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만 방전되는 밤 10시
예전의 나는 외부 활동으로 하루를 채우곤 했다.
일과 취미 모두 사람과의 만남, 바깥 일정, 끊임없는 움직임으로 이어졌다.
달려야만 내가 살아 있는 것 같았고,
그렇게 분주해야 가치 있는 하루라 여겼다.
그런데 요즘은 정반대다.
많은 관계를 줄이고, 혼자 책을 읽고, 우려내고, 조용히 기록하는 시간에 집중한다.
처음에는 낯설었다.
안 쓰던 근육을 갑자기 쓰듯,
오히려 에너지가 방전되는 느낌이었다.
밤 10시만 되면 몸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하지만 곧 깨달았다.
이 고요한 시간이야말로 내가 사람으로 성숙해지는 과정이라는 것을.
외부를 향하던 눈길을 거둬들이자 비로소 내 안에 자라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사소한 순간이 주는 안정감.
기록이 쌓이며 생기는 흐름.
멈춤 속에서 찾아오는 회복.
밤 10시에 스르르 잠드는 이 리듬은
내가 세상과 맺는 새로운 약속 같다.
더 멀리, 더 오래 달리기 위해
나는 지금 잠시 속도를 늦추고 있다.
이 반대의 길 위에서
나는 비로소 나를 키워가는 중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지금, 멈춤 속에서 자라는 중이다.”