썩 유쾌한 경험은 아니다. 이 또한 감정을 자극하기 마련이다.


특히, 오래 보아온 가까운 관계, 이를테면 가족, 친지, 친한 친구, 오래된 연인에서는 독심술의 오류가 더욱 잘 나타난다. 내가 상대방을 너무 잘 알고 있다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평생을 해로한 노부부도 상대의 의중을 다 알아챌 수는 없는 법이다.

 

독심술이 오류일 수밖에 없는 또 한 가지 이유가 있다. 바로, 상대의 마음이라 짐작했던 내용들이, 실은 자신의 마음의 반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정신분석 이론에서는 이를 투사(projection)이라 한다.


상대의 마음이라 생각한 것에, 실은 자신 마음속의 불안, 분노, 슬픔 등이 투영되는 것이다. 즉, 자신이 의식하지 못했던 마음 깊은 곳에 있는 것들이 은연중에 관계를 이끌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의식하지 못하는 영역이기에 더욱 충동적이고, 서툴 수밖에 없다.

 

독심술의 오류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우리는 짐작하는 상대의 마음이 맞냐 틀리냐를 떠나, 상대의 마음을 미리 짐작하고 예단할 때의 부작용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보편적으로 상대의 모습에서 추리할 수 있는 생각과 감정이 있다 할지라도, 이를 둘러싼 환경, 직전의 상황, 생각과 감정의 기반이 되는 '그 무엇'을 감히 타인이 추론할 수 있을까.


입장을 바꾸어서 생각해 보자. 오늘따라 배가 아파 미간을 찌푸리고 앉아서 일만 하고 있는데, 상사가 '어제 내가 혼낸 것 때문에 그러느냐. 사내가 겨우 그 정도밖에 안 되느냐'는 식의 비난을 건넨다면 내 기분은 어떨까?


오해는 분노를 일으키기 쉽다. 내가 뜻한 바가 아닌데도 상대가 오해를 해 받아들이고, 심지어 이로 인해 나에게 비난이 가해진다면 최악의 상황에 가깝다. 그러니, 상대방의 마음의 윤곽이 보이더라도, 한 호흡 뒤에 조금은 늦게 반응할 필요가 있다. 이는 가까운 사이일수록 더욱 어렵기에, 연습이 필요하다.


관계에서 오해가 잘 생기는 이라면, 내가 지레짐작하는 것에 나의 무의식이 묻어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 보자. 내가 기분이 상한 이유가, 자신의 욕심이 상대에게 투영된 것이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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